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와 흉부외과 등 기피과로 낙인 찍힌 과들은 역시나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쓰라린 성적표를 받았다. 비뇨기과와 병리과의 전공의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결국 참담한 현실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대한병리학회 서정욱 이사장이 복지부와 병원협회 등에 대체인력의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겠다며 대책을 제시했다.
서정욱 이사장은 “전공의 지원자 부족으로 병리진단이 지연되고 질 관리와 적정진료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전공의 지원자가 없는 경우 대체인력을 투입하도록 하는 것이 학회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병리학회는 병협과 각 병원에 PA와 세포병리사를 부족한 인원수만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적정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기관에 불이익이 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복지부 의료자원과장과 이같은 대체인력 채용을 위한 업무지원 협조를 구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서 이사장은 밝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악의 미달사태를 곳곳에서 이어가는 비뇨기과도 학회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마감한 2011년 전공의 모집에서 이른바 Big 5중 비뇨기과 모집인원을 채운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뿐이었다. 이 외에 전남대병원와 고려대안암병원, 건국대병원, 중앙대병원 등 일부만이 비뇨기과의 지원율을 1:1로 충족시켰다.
이같은 비뇨기과의 미달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백재승 교수(비뇨기과학회 전 이사장)는 최근 “외과영역을 소화하는 비뇨기과가 3D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개원 후 진로 불안과 적은 비급여 항목수로 비뇨기과로의 전공의 지원이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백재승 교수는 그간 병원협회와 전공의 수급문제에 관해 논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백 교수는 학회 차원에서 전공의 수급과 관련한 인원감축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뜻을 피력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도 학회 차원에서의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탈락률이 탈락률을 부르는 악순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전문의 구조는 피라미드 형태가 돼야 하는데 우리 과 뿐 아니라 다른 과에서도 모두 문제가 되고 있는 형편”이라며 “전공의 정원과 관련해 학회차원에서 조절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제언했다.
수가 인상에 따른 수련환경 개선 등의 당근책이 통하지 않아 절망적인 상황을 이어가는 외과와 흉부외과도 상황개선이 쉽지 않다.
매번 미달사태를 이어가는 한 대학병원의 외과 교수는 “전공의 때 억대연봉 받아봤자 나중에 취직할 자리도 없고 개원을 하더라도 큰 수술은 할 수 없어 전공의 때 고생하며 배운것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노동 강도와 비례한 근본적인 수가 개편이 있지 않으면 전공의 지원율은 절대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원인이 정부에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매년 반복되는 이른바 정재영(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안성피(안과, 성형외과, 피부과)의 경쟁률 고공행진을 두고 전공의를 지원하는 이들에 대한 소신지원을 당부하는 조언도 곳곳에서 들렸다.
한 대학병원의 A 교수는 “이른바 안성피와 정재영에 영향을 받아 눈치를 보고 지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세태”라며 “마치 주식을 사듯 하는 추세를 보이기까지 하지만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학문으로서의 관심과 이에따른 소신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당부했다.
흉부외과의 B교수도 “누구나 의대에 들어올 때 자신만의 꿈이나 의지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며 “초심을 잃지말고 도전하는 자세로 소신지원을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