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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간호사 74.1%, 최근 3개월간 이직 고려…사유는 ‘근무조건·노동강도’

보건의료노조 “現 의료인력시스템으로는 간호 노동력 재생산 더 이상 어려워”

“2023년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나이팅게일 생일을 기념해 지정된 5월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이 같이 꼬집으며, 의료현장 간호사들의 근무조건과 노동환경 실태 주요 요구 등을 담은 ‘2023 보건의료노조 정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매년 정기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1월 9일부터 한 달간 전수 조사에 준해 4만8321명을 대상으로 ▲임금 현황 ▲노동조건 ▲조직 운영 ▲노동 안전·보건 ▲의료기관 인증평가 ▲코로나19 이후의 의료기관 과제 ▲의사 인력 현황 등 총 7개 영역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으며, 본인의 직종을 표기한 4만7563명의 유효 응답 중 3만1672명의 간호사(66.5%)를 대상으로 한 주요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실태 조사에서도 ‘최근 3개월 간 이직을 고려해 보았다’는 간호사의 응답은 74.1%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중 ‘구체적으로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간호사는 무려 2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숙련‧고숙련으로 진입하기 전인 4~5년차 간호사의 이직 고려 비율은 무려 80%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간호조무직의 이직 고려 비율도 52.1%로 절반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직 고려 비율의 원인으로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낮은 임금이 제기됐다. 

간호직 43.2%와 간호조무직 36.5%가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를 이직 고려 사유의 1순위로 꼽았고, 간호직 29.4%와 간호조무직 30.3%가 ‘낮은 임금수준’을 그 다음의 이직 고려 사유로 꼽았다.

직장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도 간호사의 부정비율은 임금수준(64.2%), 인력수준(73.3%), 인사승진(55.1%), 업무량‧노동강도(59.8%)로 불만족의 비율이 높았다. 

인력 수준에서 가장 만족도가 낮았으며, 임금수준과 업무량‧노동강도가 뒤를 이어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일과 생활의 균형’과 ‘업무량‧노동강도’에서는 간호사 외 타 직군의 경우 각 34.1%, 50.7%의 부정 비율을 보인 반면, 간호사는 각 52.1%와 64.3%의 부정 비율을 기록했다. 

이 중 야간노동과 함께 불규칙한 교대근무 환경에 놓여 있는 3교대 근무자는 인력, 임금, 일과 생활의 균형, 업무량‧노동강도 등 주요 지표에서 타 근무형태에 비해 모두 불만족도가 높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에서 더욱 불만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호사의 경우 연장근무하는 경우와 식사를 거르는 횟수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개월 간 연장근무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2%의 간호사가 45분~1시간30분의 연장근무를 하고 있으며, 1시간 30분을 넘겨 장시간 연장근무하는 비율도 10.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식사시간에서도 주 평균 4회 정도 식사를 거르는 횟수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식사를 거르는 횟수가 많은 간호사에게서 1시간 이상의 장시간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주 평균 1회와 2회 식사를 거르는 간호사는 1시간 이상의 연장근무 경험이 각 16.4%, 18.5%였지만, 3회 거르는 간호사는 25.8%, 4회는 35%, 5회 이상은 45.1%가 장시간의 연장근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경우 식사할 시간조차 없이 일할 정도로 노동강도가 높고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연차휴가 사용에 대해서도 간호사의 경우 자유롭게 사용한 경우와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각 42.7%, 57.3%로 모든 직군 중에서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교대제 근무자는 자신의 노동조건에서 ‘자유로운 휴가‧휴직’과 ‘결원 발생 시 인력 충원’, ‘D-E-N 근무조 인력 적정성’에서 부정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 ‘결원 발생시 인력충원’에 대해서는 부정 비율이 2배 가량 높았다.

