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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인 범죄자 취급 웹툰에 의료계 분노

공단 재정누수 개선 난항…의협은 법적대응까지 고려

의사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해 마치 범죄자처럼 묘사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만화광고에 의료계가 크게 분노하는 모습이다.

공단은 지난 19일 한 무료신문에 ‘진료비 청구·지급 합리적 방법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8컷짜리 만화광고를 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담당하는 진료비 청구 업무를 건보공단이 맡아 요양기관이 공단으로 진료비를 청구하게 함으로써 요양기관의 불법·부당 청구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만화가 의료기관을 허위청구를 일삼는 지나치게 부도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의료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들에게 의료기관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의료기관은 불법으로 촉탁의사를 내세워 요양원을 같은 건물에 개설하고, 요양원 입소자 69명을 병원에서 진료한 것처럼 진찰료와 주사료, 당검사비용 등을 건강보험으로 거짓 청구한다.

또한 여기에 조리사와 물리치료사를 병원 인력으로 허위신고하고 식대 중 조리사 가산료와 물리치료비까지 부당청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병원이 이런 식으로 부당하게 청구한 건강보험 급여비용은 1억 900만원.

이 만화를 본 의사들은 크게 분노하며 건보공단을 강력히 비판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공단에서 진료비 심사를 하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라면서 “의사들 중에 도둑놈들이 많으니 이를 잡아내려면 현재 심평원이 맡고 있는 심사와 청구를 공단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단이 심사를 해도 보험자 입장에서 건강보험 재정 절감 측면에서만 심사를 해 의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심평원보다 더 의료계를 옥죄고 규제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윤용선 회장은 특히 “공단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이런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비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주병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는 “의사를 양아치보다 더한 저질 사기꾼으로 매도했다”며 “국민과 의사를 이간질하고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아예 현행범 취급을 하고 있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정말 이 광고가 건보공단과 보건복지부가 낸 광고라면 개탄을 넘어 분노가 끓어 넘친다”라고 말했다.

노환규 의협 전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를 사기꾼으로 모는 정부와 정부기관의 모욕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의료인들의 사기저하와 의욕저하를 불러 온다”며 “의사-환자 간 불신을 초래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장기적인 부작용은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노환규 전 회장은 의사들이 궐기대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 모욕적인 행위에 대해 의료계 지도자들이라도 하루 진료를 폐지하고 다함께 광화문에 모여 궐기대회를 할 의지가 없다면 지도자들이 물러나거나 회원들이라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번 만화광고가 의사들을 매도하고 있다고 판단해 협회차원에서 명예훼손 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고려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도 건보공단에 이번 사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평가원은 이번 광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면서도 공식적인 대응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은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청구방식 개선과 재정누수 개선 등에 크게 힘써왔다.

특히 재정누수클린업추진단을 발족하고 각종 재정누수 사례를 취합해 실증적인 자료를 만들어 보건복지부, 의료공급자 단체들과도 만나 소통에 나서 개선방향을 모색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 만화광고의 여파로 의료계와 등을 돌리고 복지부, 심사평가원과도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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