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복지부가 계획하고 있는 2차 DUR시스템 시범사업이 오히려 약국과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DUR시스템의 2차 시범사업을 고양시 전체 의료기관과 약국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DUR시스템은 지난해 4월 시행과 동시에 의료계와 많은 갈등을 빚은바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 전철수 보험부회장은 이번 복지부의 2차 시범사업과 관련해 “1차 시범사업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시험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정부 당국이 의료계의 의견을 너무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의사협회는 DUR시스템과 관련해 의사의 인권(진료권)을 부당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1차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나 의료계가 제기한 문제점의 해결 없이 2차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철수 부회장은 “DUR은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기관에서 시행해 오던 것이다. 이제라고 그리 다를 것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복지부가 추진하려는 디지털 DUR시스템은 진료를 돕는다기보다는 오히려 강제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즉, 의협은 의료계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부가 2차 DUR시스템 시범사업을 실시하려한다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2차 시범사업이 가져올 문제가 복지부의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지부가 계획하고 있는 2차 시범사업의 핵심은 ‘조제단계’에서부터 금기의약품을 걸러낸다는데 있다.
문제는 환자가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방문했을 때이다. 약국에서는 처방전에 금기의약품이 있을 경우 의료기관의 동의를 구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리 쉽게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철수 부회장은 “2차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면서, “의료기관의 동의를 구해야하는 약국의 입장에서는 일일이 연락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나 약을 조제해야하는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고양시의사회 또한 이로인한 고민이 만만치 않다. 자칫 제도 자체를 반대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환자들로부터 불신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양시의사회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회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DUR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사협회 집행부의 생각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전철수 부회장 역시 “개원가에서는 의사가 진료하는 처방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일부의견도 있다”면서도 “의협은 기본적으로 강제하는 DUR시스템은 반대한다데는 변함없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1단계 문제를 정리한다면 의료계 역시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DUR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강제가 아닌 자율, 그리고 억압이 아닌 지원의 형식이어야 한다. 목적을 위해 수단은 필요 없다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1일 시행된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시스템)은 이미 초기부터 의료계와 갈등을 빚어 오늘에 이르렀다. 문제의 해결없이 시행되는 2차 시범사업이 과연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지 새해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