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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응급실 폭행, 처벌이 능사 아니다…사전 예방 더 중요

응급실 폭행을 개인 문제로 치부, 공공 안전 문제로 인식해야

최근 응급실 폭행 · 협박 사건이 가시화되면서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토론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폭행 방지 대안의 윤곽이 점점 구체화됨에 따라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 경비업법 개정, 응급실 폭력에 대한 경찰 대응 지침서 마련, 주취자 관리료 신설 등이 법 · 제도로 조속히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안전한 의료 환경을 위한 의료인 폭행방지 긴급토론회'에서 대한응급의학회 류현욱 법제이사(경북대병원)가 '의료인 폭행 실태와 문제점 및 관련 정책 · 법안 발의 현황' 주제로 발제했다.



류 이사는 "최근 화제 되는 응급실 폭력은 최근의 문제가 아닌 수십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사건이다. 그간 법 · 제도 개선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벌칙 조항의 벌금 · 징역형은 조금씩 증가해왔다. 그런데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라면서, "처벌 이전에 사고를 예방할 사회적 인식 전환 및 문화 조성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 일본 등의 선진국과는 달리 응급실 문턱이 상당히 낮은 탓에 응급실에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환자를 포함하여 응급 · 중증 환자에서 비응급 · 경증 환자까지 다양한 환자군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의료진과 환자 · 보호자 간 긴장 · 갈등 요인이 상재해 있다. 

류 이사는 "예를 들어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시 많은 의료자원이 투입되고 있어서 경증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사정인데도 '상처 봉합이나 진단서 발행이 늦다는 이유로 컴플레인을 받는 게 현실이다. 응급실 적절 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낮다."라고 지적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제8조(응급환자에 대한 우선 응급의료 등)에서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환자에 대해 다른 환자보다 우선하여 상담 · 구조 및 응급처치를 하고 진료를 위해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하며, 응급환자가 2명 이상일 경우 의학적 판단에 따라 더 위급한 환자부터 응급의료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류 이사는 "응급실은 단순히 오는 순서대로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응급실은 응급의료자원과 수요가 미스매치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으로 사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그런데 술에 취한 환자가 응급실에 와서 가뜩이나 부족한 응급실 자원을 더 고갈시키고 있다. 돌아다니면서 침을 뱉고 욕하고 검사를 안 받겠다고 난동을 부린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의사 · 간호사 · 보조요원 등은 진료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러한 소란은 타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응급실 폭행 · 소란이 개인 폭행이 아닌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2003년 실시한 응급실 폭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77.4%가 언어폭력 △22.6%가 물리적 폭력을 겪었으며 주로 △새벽에 비응급(73.8%) · 주취자(51.3%) 환자에 의해 폭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발생 원인에는 △진료 지연(38.6%) △설명 부족(18.2%) △원무수납 · 비용 불만(12.1%) △불친절(7.9%) 등이 있었다.

이어 대한응급의학회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의학 드라마를 분석한 결과 응급실 폭력 장면은 총 2,302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물리적 폭력은 184건으로 조사됐다.

류 이사는 "전공의 폭행대응지침이 2013년도 발표됐는데, 이후 변화가 있었는지 조사해보니 상대적 약자 입장인 전공의,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의 경우 여전히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수도권 전공의 대상 '응급실 폭력 · 폭행 대응의 이해 및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92.4%의 전공의가 폭력을 경험했고, 전공의 폭행대응지침에 대한 인지도는 고작 56.8%에 불과했다.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망설이는 이유는 △20.5%가 폭력대응절차가 복잡해서 △19.2%가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여 △17.9%가 근무시간 제약 △14.6%가 적절한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워서 등이 있었다.

응급의학 전문의 총 조사에 따르면, 응급의학과에 대한 전공의 수련만족도(10점 만점)는 2010년 6.4점에서 2015년 5.7점으로 0.7점 낮아졌고, 응급의학과 재선택 의지도 2010년 5.5점에서 2015년 5.3점으로 0.2점 하락했다.

류 의사는 "법이 없는 게 아니다. 의료법 제12조(의료기술 등에 대한 보호) 제3항 · 제87조(벌칙)에서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을 폭행 · 협박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제12조 제3항의 경우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뒀다. 이 규정은 반의사불벌죄로, 의료인들의 불만을 많이 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응급의료법의 경우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응급의료법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 금지) · 제60조(벌칙)를 살펴보면,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 · 이송 · 응급처치 과정에서 폭행 · 협박이나 위계 · 위력으로 방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다.

