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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배후진료 상관없이 환자 잘못되면 무조건 잘못?…“판결 상충돼”

이형민 회장 “법원 판결 관련 문제가 해결돼야 필수의료 해결 가능”

지난해 건물 4층 높이에서 떨어진 10대 여학생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신경외과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절했던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시정명령 등의 행정 조치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이 소아응급환자를 받아 응급수술을 한 병원과 당직의사가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꼬집으면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도대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25일 서울행정법원은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시정명령 및 보조금 중단처분 취소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의 시정명령 등은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린 판례를 소개했다.

해당 판례는 지난해 3월 19일 대구에서 4층 건물 높이로부터 추락한 만 17세의 여성이 해당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응급처치 및 진료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당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어서 안 된다”고 사유를 밝히며, 응급환자 수용을 거절했는데,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환자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할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경외과 의료진 부재를 이유로 한 수용 거부의 정당성은 인정되기 어려운 사항이라면서 시정명령과 보조금 중단을 처분했다.

이에 대해 대구가톨릭대병원은 해당 환자가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다면 신속하고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시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의가 없어 현실적인 치료가 불가능했고, 무리하게 응급환자를 수용했다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만들 수 있어서 거절한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응급환자에 대한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아니한 채 구급대원이 통보한 응급환자의 상태만을 기초로 응급환자 여부와 진료에 필요한 진료과목을 결정한 다음 응급의료를 거부한 사건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응급환자의 수용 자체를 거절한 데에 그 의무 행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한 시정명령 및 보조금 중단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히며,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송을 기각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먼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은 “응급의학과 입장에서 최종 치료가 불가능한데 저런 환자를 어떻게 받으라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식물인간이 되더라도 심장만 뛰게 하면 되는 겁니까, 인공호흡기를 달아놓고 그래도 살려놨으니 소임은 다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면 됩니까?”라고 반문하면서 한탄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일관성이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 이유로 지난 2015년 시간이 지체되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던 생후 5일의 신생아를 외과 의사가 응급수술했다가 심한 장기 손상 발생 및 인지 저하 발생으로 환자에게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그 근거로 들었다.

쉽게 말해 목숨이 위험한 응급 소아환자일지라도 ‘소아세부 전문의’가 없으면 환자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판결을 내려놓고서 이번에는 왜 해당 진료과에 없는 전문의가 없더라도 응급처치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고 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서 이송 거부 금지가 가능하다는 등 어떤 이야기를 해도 판례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는 일에 불과하다”면서 “법·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원 판결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필수의료에 대한 문제 해결은 난망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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