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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대개협 “의료현실 무시한 일방적 검체 위·수탁 개악 반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내부신고’, ‘민원’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수탁기관-위탁기관 간 온갖 불공정 거래가 만연한 것처럼 문제제기 하면서, 현행 검체 검사 수탁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건강보험정책국장의 인터뷰가 언론을 통해 보도돼 전 의료계를 공분하게 만들었다.
 
지난 수십 년간 위탁기관은 검사료(100%)와 위탁검사관리료(10%)를 합산한 전체 검사비용(110%)을 청구하고, 심평원은 위·수탁기관에서 제출된 자료를 대조심사해 위탁기관에 전체 검사비용을 지급하였으며, 위·수탁기관은 개별 계약에 따라 상호 정산하는 방식으로 검체 위·수탁제도가 운영돼 왔다. 

검체검사는 검사기계에 검체를 넣어 결과 값을 도출하는 단순한 과정이 절대 아니다. 저수가인 대한민국 의료 현실에서 검사에 대한 필요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검체 채취 후 검사 전 검체의 전처치 과정과 보관 후 수탁기관에 전달하는 과정을 거쳐 결과에 대한 임상적 해석을 환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이 매우 복잡한 과정이 단순히 위탁관리료로 갈음하기에는 절대 불가능함을 정부 당국에서 모를 리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2년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 논의 과정에서 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칠 것임’을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일방적인 정부의 입장을 보도했다. 이를 접한 의료계는 다시 제2의 의정 갈등 사태를 일으키려는 상황을 초래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검체 검사 비용의 위·수탁 분리(개별) 청구가 실제로 의료 현장에 적용될 경우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인터뷰 내용대로 분리 수가 청구를 적용하기 위해 환자 검체를 방문 의료기관 외 다른 기관에서도 검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진료 현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위탁기관에서 환자 본인부담금 수납을 위해 결국 환자가 수탁기관에 비용 수납 절차를 분리해 진행해야 하므로 환자로 하여금 ‘이중 결제’라는 혼란과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5만여개에 달하는 검사 수가 코드를 이중으로 만든다면 행정 상에서도 커다란 혼란이 올 것이며, 청구 후 삭감 등의 문제 역시 위·수탁기관 간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다. 또한 개인 정보가 진료 받은 기관뿐만 아니라 수탁 검사 기관에 전송됨에 따라 개인 정보 유출 위험성이 커질 것이 뻔하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에 외부 용역으로 진행한 ‘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 방안 마련 연구’의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이 연구에서 전문가들은 모든 검사에 똑같은 비율로 비용을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결론 내리고, 전체 건강보험료 총액 안에서 기관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비용 분배 비율을 정하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철저히 배제한 채 검체 검사 비용의 위·수탁 분리 청구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전가의 보도인 양 주장하지만, 이는 의료 현실을 싸그리 무시한 탁상행정의 전형일 뿐이다. 근거 중심 의학의 핵심은 검사이고, 환자의 문진과 신체 진찰 이후 진단과 치료를 위해 중요하게 시행해야 하는 것이 바로 검체 검사다. 

의사의 적절한 판단을 통해 신속히 검사가 진행되어야 오진을 막고, 중증 및 응급상황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다. 수탁 검사에 의존하는 대부분 일차 의료기관들은 일방적인 제도 변화로 인해 검사 처방 행위가 매우 감소할 것이다. 이는 곧바로 일차 의료의 심각한 위축과 더 나아가 필수 의료 붕괴를 가속화해 국민 건강의 위해로 직결될 것은 자명하다. 

다양한 위탁기관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검체 비용의 분할 청구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더 큰 갈등과 혼란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번 문제에 대해 논의 테이블을 열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수탁기관 간 과당 경쟁, 재위탁 등 여러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법까지 논의의 장을 넓혀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전문가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정책을 밀고 나간다면 대한민국 의사들의 커다란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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