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감사원은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후속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2월 국회가 요구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 6개 사항(증원 결정, 정원 배정, 의료공백 대책, 의대생 휴학금지 및 서울대의대 감사, 교육여건 준비, 의평원 관리·감독)에 대한 것으로 같은 해 11월에는 의대증원 결정과 의대정원 배정에 대해 감사하고 이번에 나머지 사항들을 처리한 것이다.
그 결과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이 당시 대통령 독단으로 비논리적 근거에 따라 타당성 없이 추진됐으며, 의대정원 배정 역시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타당성·형평성이 저해된 정책으로 평가됐다.
의대증원으로 발생한 의료공백 해소 정책에서 인력이 기준 없이 비효율적으로 배치됐다는 점, 교육여건도 인력·시설과 해부학 실습 등 다방면으로 미흡한 상황이 발생한 점이 지적됐다. 의협이 줄곧 제기해온 의대교육 부실 문제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의사인력 2000명 확대 방안 발표 후 40개 의대 재적생의 70.7%(1만3735명/1만9431명)가 휴학을 신청하는 등 큰 저항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대규모 증원이 이뤄진 30개 의대 중 18개교가 전임교원 확보 계획에 미달했다. 평균 채용률은 59%였고, 비수도권 국립대는 38%, 비수도권 사립대는 34%에 그쳐 지방 의대일수록 사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국립대 건물 신축 예산 8678억원을 실제 수요 검토 없이 증원 인원에 비례해 일률 배정한 결과도 확인됐다. 강원대는 해부학 실습동 신축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고, 임시 대체용 모듈러 임대 예산조차 확보되지 않았다. 충북대는 배정 예산에 맞춰 당초 계획에 없던 사업을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부학 실습 여건도 한계에 이르렀다. 정원이 늘어난 32개 의대의 카데바 1구당 실습 학생 수는 평균 8.12명으로 증가했고, 3개 의대는 2030년 이내 보유 카데바가 소진될 전망이다.
의료공백 대책도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것이 드러났다. 의료기관의 수요가 아닌 군의관 본인이 제출한 희망 지역·병원을 우선해 인력을 배정한 결과 7개 진료과목에서 650개 의료기관에 1166명이 부족하게 배치된 반면, 146개 기관에는 161명이 초과 배치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응급환자 진료 여력 확보를 위해 가산된 ‘회송료 수가’가 심사부실로 기준에 맞지 않게 지급된 점도 지적됐다.
이상 감사결과를 볼 때 의협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경고해 온 의대교육의 위기가 사실로 확인됐음을 알 수 있다. 강의실 수용 능력 초과, 기초의학 교수 부족, 실습 교육 부실은 의료대란 초기부터 의협이 거듭 지적해 온 문제다.
지방의대 교원 채용률이 30%대에 머물고, 어느 의대는 해부학 실습동을 지을 예산도, 임대할 예산도 없으며, 어느 의대는 몇 해 안에 카데바가 바닥난다는 것은 의학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이에 정부에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교원 확보, 해부학 실습 여건 회복 등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의정협의체와 의학정 원탁회의 등을 통해 실무 논의에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 보건의료재난 상황 등에서 군의관 등 대체인력을 의료기관에 파견할 경우 한정된 대체인력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각 의료기관의 수요가 적절히 반영될 수 있는 합리적 배정 기준을 마련·운영해야 한다.
회송료도 심평원이 실질적 심사를 하고, 동일환자 재회송에 대한 회송료 청구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등 심사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증원은 결국 미래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돌아간다는 것을 정부는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의학교육의 기반을 다시 세우고 국민 의료의 안전을 지키는 데 의료계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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