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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연세의료원勞 “일반직 쥐어짜기, 더는 못참아”

다면평가, 연이은 무리한 새 사업 등 피해의식 위험수위


연세의료원노사가 교섭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병원의 일반직 처우에 대한 연세의료원노조의 피해의식이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의료원노조에 따르면 임금협상이든 단체협약이든 의료원측은 일관되게 ‘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협상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문제는 멀게는 새 병원건축을 비롯해 지난해 JCI, NSCI 등 글로벌 세브란스의 일환으로 시행된 의료원의 각종 굵직한 정책들에 대한 일반직의 노고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새 사업에 드는 돈타령만 한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즉 일반직이 의료원의 핵심 구성원인 것은 맞지만 왜 매번 의료원의 사업이 생길 때마다 정당한 평가나 보상 없이 일반직의 희생만 강요하느냐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수천만 원 정도의 진료수익 밖에 내지 못하는 임상과 의사들도 허다한데 이들은 가만히 놔두고 애매한 일반직 직원들의 인건비만 잡으려고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와중에 올해 초 새로 도입•실시된 다면평가제도는 의료원에 대한 일반직의 상실감에 불을 지르는 촉매제가 됐다.

다면평가제도를 실시한 결과, 평균점수에 미치지 못하는 일반직원들이 속출한 것.

노조 관계자는 “아무리 역량이 부족해도 적지 않은 직원들이 전 영역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제로 모 과의 과장 7명 중 6명이 다면평가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아 보직 사표를 제출했을 정도로 이번 평가의 파장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JCI평가 준비 등으로 인해 전 일반직이 1년 내내 정상 근무시간을 초과해가며 과중한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평가를 준 것에 대해 극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조민근 노조위원장은 “다면평가를 통해 받은 일반직들의 충격은 상당했다”며 “이번 교섭에서도 다면평가로 인한 노조원들의 상처가 노사간의 큰 장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원측은 다면평가는 평가항목만 다소 늘어났다 뿐이지 그 동안 실시해 오던 상향식, 하향식 평가제도와 다를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절대 평가점수 자체가 낮게 책정돼 결과를 받아들이는데 낯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언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면평가 자체의 설득력 내지 타당성 여부 이전에 이에 대한 의료원측의 충분한 설명과 대화과정이 없었다는 점이 의료원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 같은 저조한 평가결과를 대거 받은 것에 대해 일반직들은 다면평가를 마치 일반직 길들이기 나아가 연봉제, 성과제를 통한 일반직 조이기가 아니냐는 불안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앞서 언급한 임금과 관련해서 다면평가가 일반직에게만 실시된다는 점도 이 같은 상대적 박탈감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당수의 의사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실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의료원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일반직의 희생을 통해서만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연세의료원의 무리한 사업확장이 빚어낸 결과라는 문제제기다.

노조측은 “영동병원의 일부 시설의 경우 단순 리모델링 수준으로 손 볼 수도 있었는데 시설 전체를 새로 리모델링해 수백억의 돈을 굳이 쓰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재원이 남아도는 상황도 아니라서 나중에 좀 더 수익을 내서 돈이 모이면 그때 새로 짓자고 의료원측에 건의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시설에 드는, 하지만 있지도 않은 돈은 결국 어디서 충당하겠느냐? 이것 말고도 송도진출, 용인새병원에 들어갈 돈이 엄청난데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의료원의 새 사업에 대한 포비아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민근 노조위원장은 “빅 5에 꼽히는 국내 유수의 종합병원이기는 하지만 연세의료원은 사립대병원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재벌병원들이나 체제가 다른 서울대병원과 무조건 경쟁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의료원 사업의 무리함을 꼬집었다.

이같이 연세의료원노사간의 감정의 골이 너무 큰 탓에 교섭이 6개월째 접어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협상은 물론 단체교섭 모두 쟁점화된 사안 하나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노조측은 이번만은 일반직의 권리를 찾겠다는 강력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지난 달 27일 세브란스새병원 앞에서 열린 임단협 총력투쟁결의대회에서 의료원 조합원 1700명이 참가해 이 같은 결의가 대대적으로 표출된 바 있다.

최근 실시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도 85%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돼 의료원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일측촉발의 수준임이 증명됐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 7일 중노위에서도 조정중지가 결정됨에 따라 연세의료원노조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총파업을 합법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노조 지도부 역시 이미 발 빠르게 파업 로드맵을 확정해 놓고 있는 만큼 의료원측이 마지막까지 일반직에 대한 제대로 된 입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번 총 파업에 전격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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