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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낫 휘둘러…응급의료진에 대한 안전 보장 촉구

대한응급의사회 긴급성명서 “단순한 보여주기 식의 성의 없는 대책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15일 09시 경 경기도 용인의 한 종합병원에서 70대 남성이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낫을 휘둘러 목 아래 등 쪽에 부상을 입혔고, 피해 의사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가해자는 지난 10일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남편으로, 아내는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등 응급 조치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현장 의료진은 당시에도 가해자가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뒤 욕설과 함께 소란을 피웠다고 전했다.

가해 남성은 아내가 숨지고 며칠 뒤인 15일 아침, 아내의 담당 의사를 만나고 싶다면서 응급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어 가해자는 “먹을 것을 좀 챙겨왔다”며 갑자기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는 범행 이틀 전 응급실에 찾아와 진료 의사의 근무 날짜도 확인했다고 밝혀졌다.

이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 사건에 대해 ‘응급의료진에 대한 폭력과 엽기적 살인미수’로 칭하며 긴급성명서를 발표했다. 요지는 이전부터 응급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재발에 대한 방지와 상황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법에 따른 엄격한 처벌과 함께 개선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아래는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의 긴급성명서 전문이다.

응급의료진에 대한 폭력과 엽기적 살인미수에 대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긴급성명서 

심정지로 이송된 환자를 위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보호자가 계획적으로 거짓말로 스케줄을 확인하고 다시 찾아와 낫으로 목을 베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유는 환자치료에 대한 불만이었고, 처음 이송된 당시에도 진료현장에서 난동을 피웠었다고 한다.

이 당시에 난동을 제압하고 법적인 격리조치를 미리 취하였다면 이러한 불상사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환자와 보호자를 무한한 온정주의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로, 망자의 보호자가 설령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하더라도 단지 일시적 감정의 표출로 이해하고 넘어가려 했을 것이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더라도 법적 조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감사의 표현이 아니라 살해의도가 가득한 낫질이었다. 

응급의료현장의 폭력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이고, 응급의료인들에게 폭력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언어폭력, 성희롱과 같은 정신적인 폭력까지 생각하면 하루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에 이런 일들이 보도될 때마다 과도한 호기심과 자극적인 문구들만 난무할 뿐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적절한 해결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까지 여러 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도 계속 높아지게 되었다. 거기에 형량 하한제, 심신미약 무관용 원칙 등 다양하고도 강력한 조치들이 발표되었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안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처벌이 강화되다 보니 경찰이나 검찰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입건하는 자체를 꺼려하게 되고, 이는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해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응급의료현장은 높은 긴장과 불안상태에서 항상 긴박하게 돌아가는 곳이기에 병원 내의 다른 장소보다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장소이다. 또한 폭력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단지 피해자인 의료인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모든 응급환자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안전한 진료환경이다.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고 폭력이 발생할 경우 빠른 격리와 현장의 안정이 필요한 것이지 이미 폭력사건이 벌어진 후의 사후조치는 이미 늦는 것이다. 단순한 보여주기 식의 성의 없는 대책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현장의 전문가들과 재발방지와 개선방안에 대하여 논의의 장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폭력처벌 조항과 임세원법 제정 이후 의료현장 폭력에 대해 관용 없는 가중처벌을 공언해온 당국이 이번 사건에 정말로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인지 우리 모두는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더 이상 진료 중 다치고 희생되는 동료가 없어질 때까지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응급의료현장이 보다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은 책임감독의 의무를 다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2022년 6월 17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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