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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포괄수가제 잠정 수용, 의대생들도 견해 엇갈려

“의료 질 저하 반대 명분 잃어" vs "정치적 협상 카드 쟁취”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포괄수가제를 잠정 수용하자 의대생들 역시 혼란에 빠졌다.

의료 질 저하라는 반대 명분을 잃었다는 주장과 정치적 협상 카드를 얻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장 남기훈)는 지난 6월 30일 서울시의사회관 동아홀에서 ‘의대생 포괄수가제 토론회’를 열고 포괄수가제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당초 토론회는 포괄수가제 반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6월 29일 의협이 포괄수가제를 잠정적으로 수용하자 토론회의 내용도 달라졌다.

남기훈 의장은 “오늘 토론회는 현재 국내 의료보험제도의 상황과 수가제도를 비교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토론을 하려고 했었다”면서 “어제 의협이 포괄수가제를 잠정적으로 수용해 토론회 내용도 180도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협의 포괄수가제 잠정적 수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먼저 남기훈 의장은 “포괄수가제의 잠정적 수용 결정이 놀라웠던 반면 실망감도 컸다. 전문가적 단체로서 해선 안 될 일을 했다고 본다”며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일보후퇴 방침이라고 해도 전문가 단체인 의협이 정치적 단체로 전락해버린 것은 아닌지 많은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Y의대 학생회장도 “앞서 의협은 포괄수가제 반대 방침에 있어 ‘국민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몽준 의원과 손을 잡으면서 도덕적 가면을 벗게 됐다”면서 “결국 ‘의료 질 저하’라는 명분이 사라져 정치색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Y의대 학생회장 역시 “어떠한 제도 등을 반대하거나 참여하기 위한 동기로서 대의명분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이번 의협의 결정은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향후 다시 포괄수가제 반대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선 새로운 대의명분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의대 학생회장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말처럼 일단 제도를 시행해 놓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선 약속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의협의 이번 결정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었다”며 “잠정적 수용보단 보류를 했어야 했다. 의협 결정이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협의 이번 결정이 정치적 협상 카드를 따낸 것이라며, 일단 노환규 회장과 집행부를 믿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K의대 학생은 “이전 집행부의 의협은 올곧은 자세를 유지해오면서도 의사의 권익을 보장하는 행동은 보여주지 않았고 정책과 관련해서도 힘을 발휘한 적이 없다”며 “현 집행부는 아예 다른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협의 이번 결정이 도덕적 가면을 벗어던졌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더 좋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욕을 먹더라도 그 길을 고수해야 한다”며 “이 같은 희생을 통해 정치적 협상 카드가 생긴 만큼 훗날을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Y의대 학생회장은 “의협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어쩌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이미지 희생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쟁취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하나를 희생하면서 다른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K의대 학생은 “지금까지는 정치인들이 의사 집단에게 따라올 것을 강요했지만 이번 사안 만큼은 달랐다”면서 “먼저 손 내민 정몽준 의원이 의미하는 것은 ‘국회’ 등에서 의료계의 목소리에 먼저 다가와 제스처를 취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의대 학생도 “그 동안 정부에 의해서 휘둘리기만 했던 의사단체였지만 이번에는 정치인이 먼저 의협에 제안을 해왔다”면서 “이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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