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파업이 오늘(26일)로 17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사태의 원인은 사측의 근거없는 원칙고수와 타협거부에 있다며 의료원측의 성실 교섭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홍명옥)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현재 노조가 아무리 양보하고 타협해서 타결을 하고 싶어도 사측이 응하지 않는 것이 이번 파업사태의 현실“이라고 지탄했다.
이미 의료원 내부에서 ‘3개월이 가더라도 이번에 노조를 손 봐야 한다.’ ‘현 노조집행부는 안된다’ 는 식의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파업을 유도해 환자 불편을 빌미로 노조를 고립시키고, 무노무임 적용과 노조 요구 분리수용 등으로 내부 불만을 극대화시켜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사측의 의도가 너무나 명백하다는 것.
보건의료노조는 “결국 연세의료원은 노사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타결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측의 또 다른 의도로 인해 타결을 ‘안’ 하는 것이며 작년 1200억이라는 사상최고의 진료실적을 올린 병원으로서 ‘지불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타결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지금 연세의료원은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측이 노조를 없애기 위한 ‘경영파업’, ‘기획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황파악을 분명히 할 것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보건의료노조는 연세의료원 노조가 요구하는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간호등급 1등급 상향 조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다인병상 확대는 단지 병원노동자 자신의 요구를 넘어 환자와 국민 모두를 위한 의료 공공성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인사경영권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문제제기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만 해도 대다수 병원에서 인력충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 몇 년 전부터 노사가 협상을 통해 ‘어느 부서에 몇 명을 인력충원을 할 것인지? 기존의 비정규직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할 것인지?’를 협상하고 합의해 왔으며 올해는 산별교섭 합의에 따라 연세의료원 노조에서 요구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간호인력충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소속 병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때문에 같은 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연세의료원에서만 그것이 특별한 인사경영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연세의료원 노조를 우롱하겠다는 의도라고 맹비난했다.
연세의료원노조에 대해서도 이제 사측의 의도가 보다 분명해진 만큼 사측의 노조무력화 음모에 맞서 보다 철저한 중장기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연세의료원 파업투쟁을 지지 엄호하는 지지연대단위도 대폭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연세의료원노조가 소속돼 있는 한국노총과 의료산업연맹에만 국한되지 말고 보건의료노조를 포함한 민주노총에도 정식으로 연대와 지원을 요청 시민사회단체에도 도움을 청할 것을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김철수 병원협회장이 연세의료원을 방문하고 격려금을 주고 간 것을 들어 연세의료원과 보건의료노조 사립대병원들이 속해 있는 사립대병원장협의회와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에 매번 개입해 왔던 모 노무사의 개입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움직임들을 비춰볼때 이번 연세의료원 파업이 단지 연세의료원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립대병원 나아가 병원계 전체의 대리전 성격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투쟁이 승리하기위해서는 연세의료원노조만의 투쟁이 아니라 사립대병원, 나아가 병원 노동자 전체의 투쟁으로, 그리고 노동계 전체의 공동투쟁으로 만들어가야함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언제든지 연대투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연세의료원 정상화와 의료 공공성 강화,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범노동시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한편 박창일 세브란스병원장이 모 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료원은 무노무임 적용과 인사경영권 사수 등 원칙을 지킨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 노사관계에서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사측이 정한 입장을 완강하게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성실과 대화, 그리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훈상 연세의료원장에게도 “정작 의료원이 두려워해야하는 것은 40%의 병상가동률, 60%의 외래환자, 1/3로 떨어진 암환자 수술 건수가 아니라, 의료원으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조합원들의 마음”이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노사관계를 발전시켜야지 기존의 전근대적 방식으로는 노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나아가 지난 가톨릭중앙의료원 파업사태와 경희의료원 파업사태 등 두 개의 장기파업에 비춰볼 때 사립대병원의 내부구조상 재단과 학교가 나서지 않으면 노사간 해결을 점점 어려워진다고 지적하며 방우영 재단 이사장과 정창영 연세대학교 총장이 이번 연세의료원 사태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