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현지시각) 아프리카 수단 내전 3주년을 앞둔 가운데,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단 내 자행되는 폭력과 만연한 면책 등 인도적 위기에 대해 규탄했다. 수단군(SAF)과 신속지원군(RSF) 및 양측 동맹 세력 간의 충돌은 보건의료 및 식량 안보와 같은 필수 서비스 붕괴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총상 등을 포함한 물리적 폭력으로 인한 환자 7700명 이상을 치료하고 25만 건 이상의 응급 진료를 제공했다. 전쟁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성폭력 관련 진료는 4200건 이상에 달했다. 같은 기간 5세 미만 급성 영양실조 아동 1만 5000명 이상이 입원 치료를 시작하는 등 전쟁으로 인한 지속적인 폭력이 직접적인 사상자를 넘어 주민들의 건강에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 기간 내내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질병 감시 체계가 붕괴되면서 감염병이 확산하고 전염병 유행 조기 발견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국제연합(UN) 등 국제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며, 재원 삭감까지 겹치며 열악한 보건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단 전역에서 치명적이지만 예방 가능한 질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다르푸르에서 홍역, 자지라주에서 E형 간염, 카르툼과 백나일주에서 콜레라가 확산중이며, 작년 한 해 동안 홍역 환자 1만 2000명 이상, 콜레라 환자 약 4만 2200명을 치료했다. 이러한 감염병 확산은 특히 아동과 임신부 등 취약계층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병원에 대한 약탈, 폭격, 점거가 반복되는 가운데 의료진은 협박과 구금, 강제 이주에 내몰리고 있으며 구급차 접근마저 제한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3년 4월 이후 수단 전역 의료시설 213곳이 공격을 받아 2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720명이 부상을 입었다. 작년 전 세계 의료시설 공격 사망자의 82%가 수단에서 발생했으며, 같은 기간 국경없는의사회 역시 직원과 지원 시설, 의료 물자를 겨냥한 폭력 사건 100건을 확인했다.
지속적인 공격과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서도 현지 자원봉사자들과 의료진은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아망드 바즈롤(Amande Bazerolle) 국경없는의사회 수단 현장 책임자는 “수단 당국이 특정 지역으로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활동 전개를 막는 방식으로 국경없는의사회와 다른 인도적 구호 단체의 의료활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며 “대응할 준비와 의지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있는 고통과 죽음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달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 양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목격했다. 신속지원군과 수단군 양측의 드론 사용이 급증하면서 공격은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확대됐고 물류 인프라와 민간인 밀집 지역을 겨냥하고 있다. 2월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차드 동부와 다르푸르 일대 공습 및 드론 공격으로 다친 약 400명을 치료했으며, 국제연합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3월 15일까지 이러한 공격으로 5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같은 공격은 국제인도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민간인 고통을 가중시키며 분쟁의 심각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수단의 위기는 인도적 재앙을 넘어 공동의 정치적 실패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적 위기로 번진 이 사태가 3년간 이어지는 동안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대응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엘 파시르에서 신속지원군이 비아랍계 공동체를 겨냥한 공격 등 잔혹 행위에 대한 경고가 이어졌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주민들은 무차별 공격과 학살, 기아, 고문, 성폭력뿐 아니라 국제 인도적 지원 서비스의 부재로 목숨을 잃고 있다. 2023년 4월 이후 약 1400만명이 강제로 피란길에 올랐으며 교전 당사자들은 자국민을 보호 및 치료할 수 있는 국가 역량을 무너뜨리고 있다.
아망드 바즈롤 국경없는의사회 수단 현장 책임자는 “민간인 보호와 의료시설 존중, 잔혹 행위에 대한 책임 규명, 인도적 지원 보장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교전 당사자들과 동맹 세력에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고 현재의 위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제 사회 역시 분쟁 당사자들의 지원 세력에 대한 실질적인 외교적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