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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비현실적 수가 책정과 일률적 횟수 제한을 즉각 철회하라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는 도수치료를 본인부담 95%의 선별급여 형태인 ‘관리급여’로 편입하기로 하고, 행위 상한가격을 4만원대로 압축했다. 이어지는 심의 과정에서는 '2주 단위 15회 이내 집중 시행, 연간 9회 추가 인정'이라는 일률적 횟수 제한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는 의료계가 제시해 온 적정 수가 10만원 수준과 현격한 간극을 보이는 것으로, 정부가 결론을 먼저 정해 놓은 뒤 그에 맞춰 산정 논리를 역순으로 꿰맞춘 결과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5세대 실손보험과 관리급여가 결합될 경우, 환자의 최종 본인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고 의료기관의 치료 유인은 급감하며, 그 반사이익은 전적으로 보험사에 귀속되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된다.

4만원대 수가는 의학적 전문 행위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도수치료는 단순 마사지가 아니다. 해부학적 지식과 근골격계 병태생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사의 진단과 의학적 판단 아래 시행되는 전문 의료행위이다. 시중의 일반 마사지조차 5만원을 훌쩍 넘는 현실에서, 의사의 전문성과 치료의 책임이 수반되는 도수치료를 그보다 낮은 4만원대로 책정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가치를 마사지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처사이다.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으로는 의료기관은 도수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해당 치료법 자체의 사장(死藏)으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2주 15회'라는 일률적 횟수 제한은 임상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탁상행정이다. 환자의 상태는 저마다 다르다. 수술 직후 관절 구축을 막기 위한 초기 집중 치료, 급성 손상 이후의 연속적 도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군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러한 임상적 요구를 무시한 채 '평균값'만을 기준으로 횟수를 일괄 제한하는 것은, 정작 치료가 절실한 환자의 회복을 가로막고 후유증과 만성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는다. 관절 구축 환자 등에 한해 연간 9회를 추가 인정한다는 방안 역시, 주당 시행 제한의 틀을 그대로 둔 채 총량만 소폭 늘리는 방식으로는 치료의 연속성을 결코 담보할 수 없다.

관리급여 편입은 환자 부담 경감이라는 명분과 달리 실질적 부담 증가로 귀결된다. 정부가 강행 중인 5세대 실손보험 전환이 관리급여와 결합될 경우, 환자의 최종 본인부담은 기존 비급여 체계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다. 4만원 수가 기준 본인부담 95%를 적용하면 회당 3만 8,000원을 환자가 부담하게 되며, 여기에 5세대 실손보험의 급여 보장 축소까지 겹치면 환자의 실제 체감 부담액은 기존 비급여 체계에서 4세대 실손을 적용받던 때보다 훨씬 높아진다. 치료비는 오르고, 의료기관은 이탈하며, 오직 보험사의 손해율만 개선되는 이 구조는 과연 누구를 위한 의료 정책인가.

의료계와의 실질적 협의 없이 급여화 절차만 밀어붙이는 일방 행정을 규탄한다. 수가 산정의 전 과정에서 유관 학회와 개원가의 현장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다. 가격을 먼저 정해 놓고 산식을 뒤에 붙이는 역순 논리, 임상 현실과 괴리된 횟수 기준의 졸속 도출은 행정의 정당성과 신뢰를 근본에서 훼손한다. 의료계와의 충실한 협의 없이 진행되는 어떠한 급여화 절차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이에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정부와 건강보험당국에 다음과 같이 엄중히 요구한다.
하나, 현재 논의 중인 도수치료 관리급여 수가 4만원대 안을 전면 철회하고, 유관 학회가 제시한 적정 수가 수준을 반영해 원점에서 재산정하라.

하나, '2주 15회'로 대표되는 비현실적·일률적 횟수 제한 방침을 폐기하고, 환자의 병태와 임상적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 가능한 기준을 마련하라.

하나, 급여 인정 횟수를 초과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본인 부담으로도 치료받을 수 있는 경로를 보장하고, 이를 임의비급여로 몰아 차단하는 과도한 규제를 중단하라.

하나, 관리급여 편입과 5세대 실손보험 전환이 결합될 때 발생하는 환자 부담 증가와 보험사 반사이익 구조를 철저히 검증해 그 결과를 공개하라.

하나, 향후 모든 급여 전환 논의 과정에서 유관 학회 및 개원가와의 실질적 협의체를 구성해, 임상 현실이 반영된 제도 설계가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의료의 본령이 국민 건강에 있음을 한순간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의료 현장을 고사시키고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위축시키며 보험사의 이익만 키우는 정책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정부가 이 같은 우려에 끝내 귀를 닫는다면, 본 협의회는 전국 개원의의 뜻을 모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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