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하‘의정연’)은 최근 의료사고 형사책임 통계를 둘러싼 논의가 특정 연구의 표현 문제에 매몰된 나머지, 의료과실을 범죄로 취급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행 구조 자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일부에서는 의정연의 2022년 연구보고서가 “의사가 매일 2~3명씩 기소된다”는 허위 사실, 이른바 ‘가짜뉴스’를 생산·확산시켰다고 단정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문제 된 수치가 형사절차상 ‘기소’ 단계가 아니라 ‘접수·입건 등 초기 절차 단계’의 통계라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의정연은 형사절차 단계 구분의 엄밀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접수 또는 피의자 단계의 통계를 ‘기소’로 표현한 점을 이유로, 해당 연구 전체를 허위 정보로 규정하고 정책 논의의 정당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학술적 논쟁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단순화이다. 이는 의료과실이 본질적으로 결과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내포한 전문적 판단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결과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범죄 책임과 형벌의 문제로 전환되는 구조적 현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논의를 용어 논쟁으로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최근 발표된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 역시, 의료사고와 관련한 기소 단계 통계가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검찰청 접수 건수와 제1심 형사재판 건수를 기반으로 기소 건수를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특정 연구의 오류라기보다, 의료과실이 형사사법 체계로 유입되는 규모와 경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인프라 자체가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 대한 논의 없이, 개별 연구에서 사용된 특정 용어를 근거로 의료사고 형사책임 논의 자체를 ‘가짜뉴스’로 봉인하는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료인이 수사 착수 단계부터 피의자로 특정되고 형사절차의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최종적인 기소 여부와 무관하게 의료과실을 범죄화하고 형벌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는 진료 현장의 위축과 소극적 의료행태로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의료과실을 범죄로 전제하고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현행 접근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고, 의료인의 소극적 진료를 구조적으로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보호 수준을 실질적으로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단체나 개별 연구에서 문제 삼는 용어 사용과는 별개로, 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와 의정연 연구보고서가 공통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의료사고와 관련된 제1심 형사재판 건수 및 처벌 사례의 규모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이러한 결과는 의료과실이 민사적·행정적 책임의 문제를 넘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전환되는 빈도와 강도가 선진국 중에서도 예외적으로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일부 단체와 논의에서는 의료사고 형사책임 문제를 오직 ‘처벌의 유무’ 또는‘허위 정보 여부’로 환원함으로써, 의료과실이 어떤 경로와 기준을 통해 형사사법 체계로 유입되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의료과실을 범죄로 전제한 채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형사절차의 확대가 의료현장과 환자 안전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검토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의정연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 환자와 유가족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신속하고 공정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러한 과제는 의료과실의 형벌화 문제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형사 고소에 의존하지 않고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이번 논쟁은 특정 연구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의료과실이 언제, 어떤 기준으로 형사책임의 영역으로 유입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환자 보호와 의료 안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사고 처리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의료과실을 범죄로 단순화하고 형벌 중심으로 접근하는 구조를 외면한 채, ‘가짜뉴스’라는 낙인으로 논의를 종결하는 방식은 의료사고 처리 제도의 발전에도, 환자의 이익에도 기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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