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과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 논란, 투쟁 방식에 대한 의료계 내부의 이견,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력 회복 과제, 국민 설득과 소통의 한계, 그리고 의료계 자율징계권 확보 문제까지 의료 현안을 둘러싼 갈등과 쟁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성분명처방∙한의사 X-ray에 대해선 강경대응 원칙을 밝히는 한편, 투쟁방식에 대해서는 ‘전략적인 조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력 회복에 대해서는 ‘정책’ 중심으로 접근하되, 대국민 소통 강화와 자율징계권 확보를 통해 전문가 단체로서의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했다.
◆임총에서도 성분명처방, 한의사 X-ray 등에 대해 강경대응을 예고하셨습니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 대응해나가실 계획이십니까?
기본적으로 수급불안정 의약품의 공급 책임은 정부에 있습니다. 이는 성분명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게다가 형사처벌 조항까지 들어간 현재의 법안은 성분명처방으로 나아가려는 일부 약사회 세력의 바람이 실린 법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협은 지난해 11월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의사가 처방한 약을 더 선호하고 있었고, 62.4%가 성분명 처방 법안이 국민 건강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74.2%라는 압도적인 숫자가 의약분업 선택제 도입을 찬성했습니다. 70%는 감염병이 유행하거나 의약품 수급 불안정 시에는 원내조제가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의협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결을 위한환자 선택 분업 도입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방안으로 ‘원내 조제 허용’을 포함한 대안 입법을 마련해 대국회 활동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동시에 현재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성분명 처방 법안의 불합리한 점들도 적극 알리겠습니다. 더불어 실질적인 의약품 수급 안정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한의계의 의과 영역 침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특히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도 연장선에 있는데, 이는 면허범위의 문제이기 때문에 불법의료로 규정하고 총력을 다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전문성 없이 기기 사용만 허용하는 왜곡된 입법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법안입니다. 해당 법안의 왜곡과 문제점에 대해 국회에서 정확하게 팩트를 알리고, 국민들께도 홍보활동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알려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회원들의 감시활동 역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협회에 구성돼 있는 한특위 위원들께서 열심히 뛰어주고 계시지만 우리 전 회원의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또한 이렇게 하나씩 대응해 나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한의학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담론을 확대해 아젠다를 전환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비대위 구성안에 40% 가까운 대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는 현 집행부의 투쟁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는 회원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강경 투쟁’을 원하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회무에 녹여낼 계획이십니까?
비대위 구성안에 상당수 대의원께서 찬성 의견을 주셨다는 점을 집행부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비대위 구성여부를 넘어, 현 상황에 대한 회원 여러분의 절박함과 보다 강한 대응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강경투쟁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투쟁은 충분한 명분과 내부 공감대, 그리고 국민께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강경 대응은 오히려 의료계 전체에 더 큰 부담과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 역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집행부는 상황에 따라 대응 수위를 전략적으로 조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범대위를 구성해 현재 3개의 아젠다별 분과위원회에서 활발히 대응해나가고 있고, 각각의 새로운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대외협력위원회와 함께 정부·국회와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의료계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전방위적으로 대응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단호한 대응의 필요성을 분명히 회무에 반영하되, 단계별 대응 전략과 다양한 투쟁 옵션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대의원회, 직역별 단체, 지역의사회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 회원들의 목소리가 정책추진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료계가 잃어버린 정치력 회복을 회복하거나, 의사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인을 배출∙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으신가요?
의료계의 정치력 회복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회원들께서 공감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협이 구상하는 정치력 회복의 방향은, 정당 중심의 동원보다는 정책 중심의 정치 역량 강화입니다.
의사 출신 정치인이나 보건의료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지역 정치에 진입할 수 있도록 힘쓰고, 의료 전문가가 공공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들어가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실질적인 영향력 키워나가고자 합니다.
