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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B형 간염 잡는 쌍두마차 ‘제픽스’ & ‘헵세라’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B형 간염 치료제 ‘제픽스’와 ‘헵세라’

[쿠키 건강] 우리 주변에는 종종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다른 질병에도 효과를 보여 탄생한 신약이 있다. 비아그라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실제로 치료의 희망을 포기한 환자들에게 구원과도 같이 출현한 약이 바로 최초의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제픽스'이다.

제픽스의 주성분인 라미부딘을 처음 발견한 것은 캐나다의 비오캠(Biochem)사였으며, 영국계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는 1990년부터 라미부딘을 HIV 치료약으로 공동개발하기 시작했다. 라미부딘은 1995년 미국과 1996년 영국에서 에이즈 치료제로 승인을 받아 현재 3TC 혹은 에피비어(Epivir)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연구가 진행되면서 B형 간염 바이러스(HBV)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 1992년 말부터 전세계적으로 만성 B형 간염 치료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99년 국내에서 발매가 시작된 최초의 경구용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제픽스는 생체 면역체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B형 간염 바이러스의 DNA 중합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의 복제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억제한다. 정제로 되어있어 1일 1회 복용의 편리함과 뛰어난 효과로 기존의 인터페론이 장악해오던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을 순식간에 잠식했다.

◇ 2백 5십만 만성 B형 간염환자의 희망이 되다

만성 B형 간염은 전세계적으로 약 3억 5천명에서 4억 명이 앓고 있으며, 이중 약 75%는 아시아권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픽스 개발 당시 약 2백 5십만 명의 B형 간염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고, 특히 30대, 40대, 50대 남자의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B형 간염에 감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요양이나 영양보충 및 각종 민간요법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1999년 제픽스의 출현은 국내 의료진뿐만 아니라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주었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견된 것은 1967년이었으나, 이후 30년이 지나도록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제픽스가 발매되기 전까지는 인터페론이 만성 B형 간염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였지만, 주사로 접종해야 하는 불편함과 함께, 치료에 실패할 경우 환자에게는 더 이상의 치료 대안이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 만성 B형 간염, 자체만으로는 심각한 질병 아니다

만성 간질환에 의한 사망원인은 대부분 간경변으로 진행된 후에 유발되는 합병증 또는 간암으로 인한 것이고, 간암 환자의 약 80%는 간경변을 동반하고 있다. 만성 B형 간염은 그 자체만으로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은 아니며, 간경변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만성 간질환에 대해 걱정을 덜 수 있다. 따라서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에서 간경변으로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만성 바이러스성 간질환 치료의 최대 목표이고,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픽스와 같은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제픽스는 간세포를 공격하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작용하여 증식을 막아준다. 제픽스의 효능과 안전성은 장기간의 임상 데이터와 10년 이상의 처방 경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또한 간 조직의 손상을 막아주어 간염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능을 보여준다. 2003년 발표된 한 다국적 임상시험(CALM) 결과에 따르면, 진행된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제픽스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간암이나 간부전과 같은 심각한 상태로 질병이 진행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픽스는 발매 첫 해인 약 7개월 동안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지속적으로 가파른 성장을 이루면서, GSK가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제약회사로 성장하는 견인차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 두 번째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탄생

이후 2004년 6월에 GSK는 또 다른 만성 B형 간염치료제 헵세라(성분명 아데포비어)를 국내에 발매했다. 헵세라는 길리어드(Gilead)사가 개발한 제품으로, 제픽스에 내성을 나타내는 환자들에게 효과를 보여 간염 환자들의 치료제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

헵세라는 제픽스와 마찬가지로 B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복제되는 것을 방지하여 만성 B형 간염의 원인을 직접 공격함으로써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헵세라의 중요한 특징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 균주의 발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인데, 이는 헵세라가 가지고 있는 화학적 배열의 특성으로 인한 것이다. 헵세라는 제픽스 내성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제픽스를 대체하거나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실제로 제픽스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헵세라를 병용 투여했을 때 5년까지 내성 발현으로 인한 바이러스 돌파현상이 생기지 않고 있다.

2007년부터 GSK의 제픽스와 헵세라에 이어 다른 회사에서 만성 B형 간염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GSK는 경쟁 국면에 들어갔지만, 제픽스와 헵세라는 여전히 대한간학회가 인정하는 약제로서 시장 우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제픽스는 발매 이래 지금까지 10여 년간 환자들에게 사용되면서 여러 임상 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확보된 유일한 B형 간염 치료제이며, 보험 및 가격 면에서도 타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 /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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