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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검체 위∙수탁제도 개편 놓고 의료계 내부 ‘갈등확산’

의사회 VS 학회 의견 대립…용인시 醫, 의협 윤리위 제소도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 위수탁 제도 개선안’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크게 갈라졌다.

병·의원 간 검사 위탁 구조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개원가는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는 반면, 관련 학회들은 검사 질 관리 등을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는 정부의 개선안 내용은 ▲위·수탁기관 분리청구·지급 방식 도입이다. 현재 검사료는 위탁기관이 수탁기관 검사료·관리료를 일괄 청구한 뒤 상호정산하는 관행이 존재한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검사료 청구 및 지급을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더불어 정부는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 또는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행 제도에서 위탁기관에 지급되는 ‘위탁검사관리료’(10% 수준)가 문제로 지적돼 왔는데, 이 수수료를 폐지하거나 검사료 내에서 배분 비율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원가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안이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의협은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조치”라며 “필수의료와 일차의료를 지키는 의료기관의 진단검사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개악”이라고 평가했다. 

의협에 따르면 대부분의 일차의료기관은 검체를 수탁기관에 의뢰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일명 ‘내외산소’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검사는 진료의 핵심 요소인데도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인 제도변경 강행은 사실상 일차의료와 필수의료를 말살시키려는 고의적 시도라는 지적이다. 

또 2023년 보건복지부가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맡긴 관련 연구보고서에서도 상호정산 및 자율계약으로 배분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음을 예로 들며 “상대가치제도 도입당시 검체검사 항목에도 원칙적으로 행위료와 관리료 각각 상대가치점수를 구분해서 책정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주요 의사회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검사비용 분리청구가 시행되면, 환자들은 진료비와 검사비를 이중으로 수납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될 것이며, 민감한 개인 질병 정보가 수탁기관으로 직접 전송되면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비급여 검사료 정산의 복잡성, 검사 오류 발생 시 의료행위 주체 간 책임소재의 불분명 문제, 그리고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되는 청구 시스템 개발 및 관리, 비용 지급의 혼란 등 그야말로 재앙적인 문제들이 연쇄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현재 산부인과 수가 원가보전율은 61%밖에 되지 않는다”며 “제도 개선이 시행된다면 일차의료기관은 검사 처방을 사실상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산부인과 의원의 주요 수입원인 세포병리검사와 STD PCR 검사(성매개감염검사)는 여성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진단 수단이지만, 상호정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관에선 손해를 감수하며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검체검사 비용을 위·수탁으로 분리 청구하면 환자의 본인부담금 결제 절차도 이중화되고, 5만여개의 검사수가코드 중복으로 행정적 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감정보 유출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또한 환자 불편 증가, 개인정보 유출 우려, 비급여 정산 혼선, 의료행위 책임 불명확, 청구시스템 혼란 등 다수의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행정의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에게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흉부외과의사회는 “충분한 협의 없이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 개선이 아닌, 단순한 행정 편의에 불과하다”며 “의료계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의협은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의협은 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의 전면 개편과 관련 수가 개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검체검사 제도개편 강제화 전면 중단 촉구 대표자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또 오는 16일에는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을 포함해 성분명처방,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등 주요 보건의료 현안을 짚는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반면 대한병리학회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핵의학회 등은 정부의 개선 방향에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병리학회는 “위·수탁 과정에서의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과도한 수가 할인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많은 수탁검사기관에서 불가피하게 과도한 양의 검체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병리검체검사 과정 중 오류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정감사에서도 병리과 검체검사 오류사건이 지적된 점을 짚으며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진행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용인시의사회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아, 회원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정부-의료계의 대립을 넘어,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용인시의사회는 ‘검체검사 할인 관행은 준(準)불법적이거나 리베이트 성격이 짙은 행위’ 등의 표현이 반영된 신 이사장의 언론 인터뷰가 전국 개원의·의원급 의료기관을 사실상 불법·비윤리적 집단으로 단정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에 윤리위원회에 ▲이 사안을 즉시 예비심사 안건으로 상정해 피제소인의 발언 경위 및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 ▲조사결과에 따라 의협회원의 명예회복과 직역 간 신뢰회복을 위한 합당한 징계조치 강구 ▲향후 유사사태 방지를 위해 의협 산하학회장의 대외 발언에 대한 사전검토절차 마련 검토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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