각 지역의사회와 연계한 지방 보건의료 정책 아젠다를 정리·제시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질의·검증하는 구조를 마련하겠습니다. 특정 인물을 밀기보다, 의료와 국민 건강에 대한 철학과 실행 의지를 갖춘 후보가 누구인지 국민과 함께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집행부는 단기적 대응과 중장기 전략을 병행하며, 의사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의사의 전문성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의협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어떤 전략으로 다가가실 계획이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의료계가 처한 위기 상황이 복잡하고 비정상적인 구조적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이해관계 대립이나 직역 이기주의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지난 정부의 2천명 의대정원 증원 당시에도,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의료계의 문제 제기를 ‘직역 이기주의’로 비판하기도 했지만, 감사원 보고서가 그 진실을 알린 지금에 와서는 우리의 행동이 의료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었다는 점을 국민께서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집행부는 ‘의료계의 주장’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다양한 매체와 소통 채널을 활용해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의 시선에서 정책에 대해 설명해 나가고자 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을 더 훌륭하게 만들고 모든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나가고 있습니다. 정부, 국회와의 갈등을 단순한 직역주의 차원으로 오해하지 말아주시기 바라고, 대한의사협회가 경청과 소통에 더욱 힘써서 국민과 사회 속에서 신뢰받고 존중받는 전문가단체로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국민과 협회를 잇는 언론과의 소통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보다 충분한 설명과 자료 제공을 통해 균형 잡힌 보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의협이 전문가 단체로서 위상을 찾으려면 ‘자율징계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한 입법 추진 계획 등이 있으신가요?
의료인의 면허 및 자격에 대한 징계 권한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전적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률 전문가 단체와 법무부가 징계권을 각각 갖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의료는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고도의 전문 영역입니다. 의료 현장의 특수성과 전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없이, 일반적인 행정적 판단에 의해 징계가 결정된다면 이는 전문성과 실효성을 온전히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 단체가 스스로 윤리 기준을 심사하고, 규정 위반에 대해 실질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율징계권’ 확보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의료계는 그간 전문가 단체로서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정립하고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내부심의 및 의결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의사협회와 산하 의사회의 윤리위원회는 비윤리 회원에 대해 정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간접적인 체계로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18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의료인 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해당 법안은 의료계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자율 정화 기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궁극적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율징계권 부여는 의료인의 책임의식을 높여 내부 자정 노력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한의사협회가 법정 단체로서 공익 증진에 기여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적 기반이 될 것입니다.
◆“회장직을 수행하며 하루도 편히 잠든 적이 없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의 불통, 그리고 내부의 분열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 회장님을 지탱해 준 신념은 무엇이었습니까?
대한의사협회 회장직을 맡은 지도 어느덧 1년이 됐습니다. 지난 시간은 의료계와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고비와 인내의 연속이었습니다. 의사이자 14만 의사를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수호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절실히 느껴왔습니다.
실제로 마주한 현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거친 파도와 같았습니다. 각종 의료개악과 입법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해 대응하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하나로 뭉쳐주신 회원 여러분의 지지가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우리의 진심이 왜곡돼 국민들께 전달될 때였습니다. “의료의 정상화”를 외치며 의료계는 우리 현실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대응,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미복귀, 의료계 투쟁 국면’ 등 표면적인 이슈에 집중된 나머지, 국민들이 의료계 사안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저를 지탱해 준 힘은 우리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확고한 신념이었습니다. 의료계가 흔들리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간다는 절박함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의료현안들은 대거 산적해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안녕과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새해에도 의료정상화를 위해 앞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폐업 위기에 내몰린 개원가, 사직 후 미래가 불투명한 전공의, 휴학으로 길을 잃은 의대생 등 14만 의사 회원들에게 2026년을 시작하는 희망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지난 2025년 의료계는 다사다난했습니다. 일차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개원의와 봉직의, 고뇌 끝에 수련과 학업의 자리로 돌아온 전공의와 의대생들, 그리고 이들의 복귀를 기다리며 의대교육의 정상화를 외쳐온 교수님들까지 모든 직역을 막론하고 힘겨운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2026년, 의료계는 이제 고난을 넘어 화합의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지난 아픔을 딛고 새롭게 일어서는 의료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더욱 멀리 뛸 수 있습니다.
수고하신 회원 여러분, 의협은 14만 의사 회원분들의 희망찬 한 해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상처 난 자리마다 굳은살이 생기고, 그 굳은살 안에서 새살이 돋아나듯이 2026년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치유와 희망이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14만 의사회원 분들과 함께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는 든든한 파수꾼이 될 것이며, 의사가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