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의료대란이 정부의 배려 아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이번 의료대란 사태는 우여곡절 끝에 봉합되는 듯하지만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지난 8일 기준 9만 2000명을 넘어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명을 충족하고,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기 위해 하루 13시간의 벼락치기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의과대학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등 적잖은 후유증이 남았고, 향후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년 6개월이 넘는 의료대란 사태로 인해 드러난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는 단순한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의계에 휘둘려 왔고, 보건의료제도 안에서 의사들에게 기형적인 독점 구조를 형성해왔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지속가능한 의료계로의 진정한 탈바꿈은 다시는 이번 의료대란 사태와 같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계 독점 구조를 깨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의료이원화 제도를 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한의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예방접종과 감염병 관리에 대한 다양한 의무와 역할을 한의사에게 부여하고 있지만, 오직 ‘예방접종’ 행위만은 한의사에게 허용되지 않고 있다. WHO가 의사 이외의 보건의약직능에 의해서도 안전한 예방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EU, 호주 등에서는 간호사와 약사 등의 직역도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은 오로지 의사에게만 예방접종 허용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건강검진기본법에 명시된 건강검진 체계에 한의의료기관이 포함돼 있으나 한의원은 실제적인 건강검진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법률상 한의사의 참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및 하위법령의 미비로 인해 한의사는 배제돼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으로 한의사는 현대 의료기기를 활용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게 됐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의계의 눈치를 살피느라 급여화, 시행규칙 개정 등 후속 행정조치를 차일피일 미루며 실질적인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한의사가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그리고 다양한 의료기기와 의약품 활용을 통한 진단과 치료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일선 의료현장에서 보다 다양한 역할을 한다면, 이번과 같은 의료대란 사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의계를 향해 대응할 수단이 훨씬 풍부해질 것은 자명하다.
한 집단의 기형적인 독점은 결국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지난 1년 반 동안 여실히 체험했다. 1년 반의 기간 동안 보건복지부는 오직 의사 달래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제도적으로 이미 의사에게 과도한 특혜와 독점권이 부여돼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는 우를 범할 것인가? 의사의 기형적인 독점권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언제고 제2의 의료대란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국민 곁에는 합리적인 제도적 규제 개선만 이뤄진다면 의사와 경쟁할 수 있는 한의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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