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공의 기피과로 불리는 학회들이 과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비책으로 진료영역 확대와 굳히기에 발 벗고 나섰다.
현재 의료계는 흡사 춘추전국시대와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개원가에서는 전문과목 포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전공의 모집에서는 임금 인상 등의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목에 전공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에 일부 학회들은 그간 등한시했던 진료영역을 되찾거나 경쟁력 있는 진료영역을 확대함으로써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학회들은 전공의교육에도 확장된 진료 영역의 부분을 강화하고 대국민 홍보에도 앞장서는 등 진료영역 선점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지난 2008년부터 ‘산부인과 의사를 위한 유방질환 워크숍’을 개최하고 2010년에는 워크숍에 갑상선질환도 추가해서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학회는 유방질환TFT, Sexology TFT 등을 구성해 진료영역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제5차 부인암 수술연구회’를 열고 흉부외과와 비뇨기과, 외과 등의 전문의를 초대해 부인암 수술시 접하게 되는 타과의 수술 술기를 배우는 시간을 가지는 등 활로를 모색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저출산, 저수가 등 당면한 현안에서 전공의 지원율이 추락하고 전공의 과정을 마치더라도 산부인과 본연의 진료보다 비만이나 성형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며 “산부인과 진료도 여성의 토털케어를 향해 나아갈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대안암병원의 김탁 교수는 “성의학과 유방-갑상선 질환 등은 본래 산부인과의 교과서에서도 다루고 있었지만 그간 손을 놓고 있던 부분”이라며 “산부인과가 저출산 등으로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영역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면에서 대한비뇨기과학회는 고유 진료영역 굳히기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학회는 최근 비뇨기과의 전문 영역과 관련된 대국민 홍보의 일환으로 과민성방광에 대한 TV광고를 한달 간 내보냈다. 광고에서는 비뇨기 질환의 전문의 상담 필요성과 함께 여성 비뇨기 환자의 경우도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비뇨기과학회의 이규성 홍보이사는 “교수와 개원의들이 모여 비뇨기과의 역량 확대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전문성 강화를 결정했다”며 “현실적으로 타 과가 비뇨기 질환을 보는 것을 막지는 못하지만 대국민 홍보를 통해 비뇨기 질환의 전문성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한안면성형재건학회’를 창설한 이비인후과학회는 성형분야와 수면센터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학회 김경수 총무이사는 “과거 코 성형에서 시작해 현재는 안면성형도 활발히 시행한다”며 “수면 분야 쪽으로도 영역을 확장해 현재는 진단과 치료를 폭넓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과 워크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비인후과학회는 전공의 수련과정에도 안면성형과 수면에 관한 교육과정을 한층 강화했다.
김경수 총무이사는 “성형과 수면 관련 내용은 정규커리큘럼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분들이었으며 현재는 이 과정들을 좀더 강화한 것이라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처럼 각 학회들이 진료과목의 전문성 강화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일부 과들이 겪는 입지 축소의 어려움을 타계할 히든카드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진료과목 확대가 각 과간 영역다툼으로 번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의료계 내부의 소통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