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내과 전문의 73% ‘번아웃’ 겪어…업무스트레스 심각

심장학연구재단, 심장내과 전문의 스트레스·번아웃 설문조사 85.6% ‘당직근무 보상 적절치 않아’

국내 심장내과 전문의들의 번아웃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인적·구조적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대한심장학회 심장학연구재단 미래정책연구소 왕주미 연구원은 18일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된 제65회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KSC 2021)에서 최근 실시된 심장내과 전문의 스트레스 및 번아웃 경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장내과 전문의 번아웃 문제 해결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14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심장학회에 등록된 심장내과 전문의 중 337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업무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항목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심장내과 전문의는 52명이었으며, ‘그렇다’ 152명, ‘보통이다’ 76명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을 현재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한 수는 290명 중 212명으로, 응답자 중 73%가 한두 가지 이상의 번아웃 증상을 느끼거나 지속적으로 경험하며, 업무에 좌절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번아웃 원인에서의 1순위는 ‘많은 환자수와 높은 업무강도’로 나타났고, ‘야간근무 및 공휴일 근무’, ‘의료인력 부족’이 뒤를 이었다.

또 번아웃으로 인해 환자 케어에 불안함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82.8%(251/208명)였고, 번아웃으로 인해 개인과 가족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도 88.9%(251/223명)로 높았다.

평일 기준 1일 근무시간은 10~12시간이 290명 중 150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장 부담되는 업무는 진료업무(201명), 연구업무(127명), 행정업무(64명) 순으로 나타났다.

당직 근무에 대한 보상이 적절한가에 대한 응답으로는 노동에 비해서 보상이 적거나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한 전문의는 248명으로 전체 85.6%를 치지했다. 또 업무 수행 중 방사선 노출에 대해 걱정스럽다고 응답한 수는 182명(걱정스럽다 123명, 매우 걱정스럽다 59명)으로 조사됐다.

이번 결과에 대해 왕주미 연구원은 “심장내과 전문의 번아웃 경험이 심각하다. 미국심장학회 조사 심장내과 전문의 번아웃 경험 35.5%, 국내 흉부외과 전문의 번아웃 경험 51.7%와 비교해 볼 때 73%라는 심장내과 전문의 번아웃 비율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야간이나 주말 당직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심장내과 전문의에 대한 인적·구조적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내 심장내과 전문의 번아웃 경험 조사를 최초로 실시하면서 생생하고 진솔한 임상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라며 “높은 업무강도나 온콜 문제, 코로나 이후 환자가 급증한 것들로 인해 번아웃 요인이 됐다고 기술한 분들도 있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보건의료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서 전반적인 번아웃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패널토론을 통해 이번 조사에 대한 현장 일선의 전문가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의대 강시혁 교수는 “수가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법안 마련도 중요한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응급의학과의 경우 관련 법이 통과된 이후 과 여건이 좋아졌다”라며 “우리도 지속 가능한 해결방법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연세의대 심지영 교수는 “심장내과 전문의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 같다. 열심히 일한 것에 비해 코로나 이후에 성취하는 것도 줄어들은 것 같다”라며 “학회에서 후속으로 계속 이번 조사를 보완해서 이어나간다면 좋은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이다. 심장내과 전문의들의 정신적인 박탈감과 함께 과 선택 메리트 여부를 팔로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