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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수가 과도인상 등 주장에 의료계 “통계 왜곡” 반박

의협 “물가-수가인상률 단순비교는 통계적오류”…추계위 위촉 재고 요구
대개협 “어처구니없는 통계 결과로 정부 입맛에 맞는 결과 제시”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의 건보재정 관련 발언을 두고 의료계가 성명문을 발표하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김 교수가 건강보험 통계를 왜곡하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이 공동주최한 ‘건강보험 재정 균형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진현 교수는 ‘현행 건강보험 지불제도에 대한 평가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 날 김진현 교수는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이 국민소득 증가율의 2.1배, 수가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6배에 달한다고 언급하며, 건보재정 악화의 원인을 과도한 수가 인상으로 꼽았다. 또 건보재정 해법으로는 ‘대만식 총액계약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협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통계적 오류라고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먼저 “소비자물가와 수가 인상률은 직접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물가는 식료품, 전기료 등 일반 소비재 가격 변동을 측정하며 의료 서비스는 낮은 비중으로 반영되는 반면 수가는 인건비와 고가 의료장비 유지비, 의료소모품 등 전문 인력 기반의 서비스 비용이며, 의료 인건비 비중이 높아 일반 물가보다 인상 압력이 크기 때문에 이 둘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통계적 오류라는 설명이다.

또 의협은 김진현 교수가 10년간 총 진료비를 가격(P)과 진료량(Q)으로 분해했으나, 정부가 보장성 확대 등을 위해 사용한 재정과 같이 진료량에 해당하는 영역을 가격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 건강보험 수가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의협은 “수가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는 주장은 저수가의 기저효과를 무시한 것”이라며 “수가 인상은 ‘과도한 인상’이 아닌 ‘정상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최근 OECD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 의료인의 노동 강도 대비 수가가 최하위권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원가 이하의 수가로 취급되고 있는 점을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진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은 수가 인상이 아닌 ‘진료량 증가’라고도 설명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검사기술 발달 등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해 진료량이 증가한 것이 의료비 증가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을 김진현 교수가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의협은 “현재 의료비 수준으로 보장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특히 의협은 “최근들어 핵심의료분야의 붕괴에 저수가가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면서 수가인상은 필수의료 붕괴 지연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의료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기피되고 있는 임상과 수가 인상 없이는 의료공백이 가속될 수 있다는 경고다.

아울러 해당 토론회에서 김진현 교수가 언급한 총액계약제 역시 우리나라의 의료환경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총액관리제가 도입되면 사전에 총 진료비가 정해져 불필요한 검사나 시술을 줄일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협은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의료서비스 질이 하락될 가능성은 물론, 총액이 소진될 경우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거부하거나 진료량을 제한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의료기술과 시설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의료 발전이 정체될 우려도 크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이 의료계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급기야 의협은 김 교수의 추계위 위촉도 재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진현 교수는 보건의료기본법 제23조의2 제6항 제2호에 의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추천을 통해 지난 7월 31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하지만 의협은 “왜곡된 근거를 바탕으로 의료정책의 방향성을 주장하며 비뚤어진 시각을 지닌 학자가 추계위 위원으로 위촉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가 김진현 교수의 위원 위촉을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끝으로 의협은 “김진현 교수의 주장은 현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피상적으로만 바라봤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를 붕괴시키는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낮은 의료비로 국민에게 높은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의료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책이 아니라 의료진과 국민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수가정상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 건강보험재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근본적인 정책개선이 선행되고 난 후 미래세대의 의료환경 유지를 위한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에 나서는 것이 순서”라고 전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의협과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대개협은 “김진현 교수가 최근 10년 수가 인상률이 76.4%라고 했지만 이는 의료수가가 아닌 ‘전체 진료비용’”이라며, “지난 10년간 수가인상률을 주로 결정하는 환산지수증가율은 연평균 2.38%”라고 정정했다. 

전체 의료비용의 상승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는 것 역시 비교 대상을 잘못 선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에서 소모되는 비용 중 인건비가 절반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대상은 같은 기간 89.3%에 달하는 최저임금상승률에 비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대개협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택 거주자의 주거비가 빠져 있어 현실물가 반영이 미흡하다는 점도 꼽으며 “전체 의료비용 상승률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통계 결과로 정부 입맛에 맞는 결과를 제시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대개협은 1977년 건강보험 출범 당시 수가가 원가의 60% 수준으로 매우 낮게 책정됐으며, 아직도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매년 정부는 원가 100%를 목표로 수가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수가 구조가 의료 행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총액관리제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이 울며 겨자먹기로 검사와 시술을 줄여야 하고, 이는 의료서비스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총액 소진 시 의료기관은 의료공급을 줄이거나 일시중단하게 돼 의료접근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새 의료기술이나 시설에 투자가 위축되고, 이 같은 현상은 전체 국가발전 모형 저해를 유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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