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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료정상화, 아직 골든타임 남았다…“과감한 결단 전제돼야”

7500명 동시수업, 최대 10년 이상 부담 경고…인프라 확충·교원 확보 요구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 인터뷰 ①


의대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장기화되고 의료 공백·교육 붕괴·필수의료 위기 등 의료체계 전반에 심각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근본적인 정책방향 전환 및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와 긴밀하게 협의해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신뢰회복을 위한 첫 단계라는 판단에서다.

◆의대증원 사태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해를 넘겨 2025년 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정부의 태도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보십니까?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물리적 ‘골든타임’은 남아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난 2024년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발표는 2020년 의정 합의를 통해 어렵게 쌓아 올린 신뢰를 근본부터 무너뜨린 결정적 사건이었습니다. 그 이후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 전반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게 됐고, 갈등은 악화일로를 걸어왔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의대생·전공의들이 교육 및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등 의료 정상화의 첫 단추를 꿸 수 있었던 이유로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개편, 관리급여 도입 등을 의료계와 실질적인 협의 없이 다시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정 간 신뢰는 다시 흔들리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정 간 신뢰 회복과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은 아직 남아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는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방향의 전환과 과감한 결단이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의료정책을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하며 설계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정상화와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나 국회, 그리고 시민단체들과의 소통을 닫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의료 정상화의 골든타임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회가 모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시점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2026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정원은 둔 채 모집인원만 줄이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의협이 수용 가능한 ‘과학적 추계’와 ‘원점 재논의’의 구체적인 전제 조건은 무엇입니까?

정부가 2026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원상태로 환원했다고는 하나, 정원이 한번 늘어난 상태에서 모집정원은 연도별로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임시적 조치에 불과하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차후 의대 정원의 결정은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의협이 지난 8월부터 위원회에 참여해 합리적 결과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전문가 의견 반영이 미흡합니다. 의대증원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아울러 지난 11월 감사원이 발표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결과’는 지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 과정 전반의 심각한 비합리성과 절차적 위법성이 존재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협이 제기했던 ▲정책 결정과정의 절차적 위법성, ▲전문가 협의 과정의 왜곡, ▲부당한 업무개시명령, ▲국민 혈세 및 재정낭비의 원인 제공, ▲ 필수의료의 저해와 의료생태계 붕괴 원인 제공 등의 문제가 감사원을 통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차후 복지부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수급추계위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들을 정책에 반영하고, 객관적이고 타당한 자료와 통계를 기반으로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 재논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년도 의대교육 현장은 유급된 학생과 신입생이 섞여 약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예견됩니다. 이에 대해 “교육 불가능 상황”이라고 진단하셨는데, 당장 내년도 의대교육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긴급대책은 무엇인가요?

교육부가 휴학한 의대생들의 복귀를 허용하고 내년도 정상 진급이 가능토록 조치했으나, 복귀 학생 및 2026년도 신입생을 포함한 다수의 인원을 한꺼번에 교육해야 한다는 점은 학사행정 및 교육현장에 극심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한두 학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길게는 10년 이상 의학교육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수련까지 생각하면 더 긴 시간의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을 감당하고 있는 교수진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며, 교육전담 교수 및 의대 교원 확보가 동반돼야 합니다. 또한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 교육 여건에 맞는 탄력적 학사운영, 의과대학 간의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의대 교육은 기초의학 실습실, 임상 실습 시설, 해부학 실습실 등 다양한 교육 인프라가 필수적이고 다양한 교습법이 요구되는 교육입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적절한 규모의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교육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미래 의사의 전문성 저하, 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직결됩니다. 