119구조 · 구급에 관한 법률(이하 119법) 제12조(응급환자의 이송 등 ) · 제20조(구조 · 구급 요청의 거절)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나타난다. 이용호 의원(남원 · 임실 · 순창)이 지난 5월 11일 대표발의한 119법 개정안은 구조 · 구급대원이 구조 · 구급활동을 방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경찰공무원에게 협력을 요청할 수 있음을 명확히 규정하고, 구조 · 구급대원에게 폭행 · 협박을 행사해 구조 · 구급활동을 방해한 사람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구급대원 폭력도 심각하다. 구급대원 폭력 실태 및 처리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구급대원의 50%가 주 1회 이상 폭력을 경험했고, 62%가 폭력으로 인해 신체 위협 · 손상을 경험했으며, 가해자의 92%는 주취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류 이사는 "대개 가해자 처벌에는 관대하지만, 피해자는 공상 처리를 하지 않는다. 응급의료법 · 소방기본법 · 119법 · 형법 등이 존재하지만, 폭행 · 상해죄 적용을 권유받는 게 현실이다. 경찰의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여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반면, 응급의료종사자는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제2항의 주취 감경 조항을 적용하여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 혹은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사람의 형을 감경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취 감형 폐지 청원이 게시되어 한 달 동안 약 21만 명이 참여했다. 이에 조국 민정수석은 '형법상 주취 감경 조항을 일반적 감경사항과 함께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2016년 7월 서영교 의원이 대표발의하여 국회 계류 중인 형법 개정안에는 제10조에 '음주 · 약물에 의한 심신장애자 행위는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버스 기사 폭행 · 협박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상해는 3년 이상 유기징역 △사망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특정범죄가중법(이하 특가법)을 적용하고 있다. 

류 이사는 "특가법 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법은 동일 또는 유사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발생이 예상돼 이에 강력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경우 적용하며, 건전한 사회질서 유지 및 국민경제 발전 이바지를 목적으로 한다."면서, "우리는 공공의 안전이 강조되는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특가법 대상이 될 수 없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했다.

사후 처벌 조항만을 규정한 현행 법을 지적했다.

류 이사는 "벌칙에서 징역 · 벌금형을 규정하는데, 이는 피해자의 처벌 의지가 사전에 선행조건으로 있어야만 이뤄진다."면서, "공공안전이 담보돼야 하는 응급실 폭력을 공공안전을 훼손하는 범죄로 보지 않고, '개인 폭행'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폭행을 예방하는 법 조항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응급현장의 안전이 현실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류 이사는 "응급실 폭행 사건을 살펴보면 벌금형이 대다수이다. 몇 안 되는 징역형의 경우 흉기 위협이나 징역형을 받고 출소 후 다시 찾아와서 협박하는 등 죄질이 나쁠 때만 선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주취 감경 적용에서 제외 ▲특가법 적용 등으로 응급진료 방해 벌칙 조항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안전한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은 응급 환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했다.

류 의사는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건 국가 · 지방단체장의 의무사항이며, 아직은 응급의료법 · 시행령에서 병원의 책임 · 권한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안전관리 인력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공공 경비 인력은 경찰 배치에 대한 국가 의무사항이며, 사설 경비 인력은 안전관리료 수가에 기반한 병원 의무사항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진이 피해자인데 치료를 못 하는 상황을 안 해주는 상황처럼 만들어서 의료진을 가해자로 만든다. 또, 응급실 의사가 환자에게 뺨을 맞았는데 경찰이 커피 마시면서 합의하라고 했다."라면서, "근무 중 사건 접수를 위해 응급실에서 의사를 데리고 가려고 한다. 근무 중 나서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역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경찰은 원만한 합의로 끝내거나 동네 어린이들을 화해시키듯이 끝내고 싶어 한다."라고 했다.

