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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4800억 소요, 바람직한가?

도용 방지 효과도 의문…공단, “초기비용 크지만 장기적인 효과 커

건강보험공단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재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공단은 도입을 통해 보험증 도용을 방지하고 종이보험증 발급비용을 줄여 건보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위한 소요비용이 4800억원에 달해 비용 대비 효과성이 현격히 부족하고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 살펴봤다.[편집자 주]

공단은 지난 2001년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을 시작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의료기관들이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공단은 최근 재추진에 나서 지난 4월 전자건강보험증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실행방안을 마련한 후, 공청회 등을 거쳐 법령 개정을 추진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공단에서 가입자의 자격변동 시마다 발급하고 있는 종이로 된 건강보험증은 진료를 받을 때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 요양기관에 제출해 건강보험 가입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로서 공단은 종이 건강보험증 제작에 한 해 57억원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병‧의원 방문 시 건강보험증을 소지하지 않아 병‧의원에서는 가입자의 건강보험증을 확인하는 대신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해 진료하고 있는 실정.

이에 따른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과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사용, 건강보험증 대여‧도용으로 인한 개인의 진료기록 왜곡, 건강보험 재정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만 4만5천건의 증대여‧도용건수가 적발됐으며 13억원의 진료비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건강보험증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국민과 요양기관의 편의성 향상을 위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3억 막겠다고 4800억 전자보험증 도입 타당한가?”
지난 22일 진행된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전자보험증 도입을 추진 중인 공단을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5천만 국민, 전국 6만여개 의료기관, 2만여개 약국을 사업대상으로 1인 1카드 발급 및 전자처방전 도입을 중점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IC칩을 내장한 전자보험증 도입을 위해 약 48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

김 의원은 “문제는 지난 2007년 건보공단 의뢰로 작성된 연구보고서에서는 IC카드 형태의 전자보험증 도입 시 597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2015년 연구결과는 2007년에 비해 8배나 많은 소요비용이 추계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정확한 도입 비용 추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향후 얼마나 많은 국민 보험료가 사용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김 의원은 또 “전자보험증 IC칩에는 국민의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 저장을 전제로 하고 있어, 카드 분실 또는 정보 유출 시 상상할 없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실제로 공단이 추진 중인 전자보험증에는 ▲개인정보, ▲진료기록, ▲혈액형, 알레르기 정보 등 다양한 진료건강정보가 저장되며 사진과 지문까지 저장되면서 사실상 카드 한 장에 개인의 모든 정보가 들어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주 의원은 “신용카드 복제처럼 전자보험증을 가지고 다니다 분실했을 경우 별도의 카드 리더기를 통해 개인의 진료건강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며, 개인의 사전 동의 없이 다른 질병 및 진료경력이 의료기관에 제공됨으로써 사생활 침해 논란도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의원은 “수십억원 아끼자고 국민이 낸 보험료 4800억원을 쓰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비용 대비 효과, 경제성은 낙제점”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민간위탁 시 카드사에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더 나아가 김성주 의원은 “공단은 메르스 사태 이후 환자정보 공유 핑계를 대고 있지만, 당시 공단의 수진자 조회시스템과 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조제시스템(DUR)을 활용해 의심환자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환자 동선을 확인하려고 환자의 지문, 질병 및 진료이력까지 파악하려는 공단의 의도는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전자보험증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공단이 전자보험증 추진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했던 설문조사에도 신뢰성 문제가 지적됐다.

공단은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위해 IT기업인 K업체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국내 설문조사 결과 분석’을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자 4명 중 1명이 도입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도출해 현재 “전자보험증에 대한 찬성 여론이 매우 높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김성주 의원은 “입찰자격 조건을 무시한 연구진 구성으로 졸속으로 부실하게 연구해 소수의 설문조사 인원을 명분으로 전자보험증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일반시민은 33명, 의료기관 종사자는 27명에 불과해 적절한 표본 추출과 충분한 샘플이 있어야 함에도 자의적인 설문대상 선정 및 설문지 설계로 무리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지적이다.

