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우려했던 리베이트 쌍벌제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법안이 통과됨과 동시에 대한의사협회는 담화문을 발표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설 뜻을 내비쳤고, 대한병원협회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리베이트 쌍벌제를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그간 의료계가 현행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대한 법안.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는 쌍벌제 법안과 관련해 반대와 함께 수차례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의료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의료계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반대하던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기조가 강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은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 마디로 본회의를 통과한 날을 “치욕적인 날”로 정의했다.
치욕적인 날…약제비 절감 물 건너가나?
경만호 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쌍벌제는 의료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재정에 크나큰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의사협회는 쌍벌제가 통과됐지만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회원 모두가 분연히 궐기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회원들을 독려하고 나선 것.
담화문의 내용 중 “건강보험재정에 크나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경고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 의사협회의 기자회견 내용과 연관해서 바라볼 수 있다. 당시 의사협회는 쌍벌제를 강행할 경우 오리지널 위주로 의약품을 처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약제비 절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특히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지난해 수가결정 과정에서 약제비 절감을 부대조건으로 합의한바 있다. 이후 양 단체는 저가약 처방을 회원들에 독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벌제 통과로 의료계가 약제비 절감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 것. 저가약 처방이 아닌 오리지널 위주로 처방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건강보험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는 약제비가 늘어날 수 있다.
의사협회는 오리지널 처방과 관련해 “쌍벌제 강행은 복지부가 약제비 절감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지난해 수가결정 부대조건 합의를 먼저 깨뜨리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했다.
쌍벌제, 의료계 대정부 투쟁 분수령 작용
이와 함께 의사협회가 발표한 28일 담화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정부 투쟁은 이미 예견됐다. 지난 21일 의사협회는 “쌍벌제가 통과될 경우 집회 시위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특히 경만호 회장이 담화문을 통해 회원들의 궐기를 독려하고 나선점도 향후 정부에 대한 강경 투쟁을 예고하는 것. 문제는 회원들이 얼마나 따라줄 것이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의사협회의 대정부 투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계나 사회적 상황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이유 때문.
의료계 한 관계자는 “투쟁이라는 깃발을 들기는 쉽지만 회원들이 따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2000년만 하더라도 회원의 80~90%가 참석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았을 때 30%도 어렵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투쟁이라도 해야한다는 뜻은 있지만 동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배재할 수 없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의 체제로는 투쟁이 안된다고 본다. 체제를 바꾸어야한다”면서 “현재 중앙과 회원과의 관계가 벌어져 있다. 따라서 회원들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투쟁을 통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 따라 오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투쟁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아울러, 그는 “1년 이라는 시간동안 현 집행부가 회원들에 어느 정도 공을 들였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신임이 돈독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투쟁에 참여하는 회원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토록 반대했던 쌍벌제는 이미 의료계가 저지할 수 있는 손을 떠났다. 의료계가 뒤늦게 이를 수습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향후 리베이트 쌍벌제가 의료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그 변화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