병원 경비의 초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류 이사는 "전국 400여 개 응급의료기관에 경찰을 상시배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부 지역에서는 폴리스콜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 버튼을 눌러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사건이 이미 벌어진 상태이다. 사전 예방을 위한 억제력이 필요하며, 병원 응급실 경비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면서, "그러나 경비는 공권력 집행기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폭력 제압을 위한 적극적 물리력 사용이 불가능하다. 경비가 조금이라도 맞대응 시 쌍방 폭행으로 맞고소 당하는 게 현실이며, 이들은 심지어 경찰에게도 막말 · 폭행을 행사한다."라고 말했다.

현행 경비업법에서는 경비업무를 네 가지의 일반경비 업무와 특수경비 업무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특수경비 업무는 국가 중요시설의 경비와 도난 · 화재 · 그 밖의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로, 무기 소지가 가능하다. 

제15조의2(경비원 등의 의무) 제1항에서는 경비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응급의료현장 폭행 제지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미 주승용 의원이 2011년에 응급의료시설에 배치된 특수경비원은 그 경비 구역에서 난동 · 폭력으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그 행위자를 제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경비업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현재 동 개정안은 자동폐기된 상태이다.

류 이사는 "주 의원이 제안한 경비업법 개정안은 필요성이 충분한데도 경찰 쪽이 꺼려 법안 통과가 어렵다고 했다."라고 언급했다.

안전한 응급실을 위해 병원에서는 응급의료법 제17조(응급의료기관 등에 대한 평가) · 제25조(중앙응급의료센터)에 의거하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부터는 동 평가의 시범지표로 '폭력 대비 및 대응의 적절성'이 포함됐다.

이번 시범지표에 대해 류 이사는 "세부지표를 보면 시설 · 장비, 인력, 폭력대비 체계를 갖추고, 교육을 실시하며, 처벌 경고문을 부착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인력배치, CCTV 설치, 상시적인 모니터링 등을 실시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면서, "이번에 이슈화된 익산 폭행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 사정을 더 악화시키는 계기로 이번 일이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응급실 폭행이 이슈화되면 경찰의 적극적 대응이나 법안 마련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병원 의무만 강화되어 병원 재정이 더욱 어려워진다. 경비 부담에서는 대형병원보다는 중소병원이 문제를 겪는다."라고 지적했다.

응급실 사설 경비 인력 운영을 의무화할 경우 최소 인력인 7명 기준으로 한 달 2,750만 원이 소요된다. 만일 응급실 내원 환자 수가 한 달 4천 명이라면 환자 한 명당 인력 운영비로 6,870원이 요구된다. 류 이사는 이를 환자의 직접 부담이 아닌 전액 건강보험 부담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응급실 안전 관리료로 감염예방 관리료가 포함되어 환자는 하루 최대 2870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전담 인력 인건비, 감염관리실 운영 비용 보전이 목적이다.

류 이사는 응급의료법 제16조(재정 지원)에 제3항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안전한 응급실 진료 환경을 위한 경비 인력의 적절한 배치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보호조치 등) 제1항에 의거해 경찰관은 주취자를 응급실에 데려다 놓을 수 있다. 류 이사는 "술에 취한 사람은 움직이면 폭탄이다. 이들은 아픈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픈 부분에 대해 정확한 의료적 접근이 어렵고, 검사 · 치료에도 비협조적이다."라고 했다.

주취자 관리료 수가 신설을 주장했다.

류 이사는 "주취자를 응급실에 데려다 놓을 경우 추가 보안요원 배치, 장시간 모니터링에 필요한 의료인력 등에 있어 비용이 발생한다. 이 부분은 수가 보전이 필요하다."면서, "주취자 관리료는 44,809원 정도로 책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의사불벌죄 때문에 경찰이 안일한 문제로 인식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했다.

류 이사는 "의료현장의 폭력 사건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사건보다는 손상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그렇지만 사람을 치료하는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더 문제이다. 반의사불벌죄가 없어지면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응급실 폭력에 대한 경찰 대응 지침서'를 마련하여, 소란 · 폭력 발생 시 해당 가해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류 이사는 "벌칙 조항 강화는 폭력 억제력을 가진다. 특가법이나 벌칙 조항을 강화하면 일정 부분 효과는 발생한다. 그런데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의료진들은 통쾌히 웃지 않는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사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비업법 개정을 통해 응급의료현장의 공권력을 강화하고, 취약한 응급의료기관을 위해 경찰 배치 ·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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