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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의사가 제안하고 싶은 응급의료시스템 개선안은? ①

류정민 교수 “응급의료 개선하려면 의사 자부심·전문성 살려야”

우리나라 응급의료가 살아나려면 현재 의사들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죽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책토론회 ‘벼랑 끝 응급의료, 그들은 왜 탈출하는가?’가 7월 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대한소아응급의학회 부회장)는 응급의료시스템의 붕괴를 해결하려면 ▲자부심 회복 ▲사법리스크 완화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적절한 보상과 재정 확보 등이 필요하다면서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안을 제안했다.

우선 올해 1월 응급환자를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응급실 수용 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안’이 배후진료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응급처치 이후 상황실에 연락한 시점부터 면책을 적용하는 조항 등이 없는 상태에서 발표된 것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실효성 있는 의료사고특례법이 필요하다면서 중상해·일반 상해는 종합보험에 가입된 상태라면 공소권이 없는 것과 달리 사망에 대해서는 일단 기소가 들어가는 구조의 의료사고특례법과 환자에게 사망·중증 장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의료분쟁 조정에 들어가게 한 것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류 교수는 “의사가 환자를 살리지 못한 것은 죽인 것이 아니다”라면서 “치료 시 사망은 사망 살인과는 정반대의 의도를 가진 선한 행위로서, 행위 자체 또는 불행 행위를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사망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사망하는 과정 중에 의사가 최선을 다해서 개입해서 살릴 수 있었지만 막지 못한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의사가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죄로 기소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고, 질병의 사망률이나 합병률이 높은 질병을 보는 의사일수록 살인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반드시 개선이 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필수 의료는 살릴 수가 없을 것 같다”면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류 교수는 의료분쟁 조정 절차나 법원의 의료분쟁 재판 과정에서 의료계의 전문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부를 구성하는 의료인 2인과 관련해 사건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인의 전문성이 보장돼야 함을 주장했다.

또, 기소되더라도 의료인 과실 유무 판단 시 필수적으로 최고 수준의 실력·체력·희생 정신을 갖춘 의료진이 최고의 적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이룩할 수 있었던 최고의 치료적 성과를 기준으로 판결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지를 따져서 판결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컨트롤 할 수 없는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면 보건 당국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응급실 도착 시 ▲환자의 상태 ▲의료인 능력 ▲업무 부합 ▲환자 처치에 필요한 의료인이 적절히 배치됐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고, 응급실 과밀화 여부와 의료진 간의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해 판결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내비췄다.

류 교수는 법원 자문 절차와 관련해서도 “법원과 가까운 병원에 관습적 또는 MOU 체결 등을 통해 의료사건 자문 병원을 지정한 뒤, 자문을 구해서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 같은데, 소수의 자문의사 의견에 판결이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누가 자문을 할 것이지에 대해 사건과 관련된 학회의 법제위원회에서 적극 참여해 전문성과 투명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의료분쟁 사건이 발생할 당시 근무자의 환경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표준 도구 같은 것도 필요하며, 업무개시 명령도 보건복지부 장·차관이 사회적인 투명한 절차 없이 단독으로 발령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발령 전에 국회의 동의를 거친다든지 등의 법제화를 통해 전시나 국가 재난상태가 아니라면 발령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응급의료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단계별 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경증 환자 이용 제한을 할 수 있도록 정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류 교수는 “고갈되는 건강보험 재정과 무너지는 응급의료 시스템 및 우리 자손들을 위해서라도 정계에서 누군가 결단을 내려주셔야 한다”고 밝히면서, 민원이 두려워 응급·비응급을 판단하더라도 거기에 맞게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119대원에 대한 관련 민원을 면책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류 교수는 중증 응급환자를 가장 가까운 응급실에서 무조건 수용했을 때 응급처치를 한 다음에 상황실에 연락을 한 시점 이후부터는 모든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을 비롯해 ▲응급구조사 역할 확대 ▲중증·응급 상병 위주의 수가 상향 조정 ▲건강보험체계 전면 개편 ▲중증·응급 분야와 건강 증진 분야별 조세 비율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보건복지부 사무관들이 2년 임기 이후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보니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며, 중요한 정책별로 지정된 담당자가 기존 임기 등보다 더 오래 근무하도록 하면서 ‘응급의료의 날’ 제정해 수상·승진·상금 등을 수여하는 포상제도를 통해 응급의료 관련 업무를 의욕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류 교수는 “지속적인 만성 저수가로 인해서 발생하는 인력 부족을 이제 의료진의 자부심으로 극복해 오고 있었는데, 최근에 사법 리스크가 굉장히 부각이 되면서 자부심을 상실하게 된 의료진들이 탈출하거나 지원이 감소하게 됐고, 지원이 감소하게 되면 인력 부족이 더 심해지면서 사법 리스크는 더 올라가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의사들이 들어오고 붙잡으려면 의료진의 자부심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는 한편, 의료진의 자부심과 전문성이 부각되면 의료환경 개선 등에 필요한 수가 현실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회적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현재 의사들의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류 교수는 현재 정책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사회적인 비용을 몇 배를 투자해도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다만, 류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전공의들이 자부심 등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도가 세상이 바뀌어가면서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서 의료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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