이는 미래 의료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정부는 의대에 인프라 확보를 위한 긴급 재정을 투입해 교육의 질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의협이 제안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의료정상화 시스템 구축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산재한 의대정원 정책과 의학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의 통합 관리 및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하는 겁니다. 부처간 이견 조율 및 행정적, 재정적 지원방안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의대교육자문단을 대체할 ‘의학교육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교육여건을 정밀 진단해 실제 수용가능 인원을 현장 실사를 통해 재산정하고, 트리플링 사태에 대비한 구체적인 분반 수업 운영, 임상실습 병원 확보, 교수 채용 등 행정적, 재정적 세부 지원책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무리한 증원으로 인한 인증 탈락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교육 질 관리 가이드라인도 협의체에서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협회가 구상하는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방식이 아닌, 의협이 생각하는 필수의료 살리기와 지역 의료 붕괴를 막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필수의료 인프라는 사실상 무너지고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사법적 위험에 대한 우려, 위험도에 비해 낮은 보상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응급의료의 경우 배후 진료를 담당할 필수의료 전문의 및 인프라 부족으로 환자 수용 불가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핵심의료 부분의 ‘저수가, 과도한 업무강도, 사법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의협은 지역의료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국민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지가 있습니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데 전문가 단체로서 강력한 우려를 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정책은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기본설계도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지역에는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환자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 안에 들어있는 의미를 정책 당사자들은 잘 파악해야 합니다. 

지역의료 붕괴는 지역 소멸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고, 특히 중증 질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전달체계의 재정립에 대한 정책적 판단과 지원이 그 시작입니다. 

또한 지역민들이 지역 의료진과 병원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투자와 홍보 역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의료진에게는 정주 여건 개선 및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 마련을 통해 합리적인 유인책을 마련해 자연스러운 정착을 꾀해야 합니다. 지역우수인재전형으로 뽑는 의대생의 정착이 이뤄지도록 정책 개발도 지속돼야 합니다. 

지역을 대상으로는 행위별수가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필수적인 응급·중증·분만·소아 진료 인프라 유지 자체에 보상하는 공공정책수가를 대폭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료 위험도·공공성·인력 부족도 등 종합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고위험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문과 전반으로 지원범위와 규모를 확대해야 합니다. 
 
필수의료 종사 인력은 고된 업무에 비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며, 중증환자 진료로 인한 형사처벌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서, 의료진과 환자와 그 가족 모두에 대한 보호 대책이 강구돼야 합니다. 

◆산부인과 교수 형사기소 사건 등에 대해 ‘분만 인프라 붕괴’를 우려하셨습니다. 의협 차원에서 요구하는 ‘필수의료 형사 처벌 면책’의 구체적인 법적 보호 수준은 어디까지입니까?

우리나라 의사의 형사 기소 건수는 영국,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국 보다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응급의료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임에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과 수억~수십억원대의 민사 배상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법적 보호장치 마련은 의협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합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악결과에 대해 공소 제기 면제, 나아가 불가항력 의료사고 형사처벌을 면제해야 합니다. 

이는 위급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소신 있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환자에 대한 안전장치이자 결국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대책입니다. 결코 의료진만을 보호하거나 의사들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이 아닙니다. 

의료분쟁조정법, 응급의료법 등 관련 법안 개정을 통해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는 응급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 기소를 원칙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의료진 부족, 병상 포화, 장비 부재 등 물리적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전원 조치나 수용 거부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면제해야 합니다.

아울러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경우 양측 모두에게 공정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는 조사위원회 등의 구성도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불법 대체조제 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하며 약사법 위반에 강력 대응하고 계십니다. 성분명처방 도입 등 의-약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의협의 의약분업의 원칙과 마지노선은 무엇입니까?

성분명 처방은 의약품 선택의 주체가 바뀌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이에 따른 약화 사고 책임이나 국민 건강에 미칠 파장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도의 무게에 비해 가볍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25년 동안 우리 국민은 병원과 약국을 오가야 하고, 이중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불편이 있음에도 제도를 잘 지켜오고 있습니다. 국민 불편과 건강보험료를 약국에 추가 지불하는 등의 환경에도 의약분업이 국민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재평가도 없었습니다.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침묵해왔지만, 더 이상 목소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는 제대로 된 공급방안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성분명 처방은 이를 해결할 수 없는 방법임에도 일부의 이득을 위해 왜곡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약동학적 특성이나 환자 반응은 서로 다를 수 있고, 이런 이유로 여러 약제 중 하나를 그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판단해 처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의학적 판단 없이 임의로 대체조제가 이뤄지면 심각한 치료 실패나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통해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사례는 없습니다. 진단과 처방의 주체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이며 그렇기에 그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약사는 그 처방에 따라 조제와 복약지도를 하는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성분명 처방은 이러한 의료체계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제도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불법 대체조제 역시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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