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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의료계 신년하례회, 위기의식 재확인

의협-병협, 8일 의협회관서 의료계 신년하례회 개최


지금이 무너진 의료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이 의료계와 정부 모두에서 제기됐다. 비록 서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개선방안은 달랐지만, 의료인력 수급, 필수의료 등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의료현장이 마주한 정책들에 대해서 보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의사인력 수급추계에 대해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AI 발전과 의료시스템 변화에 따른 생산성 증가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말했다. 이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건강보험 급여 지출액이 100조원에 달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현 인력추계는 의대정원 증원 따라 필요한 막대한 재정지출에 대한 대안이 없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 처리 안전법’의 시급한 제정 ▲복무기간 단축을 통한 군의관 입대 유인 ▲필수의료 분야 전략적 지원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은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재의 구조가 의료기관 간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수익이 되지 않는 필수 영역의 의료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상과 고가 의료장비는 과잉 투자되고, 한정된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의료는 경쟁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는 조화와 분담의 체계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필수·중증·지역의료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인력 추계에 대해서도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전국 단위의 막연한 추계가 아니라, 지역별·전문과목별 현실을 반영한 중장기 인력 수급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또 “적정 보상이 이뤄지더라도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필수의료는 지속될 수 없다”며 “사법 리스크 완화와 재정 지원은 반드시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이것이 지역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아울러 건강보험 제도의 재설계도 촉구했다. 이 회장은 “경증진료에 대한 무분별한 혜택은 조정하고, 필수의료와 중증의료에 책임있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KDRG 등 지불제도 역시 현장의 복잡성과 자원소모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당장 올해의 필수의료 과목 인력수급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10년 후의 지역의료를 위해 의사수급을 추계하는 것은 현장과 동떨어진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정확한 인식 파악과 당장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또 “변화가 없을 경우 대의원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의협 집행부에서도 이 점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2035년이 되기 전 망가진 의료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의료사고안전망, 의대교육, 수련환경, 지역의료, 재정효율화 방안 등 여러 개혁과제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문제의식을 함께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지금이 의료를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일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정부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넌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언급하며, 국민중심의 보건의료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의료계도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정계


신년하례회에는 보건복지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먼저 국민의힘에서는 김예지 의원은 “의료계의 모든 말들은 정책적 언어로 그치지 않고, 생명의 언어로 맞춰져야 한다. 생명의 언어가 입법부를 통해 국민들께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지아 의원은 “선의에서 시작한 정책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다 천천히 정교하게 소통해야 한다”며 돌다리도 두드려보면서 건너가는 자세를 촉구했다.

서명옥 의원은 “의료계는 국민 건강을 위해 정책을 함께 만들고 실행하는 동반자”라며 ”산적한 주요 의료현안들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일방적인 정책결정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라며 ”많은 우려가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와 투명한 논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협의체에서 산출된 결과인 만큼 의협도 그 결과를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박희승 의원은 “의료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의료인과 충분히 소통하는 정책, 법안을 만들겠다”면서 “국민 모두와 의료인들이 행복한 의료개혁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제네바 선언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며 “의료계의 자유의사와 명예를 지키는 방향의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보건복지부에 당부했다. 

또 전공의 등 미래세대의 의사들에게 관심을 촉구하며 “의대교육과 수련을 제발 챙겨달라. 다음 세대를 현 세대가 챙기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의료계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 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외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도 3명 참석해 의료계의 2026년 출발을 함께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역시 이주영 의원의 정책방향 제언에 대해 공감하면서 “의사의 자유의지와 명예가 존중되는 것이 의료개혁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또 “건보공단 특사경 제도 도입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사위 차원에서 (의료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의사들이 지방에서도 공공의료에 잘 종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역의료∙필수의료∙공공의료를 살리는 일에 대해 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전현희 의원도 “의사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한다”면서 “앞으로도 의료계와 소통하고 정부와 협의해 의료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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