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안전 강화라는 방향 자체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방식은 현행 환자안전법의 기본 취지와 의료현장의 실제를 충분히 반영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현행 법률의 환자안전사고라는 개념은 이미 발생한 결과 중심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으므로, 위해 발생 우려, 근접오류, 전달체계의 취약성, 시스템상 결함까지 포괄하는 환자안전사건 개념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안전의 본질은 사후적 책임판단보다 예방, 보고, 분석, 학습, 재발방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김윤 의원안과 김선민 의원안은 각각 문제의식은 이해할 수 있으나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의료현장, 특히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이미 적정진료관리팀과 환자안전 전담체계를 통해 사건 보고 이후 원인분석, 개선 계획 수립, 현장 적용과 재점검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윤 의원안은 개선 활동 이행 실적을 상급종합병원 지정, 의료질 평가, 인증과 연동하도록 함으로써 보고와 학습의 결과를 평가체계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안전 보고체계의 학습 기능을 약화시키고, 사건을 더 잘 드러내는 기관이 오히려 부담을 느끼게 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김선민 의원안도 중대한 사건의 조사와 피해구제라는 문제 의식을 제기하고 있으나, 독립조사, 설명·공감·사과 보호, 무과실 보상, 기금 설치를 한 법률에 동시에 담아 환자안전법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환자기본법안 역시 기존 권리체계와의 관계를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의 설명권, 기록열람권, 개인정보 보호, 참여와 단체 활동의 권리 등은 이미 헌법과 보건의료기본법,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 선언되거나 집행되고 있는 측면이 큽니다. 따라서 환자기본법의 입법 필요성은 선언의 반복이 아니라, 기존 제도로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부분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환자안전법까지 흡수·폐지하는 방식은 권리·정책 중심 기본법과 보고·학습 중심 특별법의 차이를 흐릴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방향은 분명합니다. 환자안전법은 별도로 존치하면서 환자안전사건 중심 정의, 비처벌적 보고, 보고자 보호, 보고결과의 평가 직접 활용 제한, 책임절차와 학습절차의 분리를 중심으로 정밀하게 개정돼야 합니다. 환자안전은 법의 외형을 넓히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의료현장에서 배우고 고치는 체계를 보호할 때 비로소 환자안전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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