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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진료지원간호사, 환자안전∙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우선

오는 6월 21일 시행을 앞둔 간호법에 근거한 진료지원간호사 제도화 과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장 핵심인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안)’이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고, 이를 논의해야 할 공청회는 이견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 공청회에 정작 현장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배제된 것은 심히 유감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최희선)은 진료현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방치돼 온 PA(Physician Assistant, 진료지원인력) 문제를 가장 먼저 공론화시켰고, 2021년 9.2 노정합의를 통해 불법의료를 근절하고자 제도적 틀을 마련해왔다. 

당시 정부와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와 진료지원인력의 면허에 따른 업무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공청회를 거쳐 의료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 2023년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무면허 불법의료의 책임을 떠안으며 의료현장에서 '얼굴 없는 간호사'로 일해온 진료지원간호사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였다. 

최소한의 법적 보호 장치와 기본 요건은 마련돼야 한다.

진료지원간호사는 현장에서 오랜 시간 의사업무를 수행해 왔지만, 여전히 법적 보호 없이 고위험·고난도 업무에 노출돼 있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이상 시범사업을 운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공통서명시스템을 2027년 6월 30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혀 전담간호사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도 없이 일하라고 하고 있다. 이미 관련 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관도 존재하는 만큼, 의사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진료지원간호사에게 업무를 위임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 의료기관의 제도 운영 실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법적 감시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진료지원업무 수행 경력 1년 이상일 경우 임상경력 3년 이상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정부의 안은 위험하다. 간호사 임상경력 3년은 의료기관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간호업무의 경험을 쌓아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따른 대응 능력을 증진 시킬 수 있는 필수 요건이다. 또한 간호사들이 진료지원업무에서 간호업무로의 전환을 원할 때 간호사로서의 동질감을 가지게 해 줄 기본 요건이다.

전담간호사가 의사를 대체하게 해서는 안된다.

무분별하게 전담간호사를 늘리는 흐름도 반드시 통제돼야 한다. 기준 없이 전담간호사가 의사를 대체하게 되면 결국 환자 안전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대학병원 3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문의 대비 진료지원간호사 수가 2024년 1월 대비 2025년 1월에는 평균 30%p 증가해서 70%로 폭증했고, 627명에 달하는 병원도 있었다. 의정사태로 인한 진료공백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진료지원간호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계속된다면 직역 간 갈등과 의료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제도화는 간호사의 전문성 인정과 안전한 근무환경을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이론 및 실기를 포함한 자격시험 중심의 자격증 제도로 가야 하며 실질적인 교육·훈련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 확보와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료지원 간호사제도화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각 기관과 종별 현장에 대한 세심한 접근과 보완책 마련도 반드시 함께 뒤따라야 한다.

진료의 효율성보다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다.

골수천자, 복수천자, 절개 배농 등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업무는 전담간호사에게 위임돼서는 안 된다. 진단서, 진료기록 작성, 수술·시술·검사 설명 및 동의서 구득 등 의사의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과 행위자로서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업무는 의사의 고유업무로 규정해야 한다.

제도화는 계속 수정 보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환자 한 명의 생명을 가장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선 현장 노동자인 진료지원 간호사의 숙련도 보장과 지원이 핵심 사안이다. 따라서 제도의 수정과 보완 과정에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 향후 가동될 간호정책심의위원회에 보건의료노동계의 참여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정부는 진료지원간호사 제도가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전담간호사가 안전한 노동이 함께 보장돼야만 지속가능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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