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완결의료체계의 예시로 제시될 수 있는 고양시 의료기관들의 연합 사례가 다뤄졌다. 각 병원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공개됐다.
인구 100만 명을 넘는 대도시이면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일산복음병원, 동국대학교 일산불교병원,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명지병원, 국립암센터까지 6개의 종합병원이 존재하는 고양시는 보유한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주관으로 9월 26일 오후, 일산병원 지하 대강당에서 제1회 고양 의료포럼, ‘고양권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강화’가 열렸다.
김성우 일산병원장은 개회사에서 “2018년부터 고양시 의료기관들은 관련 논의를 시작했으며, 2019년부터 논의의 장을 만들었다가 코로나로 중단된 시기를 거쳐 오늘 새롭게 제1회 고양 의료포럼을 개최하게 됐다.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정책 방향성을 토대로, 지역 내 의료기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양 지역 내 현안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도 환영사에서 “정책이나 행정 담당자들도 오늘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이며, 지역별 완결의료체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속된 논의를 통해 몇 년 뒤에는 시민들이 만족스러워하는 좋은 체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의회 보건복지회 최종현 위원장, 일산차병원 송재만 병원장, 일산백병원 이성순 병원장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병원장은 “오늘 2가지 키워드는 ‘필수의료’와 ‘고양시’이다. 최근 중증응급의료가 강조되고 있는데, 100만 인구의 고양시에서 소아응급환자를 진료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 고양 주요 병원장들이 경쟁 관계 속 서로 모여 협력해왔다. 오늘 나오는 내용들이 필수의료 완결의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럼은 개회식, 주제발표, 종합토론까지 3부로 나눠 진행됐으며, 주제발표에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이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 혁신방향’을, ▲명지병원 김인병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이 ‘고양권 필수의료 제공현황 및 문제점’을, ▲일산병원 오성진 보험자병원정책실장이 ‘지역 네트워크를 통한 필수의료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필수의료의 문제는 의료전달체계가 사라진 무한경쟁체제 속, 리드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태에서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와 의료자원 쏠림 심화 문제, 네트워크 및 리더쉽 부재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의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서 공백해소, 역량강화, 연계와 협력, 인력과 병상 자원 확보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도기적 대안적 지불방식인 ‘공공정책수가’를 활용하고, 환자중심 일차의료 모델 도입 및 확산, 소아응급환자 순환당직 네트워크 운영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역 내 의뢰회송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수가 가산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근거 기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지역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탄력적 의사고용체계를 확산하고, 다양한 고용계약 모형을 개발하고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김인병 교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심 필수의료 제공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고양시의 중증/소아 응급환자 진료현황(NEDIS)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파주시, 김포시 등 주변 지역에서도 응급환자를 받고 있는 고양시는 응급 심뇌혈관 수술 등 중증응급환자 흐름에는 다른 지역보다 문제가 없다. 현재 중증 응급환자 분야는 경기도에서 최고 수준이지만, 소아응급 치료체계 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소아응급체계 대책 등을 참고해 응급상황센터의 일반인 상담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소아경증환자에 대한 분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산병원 오성진 보험자병원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현재 시점에서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는 의료를 ‘필수의료’로 규정하다보니 그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다”며, “우리나라의 예방 또는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지만, 의료 만족도는 평균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지역 소아응급센터의 야간, 휴일, 공휴일 진료 운영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케어 트랜지션(care transition) 또는 의뢰회송 관리, 코디네이션으로 부르는 틈새의료, ‘병원 사이의 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일산병원이 진행하는 3가지 프로젝트로, ▲경기 서북부 진료권역 응급의료 프로젝트, ▲고양시 소아응급환자 순환당직 프로젝트,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일차의료 개발센터 운영을 소개했다.
각각 일산병원이 주축이 돼 경기 서북부 공공의료기관을 연결하는 AI 기반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역사회 개인병원과 협력해 소아응급체계 순환근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표준화되고 포괄적인 일차의료 매뉴얼을 제공하는 사업 내용이다.
오성진 실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장기 케어를 위해 1차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것도 틈새의료이자 트래지셔널 케어이다. 일산병원은 일차의료기관 거점병원으로서 매달 300~400명의 환자를 회송시키고 있으며, 그중 20명에서 회송 실패가 일어난다. 일차의료기관의 특수 외래와 운동-영양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을 통해 역량 있는 인력 공급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는 보건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의 정책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고양권 지역 의료진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전주시 노인 통합돌봄 체계와 충북 스마트 응급의료 시스템도 지역의료체계에서 참고할 만한 우수 모델로 제시됐다.
고양시 종합병원의 의료진과 병원 관리자 입장에서 제시한 문제로는 인건비 증가 및 인력이탈 심화, 현실적인 보상 부재,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지역책임의료기관 역량 부족 등이 있었다. 특히 소아응급 관련 전문의를 고용하기 쉽지 않으며, 고용하려고 해도 급여 문제로 어렵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보건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정부에서는 올 초부터 건강보험 보장성을 큰 과제로 두고 필수의료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비스 공급에 대한 것도 큰 이슈였으며, 공공정책수가는 필수의료 분야의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서비스의 공백과 불균형을 놓고 봤을 때 행위별 수가제만으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보험급여과장은 “대안형과 보완형으로 나눠 공급이 줄고 있는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분만과 같이 수요가 줄지만 필수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분야를 챙기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 협력 체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그런 틀 안에서 관련된 수가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소아진료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등 정부가 여러 정책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지역완결형 필수의료가 잘 도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