입찰자격 조건으로 사회복지 및 사회정책 전문가가 명시됐지만 이마저도 단 한 명도 연구진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K업체는 약속된 기한 내에 연구도 마치지 못해 연구기간마저 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주 의원은 이와 관련해 “공단이 오직 IT 기술 검토에만 매몰된 연구를 진행해 연구 자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공단은 건강보험과 사회복지의 관점을 원칙으로 전자보험증의 유용성과 비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전자건강보험증 없어 메르스 확산되고 부정수급 많았나?”
공단이 전자보험증 도입의 중요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메르스 등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통제효과와 부정수급 방지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단은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으로 감염병을 즉시에 관리 통제함으로써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전염병 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약품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여 부적절한 의약품 사용을 차단하는 DUR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3년말 기준 99.2%의 요양기관이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현재의 DUR 시스템에 의해서도 감염병을 탐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을 위해 과다한 경제적, 행정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단은 또 전자보험증 도입을 통해 건강보험 미가입자의 신분도용으로 인한 재정누수를 방지하고, 의료기관간 중복검사를 방지하며, 약물중복처방·부작용을 방지하고, 환자 이동경로 추적으로 인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며, 응급시 신속한 치료를 가능케 하는 등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단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자보험증 도입 시 단말기 교체비용으로 225억 원, 5년간 스마트카드 발급비용으로 900억 원(4,800만명 기준) 등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공단의 독일 현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공보험가입자 7,000만명 중 약 98%가 G1 전자카드를 발급받아 이용하는데 소요된 비용이 1조 8,000억 원이 달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하지만 문정림 의원은 “아무리 IT기술 수준이나 물가수준을 감안하더라도 발급비용을 1/10 수준으로 낮게 계상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도 주민등록증을 전자주민증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에 대해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1인당 전자주민등록증 발급비용이 6,700원 수준이라고 보고했으나, 감사원 감사 결과 1만2천원-1만3천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나타나 사업을 중단한바 있다.

이 같은 사례를 들어 문 의원은 “공단은 전자보험증을 도입하면 매년 종이건강보험증 발급에 드는 비용 57억원, 보험증 도용 및 대여에 따른 누수비용 13억원(2014년 기준)의 재정절감 효과 등 연간 7천억이 재정이 절감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산출근거 내지 내역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정림 의원은 “종이보험증의 전자보험증 대체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전자주민등 대체와 다름없다”면서 “보건복지부와 공단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사항이 아니라 범부처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자보험증에는 전자주민증에 담기는 개인정보 외에 ‘건강정보, 진료정보’ 등이 담긴다”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추진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얼마의 재정의 투입될지, 제도 개선 시 재정절감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근거가 얼마인지, 부작용 우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자료가 제시된 후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단, 초기비용 크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사회적 편익 크다
국감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전자보험증 도입에 대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현 시점에서 전자보험증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도입 초기 시 초기 비용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로 인한 이점이 훨씬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공단은 최근 해명자료를 통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시 가입자의 신분도용 및 증대여 등 부정수급 방지(최근 5년간 연평균 적발금액 9.6억), 종이 건강보험증 발급비용 절감(연 55억), 외국인 부정수급 방지로 인한 추정액(2014년 587억), 중복검사 방지 비용(연평균 190억) 등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약물 중복처방 및 부작용 예방, 응급시 신속대응으로 인한 골드타임 사수,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확산 예방(4900억 추산) 등 사회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도입 초기에는 매체 발급비용 및 시스템 구축비용으로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비용 대비 경제적·사회적 편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인정보유출 논란과 관련해 공단은 “전자보험증은 자체 보안기능과 암호화 알고리즘을 통해 IC칩 내부에서 암·복호화를 수행해 데이터 접근을 위한 키 값을 모르면 누구도 IC칩에 저장된 정보에 접근이 불가능하며, 분실 시 본인 외에는 정보 확인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인증된 병원 단말기에서만 정보 확인이 가능하여 개인정보보호 기능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전자보험증 내에 저장할 정보의 내용과 범위는 사회적 논의와 동의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리고 덧붙였다.

특히 “이미 전자보험증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 독일, 벨기에, 대만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유사한 경로를 밟았으며, 아직까지 정보유출은 보고된 바 없다”면서 “도입 매체 이외에,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보안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용대비 효과성이 부족하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에 대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공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자보험증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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