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한한의사협회가 ‘레이저 및 에너지 기반 피부미용기기 사용법’ 보수교육을 홍보하면서 “한의사가 피부미용 전문가”라는 뻔뻔한 주장을 한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는 깊은 분노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한의협의 이러한 주장은 법적 근거도, 의학적 타당성도, 국민 안전도 안중에 없는 전형적인 의과영역 침탈 시도이며 국민을 현혹시키는 위험한 선동이다.
레이저·고주파·초음파 등 피부미용 의료기기는 모두 현대의학의 해부학·생리학·병리학·피부의학에 기반한 의과 의료기기로서,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기기다. 때문에 현대의학을 기반으로 만든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분명한 불법행위이며, 이는 대법원의 여러 판례·유권해석에서 일관되게 확인돼 왔다.
한의협은 법리오해로 점철된 경찰 판단과 일부 유권해석들을 확대·왜곡해 마치 한의사의 레이저 사용이 합법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으나, 대법원 판례 중 어떤 것도 레이저 등 의료기기의 한의사 사용을 인정한 적이 없다.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또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진단용에 한정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제한적 허용”한 것이지, 치료용 의료기기 내지 현대의학적 진단을 위한 사용까지 허용한 것이 절대 아니다.
한의협의 주장처럼 관련 교육 이수·학회 활동 등이 전문성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 고작 몇 시간의 보수교육으로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양심이 없는 판단이며, 세계의과대학명부에서 퇴출된 한의대의 인증 안된 교육부터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매번 한의계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주장의 실체가 그렇듯 제대로 검증된 강사진도 없으며, 교재 또한 복사본·편집요약본으로 설익은 지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혹시나 연수강좌를 몇 번 듣고, 레이저 불법 의료행위를 행하는 한의사가 있다면 이는 선무당이 사람잡는 격으로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며,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또한 한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의사가 마취약물의 이해와 부작용, 적응증과 금기증 등”의 교육을 언급했으나, 한의사는 의약품 투여 권한이 없으며 마취의약품은 명백한 의과 영역이다. 마취약물 사용, 부작용, 쇼크 대응은 의학적 지식과 응급처치 능력이 필수적이며, 한의사가 단지 이를 교육받는다고 해 사용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스스로 불법의 가능성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간혹 한의사는 두꺼비독을 마취에 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등 한의사의 의과 의약품 불법 사용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매번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에도 한의사가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봉침액과 혼합해 통증 부위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서울남부지법은 1심과 2심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유죄를 선고한 바도 있다.
한편, 한의협이 ‘의사보다 한의사가 피부미용 진료에 훨씬 더 전문가’라고 발언하면서 ‘의과와의 경쟁이 의료 발전에 필요하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의사들을 경쟁상대로 삼아 수준 낮은 비교를 이어갈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 사용에 필요한 전문 역량과 권한이 없는 자신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의료행위는 경쟁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전문 영역이다. 전문성 없는 직역이 위험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발전이 아니라 의료체계 붕괴와 국민 피해 증가로 이어진다. 이미 한의계의 초음파·레이저 사용 등 피부미용 시술로 인한 오진, 화상, 흉터, 조직 손상, 치료 지연 등의 피해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경쟁에서 도태된 의사들은 지역의료나 챙기라’는 취지의 망발은 의료직역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조차 저버린 조롱 수준의 언행이며, 극히 부적절한 태도다. 현대의학적 기반도, 교육과정도, 전문성도 갖추지 않은 한의사가 의료기기 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사를 비하하는 것은 전문성 부족을 감추기 위한 선동으로 이러한 망언에 대해 즉각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더욱이 지역의료를 ‘도태된 의사가 가야 할 곳’으로 비하한 발언은 우리 사회의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해 헌신하는 수많은 의사들을 모욕하는 것이자, 지역 주민의 건강권을 가볍게 여기는 심각한 수준의 인식으로 한의협의 이러한 주장과 태도는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협이 반복적으로 의과 의료행위 침탈을 합법인 것처럼 포장하고, 판례를 왜곡하고, 경찰서 불송치 결정을 과장하여 국민을 호도하는 행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 면허범위는 국민 생명·신체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어떤 직역도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넘나들 수 없다.
한특위는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한의계의 불법 의료행위와 의과영역 침탈 시도에 대해 고발을 비롯한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시도와 허위 선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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