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2 (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기고] 전공의·평간호사는 애증의 동료, 갈등 해소와 협력의 지혜 필요

대한전공의협의회

1. 업무량을 줄일 수 없다면, 우리들의 처우 개선은 결국 병원 내 의사와 간호사의 추가 채용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평간호사 선생님들께 합심해 의료인 1인당 환자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협력하여 목소리를 모아보자는 것이 저희 제안입니다. 

우리는 기성 세대의 직역 갈등에 따라 서로가 싸울 것이 아니라 우리를 한 때 쓰고 버리는 부품처럼만 취급하는 병원 경영진(의사와 간호사 모두), 나아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건강보험제도, 현장의 처우 개선에는 관심 없는 기성 정치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2. 우리는 평간호사와 함께하고 싶고 여러분들의 처우 개선을 지지합니다. 본 회는 젊은 평간호사의 실질적 처우 개선 방안인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 배치를 지지합니다. 원내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 과도한 1인당 환자 수를 담당하며 환자 돌봄에 힘쓰고 있습니다. 

간호사의 1인당 적정 환자 수를 명확하게 법규를 통하여 규정하고, 평간호사들이 참여하는 인력배치위원회 등을 설치해 조정하고 인력기준에 따른 처벌 조항을 마련하자는 부분에 공감합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의료연대본부’ 등 간호사 단체 주장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3. 전공의협의회는 간호사의 1인당 환자 수와 더불어 병원 내 병상 당 의사(전문의) 추가 채용 관련 인력기준도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PA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유력한 방안은 병원 내 의사의 추가 채용이라고 생각하며 전공의 업무의 대체를 PA 간호사가 하는 것을 종용하지도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PA (진료보조인력 또는 진료지원인력) 간호사의 대리처방, 대리수술은 병원 현장에 이미 만연해 있습니다. 

병원은 전공의법에 따른 전공의 주80시간제 시행 이후 병원은 의사를 추가로 채용하기 보다는 간호사를 활용해 이를 대체했습니다. 교육받지 못한 채 불법 의료행위를 병원경영을 이유로 종용받는 간호사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 전공의들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소고발이 두려워 기자회견장에도 가면을 쓰고 나타나며 병원 현장에서도 유령처럼 지내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공의협의회는 이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적극 진행해 처벌받게 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불법적인 상황에 내몰린 PA(진료보조인력)과 젊은 전공의들 모두 구조적 문제의 피해자입니다. 

그러나 병원간호사회 주장처럼 전공의 수가 부족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전 4-5년간 수련을 받는 초기 의사입니다. 

국내 의사들은 대부분 전문의까지 취득하고 있습니다. 신경외과, 외과, 흉부외과 등 주요 외과계 과목의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는 이미 OECD 평균 수준에 육박하거나 이를 초과합니다. 

PA 문제 해결을 위해 전공의 수를 더 늘린다면 전문의가 초과 공급되나 병원에서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다른 분야에 종사할 것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전공의 수를 늘려 추가로 전문의를 배출할 이유가 없습니다.

병원에서 전공의 주80시간제 이후 충분하게 대체 의사인력(전담전문의 등)을 채용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가 만연한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입니다. 앞으로 주80시간에 육박하는 전공의 근로시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보호받지 못하는 대리처방과 대리수술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안으로 병원에 의사를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주장이고 숙련된 의사의 추가 채용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환자 안전, 의료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4. 우리는 의사가 의사의 일, 간호사가 간호사 일을 해야 한다는 현장 평간호사의 주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병원에 의사와 간호사를 더 고용해야 합니다. 

간호사도 과도한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줄이려면 추가적인 동료 간호사가 필요합니다. 편법으로 업무 범위를 변경하지 않고 원내 의사와 간호사를 추가 채용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주요 주장입니다. 

그러나 간호대생 증원이나 간호법 제정이 원내 간호사의 추가 채용을 촉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 생각입니다. 

2000년부터 간호대생 증원은 지속됐으나 OECD 통계상 활동 간호사 수는 여전히 평균에 못 미치는 상황이며, 간호대 증원에도 불구하고 간호사 처우 개선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평간호사의 생각과 달리 간호법은 실제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제한으로 대표되는 배치 기준을 담는 법은 아닙니다. 이것은 저희 주장이 아니라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님께서도 인정하신 부분입니다. 

대신 간호법은 간호사의 양성, 지역사회 내 간호에 대한 업무 체계, 간호에 대한 규정 등을 잡고자 하는 법에 가깝습니다. 1인당 환자 수 제한으로 대표되는 평간호사의 처우개선은 간호법의 목적을 고려할 때 온전히 담기 어렵습니다. 위원님 주장대로 이는 의료법규 개정을 통하여 의료기관을 규제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여러분들께는 간호법이 아니라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간호인력인권법이 더 중요합니다. 설령 간호법 공포가 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여러분들의 대리처방, 대리수술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도 줄어들기 어렵습니다. 간호법에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적시하거나, 1인당 환자 수 제한이 명시되는 것이 현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간호법에 담긴 여러분들의 믿음(원내 업무범위 명확화, 1인당 환자 수 제한)이 법안에 실제로 담겼는지 법조문을 찬찬히 잘 살펴보시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5. 전공의와 젊은 평간호사들은 애증의 동료로 이렇게까지 사회적으로 반목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근의 법안에 대해서도 이견은 있을 수 있으나 이 법으로 누가 이득을 보는 것인지, 직역간 어떤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하는 것인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하급자인 우리가 이렇게까지 갈등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 등을 비롯 다른 직역의 요구를 고려한 합리적인 중재안을 잘 모색하자는 것이 저희 주장입니다.

6. 간호법의 본질은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 일차의료(primary care)의 직역 간 주도권 및 업무범위 갈등입니다. 구체적으로 향후 고령화 시대를 맞아 지역사회통합의료돌봄의 활성화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와 관련한 직역 갈등입니다. 

기존 일차의료기관 및 데이케어센터 등 자원을 활용할 수도 있고 간호사의 주도의 새로운 노인건강센터 등을 열어서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직역 간 전문 영역에 대한 인식 차이에 따라 주장이 갈리고 있는 것인데 의사 입장에서는 의료돌봄의 확대 국면에서 일차의료기관을 배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간호조무사의 지위를 간호기능대학(2년제) 등 준간호사(LPN, Licensed Practical Nurses)로 승격시킬 가능성을 남겨둘 것인지와 관련한 갈등이 있습니다. 국민 건강을 고려하여 지역사회 내 직역 간 협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등을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간호법 통과에 따라 지역사회 내 간호 및 돌봄 체계가 변경된다면 병원 간호사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존 공단, 심평원 등 공무직이나 학교 보건교사, 제약회사 등의 탈임상 일자리만을 생각하며 지역사회 일자리가 더 처우가 좋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이릅니다. 여러분들을 옭아매던 병원 내 경영진이 지역사회에서도 여러분들의 상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내 열악한 근무환경에 따른 평간호사의 이탈은 비난할 것이 못되며 여러분들의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한편으로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이 한 팀을 이루어 지역사회통합의료돌봄에 대한 논의를 해 나가는 것이 보다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의료와 간호가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저희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의사 없는 지역사회통합의료돌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국민건강에 미칠 파장과 간호법의 실질적인 내용을 고려해 5월 11일 2차 파업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신중하게 갈등 중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평간호사를 비롯 조망 받지 못하는 원내 보건의료인과 근로자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 사회적 갈등 해소와 협력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