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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사면허, 전문성∙환자안전 지킬 ‘자율규제’ 필요”

최대가 ‘자격정지 요청’인 한국 면허관리…해외는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복지부 “국민이 체감 가능한 개선부터”


의료계가 전문성을 지키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의사들의 자율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의협이 할 수 있는 최대 제재가 ‘중앙윤리위원회 자격정지 요청’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는 의사면허기구가 체계적인 절차를 운영하며 징계현황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다만, 이를 실효성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대리수술 등 국민 신뢰를 흔든 문제들에 대한 체감형 개선도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가 7일 ‘의료 전문직업성과 자율규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재만 정책이사는 “자율규제의 부재로 인해 의사들의 전문성이 붕괴되고 있다”며 의료계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율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의 규제중심 구조가 의료분쟁을 줄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약 2000건의 의료분쟁 조정이 신청되는데, 이 가운데 70%가 조정절차에 들어간다. 민사소송 역시 연간 700~900건에 달한다.

이 정책이사는 “평균 처리기간이 90일인데, 그 기간 동안 의사들이 상당한 부담을 겪는다”면서 “형사책임 외에도 민사책임까지 이중 부담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 40여명은 형사처벌도 받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해외사례를 언급하면서는 “독일, 영국은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아닌 이상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된다. 피해자도 공적인 제도를 통해 피해를 원활하게 보상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이사는 “이원화된 체제 또는 의료계 차원의 한국형 의사면허관리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미정 교수는 영국의 GMC(General Medical Council) 사례를 소개하며 해외 의료정책 선진국의 의사면허 관리 체계를 공유했다. 

2024년 기준 GMC에는 약 40만명의 의사가 등록돼 있으며, 실제 진료를 하는 의사뿐 아니라 은퇴했거나 일부 진료만 수행하는 의사도 포함된다. 의사들이 어디서 교육을 받았는지, 해외에서 유입된 의사인지 등 다양한 통계가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민원이 접수되면 트리아제에 따라 2주간의 검토를 통해 사실여부나 추가증거 필요여부 등을 판단하고, 심각한 문제는 의료심판 재판소 격인 MPTS로 사건이 넘어간다. 이때 의사와 법률관련 전문가, 일반시민 3명이 사건을 검토한다.

이 교수는 “이 과정은 공공의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도 함께 소개했다. GMC에 등록된 의사 약 40만명 가운데 민원이 접수되는 사례는 연간 약 1만건 수준이며, 실제 심판 단계까지 넘어가는 경우는 169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동료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자격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우리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며 “의사들의 전문성 유지를 위해서는 면허등록 관리부터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료정책연구원 이얼 팀장은 해외의 의사면허 기구들은 등록과 면허 관리, 전문 직업성 제고, 진료지침 개발 등을 통해 행정처분 기준을 스스로 설정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 팀장은 “민원 접수, 조사, 징계, 의료 재판소 회부 등 일련의 절차가 체계적으로 마련돼있다”면서 ”매년 연례보고서를 작성해 각 국가의 의사 현황 및 그들의 징계 현황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의협이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해 품위손상행위에 한해 자격정지 요청까지 가능하다”며 “행정적·소극적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구시 동구의사회 안원일 회장은 “면허관리가 정치적, 행정적 판단에 종속될수록 의료는 위축된다. 전문가의 책임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의료시스템이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또한 “자율적인 면허관리는 전문성에 기반한 공정한 판단 확립과 환자안전 강화,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구조개편”이라며 “전문가가 책임지고 통제하는 시스템이 국민에게 가장 안전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방영식 의료인력정책과장은 “무면허 의료행위 등 자율적인 노력이 이뤄지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면서 “처분이력 정보 공개 등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추진해나간다면 많은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의사들의 자율규제는 ‘가장 깐깐한 환자안전 지키기’”라며 “우리의 자정노력이 의사들의 책임의식을 높이고, 의협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면허원 설립 준비위원회 안덕선 위원장은 “자율적인 면허관리는 전문직업성에 기초한 의료의 기준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모든 의사가 이러한 기준을 만족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사회적 책임의 선언”이라면서 “대한의사면허원 설립은 자율적 면허관리를 제도화하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전문가집단이 스스로를 엄격하게 규율할 때, 비로소 사회는 의료를 신뢰할 수 있고, 그 신뢰 위에서 지속가능한 의료체계가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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