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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위험 많은 분만은 누가?”

산부인과의사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통과 법안에 우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최영렬)가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산부인과 의사회는 “이기우 의원 발의의 ‘의료사고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그동안 반대해온 의료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의료 현장에서 위험도가 높은 시술과 치료가 기피될 것이 자명하고 모든 의사를 범죄자로 만들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특히 “산모와 태아의 두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산부인과는 전체 진료 과목 중 예측이 어려운 의료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과로, 지금도 분만을 포기하는 전문의가 급증하고 있고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없어 과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현실에서 이번 법안으로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며 “이제라도 국회와 시민단체가 이 법안이 몰고 올 결과의 심각성을 인식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산부인과의사회는 “치료 결과가 안 좋은 환자에게 가족 다음으로 안타까운 사람이 책임을 다한 의료진일 것”이라며 “의료 분쟁에 대한 법률적 규제는 모든 의료인이 적정진료를 하도록 해 의료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데 이번 법안은 오히려 의료 분쟁을 증가시키고 방어 진료를 조장하여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료 사고에 있어 의료진이 배상의 책임을 져야하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범위를 법률로 정해 이에 해당되지 아니한 의료 사고의 경우 무분별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하는 것 또한 반드시 법안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협이 제안한 중대한 과실의 범위는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 등을 한 경우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 등을 하게 하거나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약제에 대한 필수적인 과민반응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약제를 투여한 경우 ▲처방과 다른 약제를 사용하거나 처방전이 없이 의약품을 조제한 경우 ▲수술 또는 치료, 조제, 투약과정에서 환자를 혼동한 경우 ▲유효기간이 경과하거나 변질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등이다.


한편 산부인과의사회는 국회 본회의 의결 전에 이번 법안으로 야기될 의료 현장의 혼란과 이로 인해 환자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산부인과의사회가 지적한 이번 법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입증전환책임
의료분쟁에 있어서 의료기관(의료인)이 과실이 없음을 의료기관(의료인) 스스로가 입증하도록 규정(과실추정)

문제점: 이기우 의원이 “의료인 자신의 과실 없음을 증명하게 된 것이 이 법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밝혔듯 이번 법안의 핵심인 의료인의 입증 책임 전환으로 앞으로 의료인이 무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가 되니, 진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환자와 보호자는 누구라도 사고라고 주장할 것이며 의료 분쟁은 기하급수적 증가할 것이다. 의사들은 무과실을 완벽하게 입증할 수 있는 진료만을 하려 할 것이며 이는 심각한 방어 진료를 초래하고 앞으로 응급환자와 고위험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 양성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의료에서 100% 안전성이란 없다. 현대 의학에서도 원인과 결과의 인과 관계를 명확히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란 신 아니면 범죄자여야 한단 말인가?

▲임의적 조정전치주의
문제점: 이번 법안의 목적이 신속한 분쟁 조정으로 환자의 소송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면서 소송을 할 건지 조정을 할 것이지 임의적으로 선택하게 하여 조정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조정 제도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려면 소송 전에 반드시 조정을 거치도록 해서 많은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해야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에게 불필요한 소송 부담을 줄이고자하는 법안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무과실 의료 분쟁을 인정하지 않음
문제점: 의료인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의료사고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 법안에서는 ‘의료 분쟁이 의사와 환자 간 민사상 문제로 국가에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에 대한 내용을 삭제했다.

도대체 이 법안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어느 나라 의료제도를 이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그 수가에서부터 치료의 종류, 재료대, 약값까지 정부가 모두 통제하며 의료의 질을 좌지우지 하면서 분쟁이 일어났을 때는 의사-환자 간 민사 문제라며 외면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정부가 의료의 공공성을 이유로 민간 의료에는 온갖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보건소에서는 위험도가 낮은 환자 진료를 확장하여 주변 개원가에 타격을 주면서 위험도가 높은 진료는 민간 의사에게 떠넘기고 무과실 의료 분쟁에 고통 받는 환자와 보호자를 방치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인정하는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보험 수가는 기형적인 비보험 진료, 편법 진료를 조장하여 현재도 대부분의 의료인은 걸면 걸리는 잠재 범법자이다. 이제 이번 법안으로 의료 분쟁은 늘어날 것이고 소송에 지면 막대한 보상비용에, 무과실 분쟁도 의사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사명감만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분만 현장을 지키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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