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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삼성서울병원, 단숨에 의료계 ‘공공의 적’ 등극

원격진료 허용 소식에 의료계 동정여론 싹 사라져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최대 감염 발생지인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원격진료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삼성병원에 대한 의료계의 동정여론이 삽시간에 비난여론으로 급변하는 모습이다.

삼성서울병원 측이 메르스 사태 종식을 위해 정부에 원격의료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 측이 메르스 사태를 핑계 삼아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정부와 결탁해 개원가가 극도로 반대하는 원격의료를 ‘슬그머니’ 허용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충북 오송 국립보건연구원을 찾아 메르스 대응현장을 점검하면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따로 만나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묻고 질책하면서 “병원의 모든 감염 관련 내용들이 아주 투명하게, 전부 공개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송재훈 병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90도로 머리를 숙이고 “메르스 사태를 조기에 종식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의사들은 “의사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보건의료전문가가 부족한 정부가 초동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적반하장’ 격으로 민간의료기관을 질책한 것은 황당하다는 것.

반대로 의료계에서 삼성병원을 동정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며 설득력을 얻었다. 개원의사인 A씨는 “도대체 삼성병원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왜 정부가 잘못했는데 오히려 삼성병원이 정부에 사과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하루 뒤인 18일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현재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은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삼성병원에 대한 의료계의 동정여론은 삽시간에 비난 여론으로 돌아섰다.

보건복지부는 18일 각 의약단체에 전달한 ‘메르스 대응 관련 처방 추가지침’을 통해 삼성서울병원 의사와 환자가 집 또는 보건소에서 전화(스마트폰 등)로 진찰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세계 최대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같은 계열사라는 점에서 기대 효과를 노리고 그간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고 있는 원격의료에 가장 앞장서 동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원격의료 허용 소식에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 대한평의사회, 의료혁신투쟁위원회, 보건의료노조 등 각 의료단체는 정부와 삼성병원을 비난하는 성명을 일제히 쏟아냈다.

이들 단체들은 “메르스 사태를 핑계 삼아 삼성과 정부가 야합해 엉뚱한 원격진료 허용을 들고 나왔다”면서 지금이라도 원격진료 허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전의총은 “원격의료 통과를 가장 원하는 기업이 삼성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아는 사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에 삼성병원에 한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이번 메르스 감염사태의 최대 진원지가 된 것에 대한 의료계의 비난 여론도 커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삼성병원의 책임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원격진료 허용 사건을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전체 메르스 확진자 165명 중 무려 80명이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감염되어 절반에 가까운 확진자가 이 병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원협회는 “삼성서울병원이 의료기관 내 자체방역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잘못한 부분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냉소적인 모습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원의사는 “삼성서울병원 원장이 대통령에게 그토록 고개 숙인 게 결국 원격진료를 허용해달라는 청탁 이었는데 의사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의사의 자존심’이나 운운하면서 삼성서울병원 편을 들었다”면서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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