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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국민건강 직결된 자가검사시약 품목 신설 우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6년 3월 25일 행정예고한 ‘체외진단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고시안(공고 제2026-159호)은 자가검사용 호흡기 바이러스 면역검사시약,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및 마약류 물질대사검사시약의 세 품목을 신설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높아진 자가검사 수요를 제도적으로 수용하려는 정책적 시도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단은 단순한 기술적 확인이 아니라 숙련된 의료적 판단과 그에 따른 치료, 신고, 역학 관리를 포함한 후속 조치가 결합된 전문적 의료 행위임을 강조한다. 정확도가 담보되지 않은 자가검사 키트의 무분별한 허용은 위음성에 의한 치료 지연, 공중보건 감시망 약화, 결과 오독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라는 세 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갖추고 있어, 의료접근성이 제한적인 국가를 전제로 설계된 해외의 자가검사 확대 정책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국내 의료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단순히 일부 국가의 운영 현황을 근거로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국내 의료 이용 환경과 감염병 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인플루엔자,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인두 심부에서 검체를 채취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지만 일반인의 자가 비강 채취는 검체의 질과 양이 충분히 확보되기 어려워 신속항원검사의 임상적 민감도를 더욱 저하시킨다는 것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인플루엔자는 발병 후 48시간 이내의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 골든타임이 존재함에도 위음성 결과를 신뢰한 환자가 의료기관 방문을 지연할 경우, 특히 소아·고령자·기저질환자에서 폐렴 등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다. 반대로 위양성 발생 시에는 실제 감염이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의원 방문이 급증해 의료 자원의 낭비와 의료체계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자가검사 운영 과정에서 이미 위음성에 따른 감염 확산 문제가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오미크론 대유행기인 2022년에 국내 이비인후과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대한이비인후두두경부학회지 2025;68(10): 411-420) 자가키트의 위음성율이 28.4%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증상이 있음에도 자가검사 음성을 근거로 일상생활을 지속함으로써 실제 감염자가 지역사회 전파를 일으키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으며, 키트 사재기와 검사 남용, 그리고 자가검사 결과가 공식 신고 체계에 포함되지 않음으로 인한 감염 규모 파악의 어려움이 국가 감염병 관리 체계를 약화시킨 전례가 명백히 존재한다. 

새롭게 도입하려는 자가검사용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역시 국제 표준 진단 알고리즘을 충족하지 못해, 과거 완치자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심어주거나 치료가 필요한 활동성 감염자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검사의 민감도가 40~70% 수준에 불과하며 무증상 감염 시 진단율이 급격히 저하된다. 

성매개감염병의 주요 전파 경로가 무증상 감염자임을 감안할 때, 이처럼 높은 위음성 발생률은 감염자가 본인을 음성으로 오인해 성접촉을 지속하게 함으로써 지역사회 내 성병 확산을 국가가 사실상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불어 성매개감염병은 사회적 낙인이 커서 자가검사 양성 결과를 은폐하거나 법정 감염병 신고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감염 규모를 왜곡시키고 역학조사·접촉자 관리의 공백을 초래해 국가 감염병 감시 체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게 된다.
 
성매개감염체 시약은 3등급으로 분류된 반면, 법적·형사적 파급력이 결코 낮지 않은 마약류 자가검사시약은 2등급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분류돼 있다. 그러나 개정이유서 어디에도 이 등급 분류의 합리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수긍하기 어렵다. 일반 소비자에게 마약류 자가검사 키트가 유통될 경우, 마약 사용자가 사전에 자가검사를 통해 법적 처벌 가능성을 가늠하고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세 품목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확진-치료-신고-관리'로 이어지는 감염병 관리 전 주기 연계의 단절이다. 자가검사 결과는 법정 감염병 신고 체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자가검사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표본감시 기반 유행 예측 모델의 정확도가 저하되고 실제 감염 규모와 유행 양상의 파악이 어려워진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공공재적 영역이다. 정확도가 담보되지 않은 자가검사 키트를 시장에 보급함으로써 국가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전문적 진단과 관리 체계를 개인의 비용과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공적 방역망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가검사용 임상적 유효성 평가와 품질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속히 제도를 도입할 경우, 검사 결과의 불확실성이 증가해 의료적 판단에 혼선을 초래할 우려 또한 크다.
 
진단의 정확성, 공중보건 감시 체계의 완결성, 치료 연계의 적시성이 함께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가검사 품목 확대는 오히려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국가 방역 체계에 중대한 구멍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일시적·긴급적 필요에 의해 운영된 자가검사 체계를 평시에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하는 것은, 편의성이라는 명목 아래 진단이라는 고도의 의료 행위를 상업화하고 공적 방역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행위이다.
 
이에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 회원 일동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본 성명서의 전문적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고 ,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쳐 국민 건강 보호에 최선이 되는 결정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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