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을 포함한 대학병원 수련의들이 교육을 목적으로 진료실에 참관할 경우 환자들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12일 열린 한 라디오 프로그램 토론회에서는 '의대생-전공의 진료참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를 주제로 의료계와 환자단체 인사들은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그간 의료계가 환자의 인권을 소홀히 했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수련의들의 사전참관에 대해서 환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의사들이 윤리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대안에 공감했다.
그러나 윤리적 노력이 미흡한 경우 사전동의를 입법으로까지 가져가야하는지에 대해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대립각을 세웠다.
앞서 양승조 의원(민주당)은 산부인과의 예를 들며 사전 동의 없이 수련의들이 진료실에 참관해 환자들이 수치심을 겪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양승조 의원은 환자의 알권리를 위해 진료실 등에 출입하는 의료진의 신상정보와 의료서비스 내용에 대해 충분히 사전설명을 하고 치부노출 내지 성병질환 등 예외적인 경우, 응급이나 분만 등 긴급치료를 제외해 구두나 서면으로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양승조 의원실 관계자는 “진료실로 들어오는 의료진이나 제3자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드나드는 이가 누구인지, 어떤 부분을 담당하는지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해 존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입법안은 '교육받을 권리와 양질의 의료인양성에 저해된다'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소강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다는 A씨가 갑자기 몰려온 수련의들의 참관으로 굉장히 수치심을 느꼈다며 해당 글을 인터넷 상에 올리면서 논란이 재점화 된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손영수 교수(제주의대)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절차를 만드는 노력이 부족한 건 분명하다"며 "교육권과 환자의 기본권 충돌에서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우선돼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와 김충기 대한전공의협의회 기획이사는 "환자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 동의하며 개선의 필요성은 있지만 이는 사전 동의와같은 법적인 틀이 아닌 윤리적 강령에서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짚으며 "적절한 윤리교육을 통해서 해결해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병원으로서 우수한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임상경험이 필요한데 사전 동의는 자칫 이를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노환규 대표는 “사전동의를 법적으로 명시할 경우 범위가 명확치 않기 때문에 일선에서 큰 혼란이 올것”이라며 “결국 의사가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충기 이사도 “사전동의는 교육에서 많은 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며 환자와 의사 간 신뢰의 관계가 훼손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법적인 수단이 아니라 충분한 설득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병원이 최신의 의학적 지식을 갖출 수 있는 건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덕분이다. 환자들은 의대생들이 교육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정해질 것이므로 외려 더 명확해질 것"이라 반박하며 "환자가 참관을 거부했을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안 대표는 특히 "사전참관에 대해 환자를 설득하고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의료계의 역할"이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는 다만, "의료계가 사전 동의 절차에 대해 자발적인 자세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자발적으로 실행이 되지 않으면 결국 법제화로 갈수밖에 없다. 의료계 자체에서 입법이 되기 전에 건설적인 대안을 먼저 논의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진료실에 의대생을 포함한 수련의들이 교육적인 목적으로 참관을 할 경우, 환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의료계의 자정적인 노력이 어느때보다 구체적으로 실행돼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의료계의 자발적인 자정노력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