3교대 야간노동을 하는 간호사들의 건강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노동은 일종의 발암물질로서 노동자에게 대표적으로 건강에 위해가 되는 요소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교대 간호직군에서‘자고 일어나도 기진맥진하거나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면서 깨어난다’라는 조사 문항에 대해 ‘전혀 없다’고 답한 비율은 고작 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진(번아웃) 조사문항에서도 간호직은 대부분의 문항에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문항별로 살펴보면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에 대한 응답률이 63.4%에 달했으며, ‘나는 내일 출근하기 싫다’(74.2%),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한다’(83.0%), ‘육체적으로 지쳐있다’(78.1%), ‘정신적으로 지쳐있다’(71.3%)에 이르는 것은 집계됐다.

교대제 근무 간호사들의 월 평균 밤 근무는 6개가 42.3%(9207명)로 가장 많았고, 7개 18.6%, 5개 16.3%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밤 근무 개수가 많아질수록 이직을 고려하는 경험이 늘어났는데, 월평균 7개 이상의 밤 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80% 이상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으며, 밤 근무 개수가 늘어날수록 구체적으로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간호사 수도 늘어났다.

2023년도 응답자의 임금총액은 평균 5021만원 수준으로, 중위임금은 5000만원이며, 주로 4000만원에서 5500만원 사이에 임금이 집중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적인 중견기업(상시 근로자 수 1000명 이상) 평균연봉에 조금 모자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어 평균 ▲간호직 5118만원 ▲보건직 5303만원 ▲간호조무직 4458만원 수준으로 간호직의 60%가 4000~6000만원의 중위임금 구간에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근속에 따른 분포에서 간호직은 3500~4000만원 구간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반면, 보건직은 3000~3500만원 구간에 가장 많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10년차의 경우에도 500만원 정도의 한 구간 정도 차이가 있었으나, 16년차 이상부터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임금인상률 요구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직군별 임금인상률 요구는 간호직이 8.9%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기능직 및 운영지원직이 8.5% 인상을 요구했다. 

특히, 3교대 근무자는 44.2%가 41만원 이상의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등 통상근무 등 타 근무형태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근속별로는 전체 간호사 응답자 중 1년차(이하)는 51만원 이상이 가장 많았고, 2~20년차 까지는 41~50만원의 임금인상 요구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 비해서도 10년차 이하의 간호사 군에서의 임금인상 요구율이 더 높아진 것으로도 나타났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의료기관의 과제와 관련 ‘적정 인력확보와 운영의 필요성’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77.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023년 정기 실태조사에서는 ‘의사 인력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됐다. 

먼저 기관 내 의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78.6%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직군별로는 간호직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82.6%(매우 부족 28.4%, 다소 부족 54.2%)로 특히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사무행정직(74.0%), 기능직/운영지원직(74.0%), 간호조무직(71.9%) 순의 응답을 보였고, 전 직군에 걸쳐 60%를 상회하는 비율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인력 부족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병원·기관 운영에 있어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응답이 73.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기존 의사 업무 과중 65.8%, 대면 진료시간이 짧음 63.2%, 진료에 대한 의사 설명 부족 61.3% 순으로 높았다. 

이어 여러 명의 환자 동시 진료 47.3%, 높은 연봉에도 의사 채용 못함 45.5%, 시술 및 수술의 어려움 44.0%, 환자 거절 혹은 전원 조치 발생 40.7%, 의사 비위에도 징계 못함 38.6%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자신의 업무상 문제점 발생에 대해서는 간호직의 상황이 특히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다른 직군에서 인식하는 심각성의 강도는 간호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간호직에서는 ‘의사 대신 항의와 불만을 듣는다’는 응답이 68.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담당의와 연락이 안됨’이 63.3%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느라 내 업무가 늘어나는 일이 자주 있다(48.1%)’거나, ‘의사 대신 처방과 시술‧ 드레싱을 한다(44.9%)’는 응답이 많았으며, ‘의사의 갑질을 감내해야 한다(41.1%)’는 응답도 높았다. 

다른 직군의 경우에는 간호조무직에서 의사 대신 항의와 불만을 듣는다는 응답이 많으며, 약무직에서는 담당의와 연락이 안 된다는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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