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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유산∙기형 위험 한약재로 난임치료…“세금으로 희망고문”

의료계 “안전성·유효성 검증 없이 공공재원 투입…난임 치료 골든타임 놓쳐”


의료계가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산모∙태아의 안전이나 치료효과가 보장되지 않은 것은 물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는 사이에 난임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한방 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등과 함께 한방난임치료 문제점을 짚고 지원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3일 의협 회관에서 개최했다. 

이 날 의료계는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 즉각 중단 △한방 난임치료에 사용되는 한약재의 독성, 기형유발 가능성, 유산율 및 출생아 건강 전수조사 실시 △안전성∙유효성 입증할 자료 없이 제도화 요구하는 행위 중단 등을 촉구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박상호 위원장은 “난임치료는 기분이 좋아지는 치료가 아니다”라며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취지는 정의롭고 선할 수 있으나, 이는 근거를 대신할 수 없다. 국민세금으로 진행되는 ‘검증되지 않은 실험’”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복지부 지원으로 수행된 한방 난임치료 연구를 2019년 해외 학술지에 투고되는 과정에서, 이미 영국의 심사위원 잭 윌킨슨으로부터 “비과학적이며, 임상연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게재가 거부됐던던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한방 난임치료를 공공재원으로 지원하는 것은 의료의 기본원칙인 과학과 안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난임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고문이 아닌 검증된 치료와 정확한 자료,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 결과의 투명한 공개 필요성도 제기됐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예상 규모, 참여 대상자, 치료 기간, 임신 성공률, 출산 규모, 탈락율, 부작용 등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 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한방 난임치료의 임신 성공율은 12.5%로, 비치료 난임부부의 자연임신율인 24.6~28.7%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반면 체외수정 시술은 54%로 성공율이 확연히 높았고, 보건복지부 의뢰 연구결과 한방치료의 경유 유산율은 46.2%에 달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개원의사회 문제원 학술이사는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물에 빠졌을 때 지푸라기를 잡으면 죽는다. 합리적이면서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객관적인 상황을 만들어야 치료효과가 극대화된다”고 했다. 

문 학술이사는 또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제 권고안 어디에서도 한의학이나 동양의 보조적 요법이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입증해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자”고 당부를 전했다. 

한약재의 안전성 문제도 지적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기철 부회장은 특히 난임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한약재 중 태아기형이나 유산, 장기독성 위험이 지적된 약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목단피’가 언급됐는데, 이는 수정란 착상을 억제하거나 유산, 조산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부자/천오, 인삼, 감초, 백출, 홍화 도인 등도 사산이나 기형, ADHD, 초기하혈 등을 유발한다.

이 부회장은 “임신 사실을 인지할 때까지 한약을 계속 복용하게 되는 한방 난임치료 특성상, 태아 형성초기에 취약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정부차원의 전수조사나 안전성 검증은 이뤄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2017년 울산에서의 사업 결과, 사업대상자 52명 중 1.9%만 임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실상 자연임신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를 대표해 참석한 김미란 교수(대한가임력보존학회 회장)는 한방 난임치료를 ‘희망고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난임치료에서는 한 달, 두 달이 아깝다. 그 사이에 빨리 의학적인 치료가 개입했다면 임신 기회가 높아질 수 있는데 국가가 기회를 뺏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전혀 표시∙연구되지 않은 치료로 생명의 시작점이자 너무나도 약한 생명체에 대한 가해를 가하는 것”이라면서 “비과학과 전통의 기대는 치료가 아닌, 철저한 검증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만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현장에서는 희망을 안고 한방치료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김 교수는 “안전성이나 효과성이 검증된 연구가 없어 환자들에게는 설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한편 의료계는 한의계가 요구한 한방 난임치료에 대한 공청회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이재만 정책이사는 “정부 주관 아래 의료계, 한의계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조속히 개최해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 안정성에 대해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국민 앞에 투명하게 검증받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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