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의협회장은 14일 오전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출연해 포괄수가제의 문제점, 반대 이유, 대안 등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특히, 인터뷰 말미에 포괄수가제를 주제로,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날 인터뷰 주요내용과 노환규회장의 주요 답변내용은 다음과 같다
포괄수가제 의무적용은 전면 반대
Q.맹장과 탈장, 치질, 백내장, 편도, 제왕절개, 자궁제거.. 이렇게 일곱 가지 수술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오는 7월부터는 병원과 의원급에,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에 의무적용될 예정이었는데, 의사협회는 전면 반대한다.. 이런 입장입니까?
A.네 맞습니다. 전면 반대할 뿐 아니라 적극 저지하기로 하였습니다. 의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8%, 즉 거의 모든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의무적용은 전면 반대 이유
Q.반대 이유가 궁금합니다. 왜 반대 결의를 한 겁니까?
A.정부는 좋다고 선전을 하고 의사들은 반대를 하니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제도가 국민에게는 좋고 의사에게는 나쁜 제도인 것으로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료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포괄수가제란 특정 질병 혹은 시술에 대한 총 치료비를 정해놓고서 지불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의사는 원가를 줄일수록 이윤이 많이 발생합니다. 즉 싼 재료를 사용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제도입니다. 가장 좋은 최선의 진료가 아니라 가장 경제적인 진료를 하게 되니까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백내장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이 수술에는 점탄물질, 인공수정체, 관류액 등 여러 가지 재료들이 필요하고, 각각의 재료는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의사가 좋은 것을 사용하고 그 비용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은 것을 사용하겠지만, 만일 30만원짜리 비싸고 좋은 인공수정체를 사용하거나 10만원짜리 값싼 수정체를 사용하거나 동일한 비용을 받는다면 의사는 비싼 수정체를 사용하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는 그 내용을 모르는채 싸구려 진료를 받게 될 것입니다. 모든 수술이 마찬가지이고 이것이 포괄수가제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환자에게 좋은 새로운 신기술이 나와도 그 신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새로운 치료방법의 비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포괄수가제는 의사와 국민으로부터 좋은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 제도입니다. 더구나 현재 정부가 강제하고 있는 포괄수가제는 대부분 원가에 못미치는 실정이어서 의료의 질적 하락이 더욱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맹장염 등 어려운 수술아닌데?
Q.맹장이나 백내장, 치질 같은 수술은 크게 어려운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의 질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을 거다.. 이런 반론도 있던데요.
A.많이 하는 수술이고 수가가 싸다고 쉬운 수술이 아닙니다. 맹장염으로 불리는 ‘충수돌기염’은 복막염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고 백내장 수술은 잘못하면 시력을 상실할 수 있으며 치질수술은 잘못하면 배변장애 증상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는 수술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7개 질환으로 시작하지만, 정부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거의 모든 시술에 포괄수가제를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정부의 주장이고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캐나다처럼 포괄수가제를 전면 도입한 나라의 통계를 살펴보면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그 해의 의료사고 사망률이 크게 증가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도 국민도 찬성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점에 대한 견해
Q.보건복지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금의 행위별 수가제가 불필요한 검사를 유발하거나 입원 일수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지적과 판단 때문이었잖습니까?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정해놓은 강제수가가 원가 이하였기 때문입니다. 2006년, 정부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제진료수가가 원가의 73.9%였습니다. 즉 짜장면을 예로 들면 원가 1,000원이 들어간 짜장면을 손님들에게 1,500원이 아니라 739원에 팔라고 강제하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주인은 재료를 재사용하는 편법이나 불법을 동원하거나 탕수육이나 팔보채를 팔아야 연명할 것입니다. 불필요한 검사를 유발하거나 입원일수를 늘리는 편법이 그래서 동원된 것입니다.
포괄수가제를 확대하면 반대로 필요한 검사가 줄어들고 입원환자를 빨리 내보내게 될 것입니다. 국민에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편법과 불법을 없애는 방법은 포괄수가제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수가를 현실화 하는 것입니다.
자율적 포괄수가제 병의원 참여율 높은데?
Q.현재 자율적으로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병의원을 보니까, 동네 의원은 86%, 중소병원의 40%인데, 이 정도면 상당한 비율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A.지금까지는 선택이었지만, 금년 7월부터는 선택의 권한이 없이 의무화됩니다. 이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단계별로 거의 모든 주요 질환의 치료에 이것을 확대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의료행위 감소 등에 대한 견해
Q.포괄수가제를 하면 불필요한 의료행위라든가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투입 비용도 줄어들 거고. 의원 경영이 나빠지지만은 않을 거다. 정부는 이런 입장을 보이고 있던데요.
A.불필요한 검사도 줄어들지만, 추가 검사 비용을 못받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의사가 꼭 필요한 검사도 안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포괄수가의 가격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내장 수술의 포괄수가는 2008년 수가에 비해 2011년에 오히려 20%를 줄였습니다. 현재 의료수가는 정부와 의사들이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 마음대로 포괄수가를 하향조정을 하는데 의원의 경영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의원의 경영은 악화되고 국민은 싸구려진료를 받게될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의협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에 대해
Q.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괄 수가제를 할 경우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기 때문에 이 제도 의무화를 반겨왔는데요. 이렇게 의사협회가 반대를 하고 나서면 소비자들 여론이 의사협회에 우호적일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풀어나가실 생각입니까?
A.현재의 진료수가가 원가 이하이기 때문에 진료수가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괄수가제가 전면 확대되면 의사들은 꼭 필요한 의료행위도 안하고 싸구려 진료만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은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돈을 적게 내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정부는 국민을 자꾸 속이고 있습니다. 싸고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 동안 정부는 의사들이 침묵하는 동안 국민을 속일 수 있었지만, 앞으로 의사협회는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입니다.
포괄수가제는 국민이 그 의미와 파장을 알게 되신다면 국민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반대할 제도입니다. 정부는 급증하는 의료비의 억제를 위해 포괄수가제를 거쳐 의료비 총액을 한정시키는 총액계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의료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제도로서 정부는 의사협회의 저항을 가볍게 생각할지 몰라도, 의사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진료를 거부할 각오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과 공개토론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