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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포괄수가 첫 부작용…자궁유착방지제

추가 비용 낼테니 써 달라 vs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어려워

지난 1일 포괄수가제가 강제 확대 시행되자 산부인과에서는 자궁유착방지제 사용을 두고 환자와 의사 간의 갈등이 야기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환자들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자궁유착방지제를 사용하겠다고 요구하고 나선 반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비급여 항목은 받을 수 없어 유착방지제 사용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기존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유착방지제가 비급여 항목으로 전액 환자본인부담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포괄수가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제왕절개 수술에 사용되는 자궁유착방지제 또한 포괄수가에 포함됐다.

문제는 원가만 최소 10만 원을 넘는 자궁유착방지제가 포괄수가에 함께 묶이면서 기존 비용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병원 입장에서 유착방지제를 사용할 경우 원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사용을 꺼리게 된다는 것.

분만병원협회 강중구 회장은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들의 진료 위축”이라며 “환자를 위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고품질의 재료를 사용해 수술을 해야 하지만 병원 경영상 저가의 재료로 수술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결국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강 회장은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전에 이미 포괄수가제에 참여하고 있었다”면서 “자궁유착방지제는 정말 필요할 경우에 환자의 동의를 받고 사용했지만, 환자가 거짓말을 할까 불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있어 무조건 싸다고 홍보했지만, 자궁유착방지제와 영양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환자 기만 행위와도 같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있어 융통성이 필요하다”면서 “자궁유착방지제와 영양제 등을 환자 동의에 한해 비급여로 치료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도 “복지부는 자궁유착방지제 등의 비용이 이미 포괄수가제 수가에 녹아들어 환자가 별도 부담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수가 산정에 있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에서 자궁유착방지제를 포괄수가에 포함하기 위해 사용량과 가격 등을 통계낸 2009년 자료로 이 당시에는 자궁유착방지제 사용이 활성화 되지 않아 2012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재연 법제이사는 “자궁유착방지제를 포괄수가제 수가에 녹여놨다지만 원가만 10만 원인 자궁유착방지제를 누가 사용하려 하겠느냐”면서 “결국 피해보는 것은 환자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항생제나 진통제 등을 2번 사용해야 할 것을 1번만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연 법제이사는 또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인해 정상 분만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제왕절개 수술 수가가 15% 인상했지만 정상 분만 수가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 수가가 더 높게 책정됐다”면서 “이에 따라 의사들은 난산의 위험이 있는 분만의 경우 제왕절개로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만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동석 광주시의사회장 역시 “자궁유착방지제의 경우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포괄수가제에서는 정해 놓았지만 일부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해 환자들은 자궁유착방지제는 무조건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자궁유착방지제가 포괄수가제 수가에 포함돼 있어 비급여 진료는 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와의 마찰이 생기고 있다”면서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사들도 처음에는 양심상 제대로 된 재료를 이용해 환자들을 수술하고 치료하겠지만 물가인상, 인건비 등으로 경영 압박을 받게 되면 결국 저질 재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환자들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자궁유착방지제 사용을 원하는 상황.

임산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A 카페에는 자궁유착방지제와 관련된 문의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B 임산부는 “자궁유착방지제를 놔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특별한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그럼 제가 약국 같은 곳에 사가지고 오면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불법이라 안 된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C 임산부 역시 “의사 선생님이 자궁유착방지제는 다 쓰는거 아니라고 말했다”면서 “그래도 혹시 모르니 놔달라고 했더니 유착이 심하거나 그럴 것 같은 사람에게만 놔줄 수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D 임산부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으로 자궁유착방지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 내 몸을 맡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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