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이 의료감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확립하기 위해 향후 발전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이 23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감정위원 교육 의무화, 감정 회신의 신속화, 전산 시스템 도입 등 여러 개선 방안을 설명하며, 의료감정원이 독립적이고 근거중심의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의료감정원 운영위원회 한동우 위원장은 의료감정원의 발전 목표 중 하나로 감정위원회 인증교육 이수 의무화를 강조했다.
한동우 위원장은 “임상경험이 풍부하고 연구력이 뛰어난 의사라 하더라도 감정을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며, “감정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때만 공정한 의료 감정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법원과 협력해 개인 감정이라도 교육이수 여부를 확인하고, 제대로 된 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감정원 이우용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교육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 원장은 “조교수 시절 감정을 해보니 한 번도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교과서대로 보고서를 작성했을 뿐”이라며, “의사가 쓰는 용어와 법관이 이해하는 용어가 달라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위원 교육은 동일한 잣대로 감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추는 기초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원의 전문적인 감정결과가 실제 판결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한동우 위원장은 “감정결과는 재판에서 의학적 근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판사들은 여러 질문과 답변 중 일부를 근거로 판단하나 판사의 생각이 반영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용 원장은 “판결은 판사에게 최종 권한이 있다. 99% 문제없다고 쓴 감정서라도 1% 사소한 부분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아쉽지만, 감정교육을 통해 의도한 정보가 충실히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의료감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 대해서는 한동우 위원장은 “의사 편 혹은 환자 편을 들어 감정을 수행하면 감정원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근거 중심, 학문적 접근을 바탕으로 정확한 감정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우 위원장은 “의료감정은 형사·민사 사건에서 유일한 증거물로 채택될 수 있으므로, 공정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어느 쪽에서도 비판을 받는다. 때문에 공정성이 유지돼야 한다. 익명성 역시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이우용 원장은 “독일의 경우 지역별 감정 위원회가 있고, 고명한 은퇴의사들이 무보수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감정을 수행한다. 신뢰가 있어 누구도 반론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아직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상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료와 관련한 문제도 논의됐다. 한동우 위원장은 “2025년 1월부터 감정료를 기존 대비 두 배 인상했다. 이를 통해 감정 회신지연 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효과는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감정 프로세스 관련해서는 한 위원장과 신 위원장이 전산 시스템 도입과 절차 개선을 설명했다. 현재 평균 감정회신 소요기간은 4~5개월이다.
이우용 원장은 “이전에는 자료 분실이나 지연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산화 덕분에 안정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법원 자료 시스템과 연계되면 더욱 신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감정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신동우 위원장은 “각 전문학회에 의뢰할 때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배제하도록 요청하지만, 현재 시스템상 완전한 배제는 어렵다”면서도 “자격이 되고 교육을 받았다면 개원가의 선생님들이 들어오는 것도 환영이다”라고 전했다.
한동우 위원장은 “감정오류가 발생하면 심화교육과 피드백을 통해 문제를 검토하고 개선한다. 전문위원, 변호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을 통해 향후 감정 품질을 높이는 교육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의료감정원은 앞으로도 공정하고 양질의 감정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과 인력 구성을 강화하고, 전산화 및 법조인과의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우용 원장은 “감정원은 ‘공정한 감정’이 기본 원칙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감정원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신속성 등을 강화해 제대로 된 감정을 함으로써 옳은 판결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