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등 여러 방안들이 제안됐지만 그나마 부담이 적었던 ‘지역의사제’마저도 실상은 인력이탈, 정원미달 등의 문제에 직면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수련환경과 지역여건 개선 없이는 제도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클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지역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접근과 신뢰회복 등을 주문했다.

2025 대한의학회 학술대회가 13일 플렌티컨벤션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대한의학회 김유일 정책이사는 지역의사 전형, 공공의대 등 지역의사 확보 방안에 대해 밝혔다.
김 정책이사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지역의사 확보 방안으로 공공의대보다 지역의사제가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공의대는 정원 확보를 위해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과정을 거쳐야 하고, 운영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등 구조적인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의사제 역시 이탈 비율이나 교육과정 등의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김 정책이사는 덧붙였다.
김 정책이사는 앞서 지역의사제를 운영해온 일본의 사레를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의대정원을 증원한 후에도 취약지 의료인력 확보가 힘들어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지역의사제 운영을 위해 의대 재학기간 동안 국비지원을 해주고, 졸업 후에도 임상연수나 의무복무기간, 후기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정책이사는 “지역의사제는 기존 의대를 활용해 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법령만 제정된다면 우리나라도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해당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을 대상으로 지역의료 관련 교육을 실시해 전문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반면 국비로 운영을 하는 만큼 재정문제도 떠올랐다. 특히 의무복무 기간이 끝난 후에 그 지역을 이탈하는 비율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정책이사는 우리나라의 군 위탁 제도를 예로 들며 “군의관들의 의무복무기간 10년이 지나면 70% 이상은 전역, 민간의료로 흡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거주이동 제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공공의대는 지역의사제 운영과 비슷한 장점을 지닌다. 특히 동료의식 고취 및 지역의사제보다 낮은 이탈률이 특징이다.
그러나 김 정책이사는 “국가차원의 대학을 세우고, 이에 따른 교육 병원을 추가적으로 마련하는 만큼 운영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의대정원을 의료인력수급 추계입법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공의대를 설립했어도 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필수의료나 중증의료와 관련된 과에 근무하도록 제한하면 해당 전공이 본인의 전공 선호와 불일치할 가능성도 우려로 제기됐다. 아울러 “지방 의료원을 수련병원으로 이용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지방의료원은 예전보다 더 막대한 적자를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도를 운영하기에 앞서 보완해야할 점들도 언급됐다. 먼저 교육과정 문제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만 다룰 것인지, 혹은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외과 등 다른 과도 어느정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 정책이사는 단순히 제도개선이나 재정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환경 자체의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며 구조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연구부장은 “일본의 경우 지역의사제를 통해 대부분 현지에 정착한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보면 70%는 그 지역의 도심부에만 있다. 또 지역 의사제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대만 역시 16% 정도만 취약지에 남아있고, 정원 미달은 물론 중도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들의 지방이전 연구 결과 전문의 수련을 받은 지역과 그 지역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요소였다. 학생 선발에 치중하는 정책보다 수련의 질과 과정에 집중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의사들이 왜 지방근무를 꺼리는지 원인에 집중해 정책을 설명해야 한다”며 “지역의 1차의료도 고려한 정책방향들이 설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향 前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질병관리청 등 의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정책 분야에서도 의사가 없다”면서 “공공의대 설립은 독립된 문제가 아니며, 현재로서는 단기적인 대책밖에 되지 않는다. 공론화 없이는 교육문제, 건보시스템 문제 등 미사여구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에서는 의사들을 악마화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지 않는다”며 “왜 지역으로 가지 않는 의사에게 ‘소명의식도 없다’는 낙인을 찍게 했나. 불신 해소 없이는 어떤 정책도 만들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