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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HPV 국가예방접종, 남아 포함 첫걸음…“이제는 9가 백신으로 전환해야”

국회, HPV 국가접종 확대 및 고품질 백신 전환 정책토론회 개최

백혜련 국회의원(수원을,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국회의원(광명을,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국회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 더불어민주당)이 공동주최하고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두경부외과학회가 주관한 ‘HPV 국가접종 대상 확대와 고품질 백신 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9월 1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HPV 국가예방접종(NIP) 예산을 기존 210억원에서 303억원으로 늘리고, 도입 10년만에 처음으로 12세 남아를 무료 접종 대상에 포함한 가운데, 향후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4가 백신에 머물러 있는 현행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9가 백신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재갑 교수(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는 “미국에서는 이미 4가 HPV 예방접종 백신이 판매조차 중단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국가가 여전히 4가 백신 접종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제 국가 차원에서 9가 백신 접종을 지원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첫 발제자로 나선 배상락 교수(가톨릭의대 비뇨의학과)는 “저출산과 초고령화 사회에서 인생 후반기에 나타나는 HPV 관련 악성 종양에 대해 남성도 예방이 필요하다”며, “현행 HPV 백신 정책에는 남성 건강권에 대한 역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경진 교수(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산부인과)는 “전 세계 자궁경부암의 약 90%가 9가지 HPV 유형에 의해 발생한다”며, “따라서 한국에서도 최대 예방 효과를 위해 남녀 모두에게 9가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번째 발제에서 이세영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국내에서 흔히 발견되는 HPV 52형과 58형은 4가 백신으로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9가 백신으로 전환해야만 HPV 관련 암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국내 대규모 연구(대한의학회지, 6만여명 대상)에 따르면, HPV 감염 여성 중 16형(25.6%) 다음으로 52형(25.2%)과 58형(11.5%) 감염이 매우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 여성 자궁경부암과 전암성 병변의 고위험 아형 유병률 역시 16형 다음으로 52형과 58형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16·18형이 주를 이루지만, 동아시아·한국에서는 52·58형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들 아형을 포함한 백신이 실제 암 예방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다수 논문과 임상적 분석의 결론이다. 즉, 한국에서 발생하는 전체 자궁경부암의 약 36.7%는 기존 4가 백신으로는 예방이 불가능하다.

지정토론에서도 조인성 교수(중앙대 소아청소년과), 이승주 교수(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성식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수연 서울대 연구교수, 이혜림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장 등이 HPV 국가예방접종 정책의 구조적 한계도 함께 제기하며, 고품질 백신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기준, 2011년생 여아의 HPV 1차 접종 완료율은 79.2%였던 반면, 동갑 남아의 접종률은 0.2%에 불과해 약 400배의 격차가 발생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덴마크 등 주요 선진국과 OECD 29개국은 이미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4가 백신에 머물러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만은 한국보다 2년 늦게 HPV 국가예방접종을 시작했음에도, 올해 9월부터 중학교 2학년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을 지원하기로 하며 한국을 앞서갔다.

임동훈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조선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정부의 예산 증액과 남아 접종 포함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여전히 4가 백신에 머무는 현 정책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한국은 HPV 52형과 58형의 유병률이 높아 9가 백신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을 지원하고 접종 연령을 확대해 국가 차원의 암 예방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PV(인유두종바이러스)는 주로 성접촉으로 감염되며, 일부 아형은 자궁경부암, 구인두암, 음경암 등 다양한 암과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한다. 현재 HPV 백신 접종으로 관련 암 및 질환 대부분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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