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능 검사가 국가검진에 도입되면서 내년부터 훨씬 많은 COPD∙천식 환자가 발굴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치료의 핵심인 흡입제 사용에 대한 교육수가가 없어 치료현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최일선의 의료진들이 교육수가 신설을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성호흡기질환 교육상담료 수가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첫 순서로 발표한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최준영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폐기능 검진은 ‘이상소견’ 통보 수준에 그쳐 천식과 COPD의 구체적진단과 추적관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국내 40세 이상 COPD 유병률이 13%에 달하지만 진단이나 치료율은 극히 낮다.
최 교수는 체계적인 교육∙상담 시스템이 없다면 현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천식 및 COPD 치료의 핵심으로 ‘흡입제’를 꼽았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정확히 사용하는 환자는 전세계에서 50%도 되지 않는다.
또 최 교수는 “1~2회 교육 후 흡입제를 사용했을 때 사용오류가 감소했고, 순응도도 증가해 교육에 의한 효과가 확실했다. 중증 급성악화는 44%, 입원율은 71%, 재입원율은 75% 감소돼 흡입제 교육은 결과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도 인용했다. 핀란드가 1994년부터 10년간 진행한 천식관리 프로그램에서는 진단 후 1회 이상의 대면교육 및 관리가 진행됐는데, 그 결과 비용이 점차 감소했다. 특히 최 교수는 “천식의 유병률이 3배 증가했지만, 비용이 감소됐다”며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 일본이나 네덜란드, 세르비아 등에서 흡입제 교육 실시 후 환자의 증상이나 급성악화 등에 있어 좋은 효과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김현지내과의원 김현지 원장은 1차의료현장에서는 흡입제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흡입제 교육에는 최소 30~40분 소요되는데, 기본 진찰료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 때문에 상급조합병원은 전담 교육인력이 있어 그나마 처방부담이 적지만 1차의료기관에서 천식 흡입제 처방률은 20% 미만이다.
게다가 증상이 호전될 경우 병원 방문을 중단하는 환자가 많지만, 환자들이 질환에 대한이해가 부족하면 지속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도 짚었다. 결국 급성 악화로 응급실을 경험한 후에야 교육의 필요성을 체감하지만, 현재의 짧은 진료시간 구조에선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이에 김 원장은 만성질환 통합관리료 모델을 참고로 한 구체적인 수가 도입을 제안했다. 김 원장은 “초진환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데에 20~30분이 소요되는데, 최소 3~4만원의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 폐기능 검사 악화나 흡입제 변경 등 추가적인 추적 진찰에 대해서는 연간 3번 정도 인정하는 방안이 필요한데 이 때 2~3만원의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패널토론을 통해 서울성모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천식∙COPD 치료에 있어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왔지만, 흡입제라는 장벽이 너무 크다. 흡입제를 처방하면 환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부분은 1차 의료기관 진료에서 큰 허들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흡입제 교육에 대한 수가가 없어서, 1차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의 큰 헌신과 소명의식이 있지 않는 한 진료할수록 적자를 보게 된다”고 설명하며 “COPD 폐기능 검진 도입으로 환자들이 증가할 텐데 이를 헌신으로만 감당하기에는 문제가 크고 심각하다”고 전했다.
강동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박용범 교수는 “COPD나 천식 경증-중등증 환자들은 교육이 어렵지만 치료는 고혈압이나 당뇨보다 단순하다. 이들이 잘 관리되면 10~15년은 개원가에서도 편하게 치료를 할 수 있다”며 개원가에서 충분히 장기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교육수가나 상담, 질병 및 흡입제를 통해 천식과 COPD를 관리하면 사회경제적 부담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건복지부 임은정 건강정책과장 역시 질환의 특성에 맞게 적정한 수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 임 과장은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후 진행해야 한다”며 “학회와 소통해 호흡기질환 환자들이 건강하게 유지,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유정민 과장은 “COPD∙천식에 대한 적절한 치료법을 선정하고 지속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1차의료 중심으로 치료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그동안 저평가된 진찰료를 보상하고, 교육∙상담이 주기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보상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교육상담은 흡입기 사용 숙련, 악화신호 인지, 금연환경 관리, 복약∙운동∙영양 등 치료의 지속성을 높이는 핵심”이라며 “교육상담 수가 신설은 ‘새로운 비용’이 아닌 ‘잘 쓰는 비용’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유광하 이사장은 “만성호흡기질환 환자는 환자발견만으로는 관리가 충분하지 않아, 환자에 맞는 흡입기를 이용한 약물치료 및 이를 위한 교육상담이 병행될 때 의미있는 치료성과로 이어진다”며 “전문 교육체계와 국가적 관리 체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