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불법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기 위한 입법이 첫발을 뗐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13일 의료기관 개설의 투명성과 윤리성 강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를 비롯해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약사회, 서울시한의사회 등 4개 의약 단체는 전 의원과 함께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장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과잉진료와 허위청구를 일삼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적 악(惡)”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관 개설 사전신고 의무화 △의료기관 개설자 의무교육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비(非)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불법 사무장병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불법 개설 의료기관으로 적발된 곳은 총 1775곳으로, 이들에 대한 환수 결정 금액은 2조9104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징수율은 8.45%에 불과해 2조 6000억원 이상이 회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의원은 “불법 개설 의료기관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실효적 제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개설 단계에서부터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불법 의료기관 개설 관련 경찰 수사 건수는 2020년 65건에서 2024년 415건으로 6배 이상 늘었지만, 평균 수사 기간은 11개월에 달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는 해당 지역 의사단체(분회 또는 지부)에 개설신고 내역을 제출해야 하며, 의사단체는 개설자의 자격을 검토해 관할 행정기관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또한 개설자는 개설신고 또는 허가 전 의료윤리·법규·경영윤리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전 의원은 “변호사·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은 이미 개설 신고와 의무교육 제도를 운영 중인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기관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한 의료법을 대표 발의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의료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화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내세워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대(면허대여)약국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이로 인한 과잉진료 보험금 부당 청구와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 등 많은 문제들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 법안은 건보재정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과도한 진료 등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지고 있는 사무장 병원의 폐해를 의약인들의 자정 작용을 통해 사전에 예방 할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지책”이라며 “불법 사무장병원은 의료계를 병들게 하고, 국민의 건강을 좀먹는 암 덩어리로, 이제는 솜방망이 처벌과 행정의 방관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 뿌리부터 도려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심사 중심의 행정절차뿐만 아니라 관련 의학전문단체의 실질적 검토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황 회장의 입장이다.
특히 황 회장은 “이번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 의료인이 주체가 되는 정당한 의료 질서가 확립돼야 한다”며 “의료기관 개설 단계에서부터 불법 개입을 차단하고, 의료계 스스로의 자율정화 역량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전 의원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현행법상 의료기관은 의료인만, 약국은 약사만 개설할 수 있음에도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사무장 병원과 면대약국을 개설단계부터 사전에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정 장관은 “불법 사무장병원이나 면대약국이 영리를 추구하며 건강을 위협하고 재정을 누수시키는 것에 대한 제도적 대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입법 취지에 적극 동의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