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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특수검진 잘못 환자사망 병원, ‘기관지정 취소’ 당연

부산고법 “유사한 사항 재발 방지위해 취소해야” 판결

특수건강진단의 잘못으로 간 독성 물질을 취급하는 근로자가 사망한 병원에 대해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취소 처분은 당연하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중국교포 A(남, 당시 33세)는 06년 2월 초 일반병원에서 실시한 간기능검사결과 정상진단을 받고, 같은 달 인조피혁 제조업체(입사시 특수건강진단 요함)에 입사했는데, 해당 업체는 작업배치 전에 해야 하는 ‘배치전 특수건강진단’을 받게 하지 않은 채 배치 후에 A를 B병원에 보내 특수건강진단을 받게 했다.

B병원 담당의사는 06년 2월 27일 내원한 A에 대go 문진과 함께 간기능검사를 위한 혈액채취, 요 중 NMF(간독성 물질의 대사 후 산물임) 농도검사를 위한 소변채취 등을 시행했다.

문진시 A의 직업력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N-S(특이소견 없음)로 기재했다.

06년 3월 2일 A에 대한 간기능검사결과가 혈청 GOT 179(참고치 50 이하), 혈청 GPT 333(참고치 45 이하), 감마 GTP 98(참고치 남 77 이하)로 정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치로 나왔다.

그리고 같은 달 7일에는 요 중 NMF 농도 결과가 기준치 내인 29.343㎎/L(참고치 0~40㎎/L)로 나와 정상범위 내이기는 하였으나, A는 소변 채취시 그날 점심 때 내원한 관계로 1일 전체로 환산하면 약 60㎎/L이 됨에도 담당의사는 이를 간과한 채, A에 대해 건강관리구분을 D1(직업병 유소견자)이 아닌 D2(일반질병 유소견자)로, 사후관리조치는 “6”항목(작업 전환)이나 “7”항목(근로제한 및 금지)이 아닌 “4”항목(근무 중 치료)으로, 업무적합성 여부와 관련해는 “가”(현재의 조건하에서 작업이 가능한 경우)로 각 판정했다.

A는 06년 4월 7일 강서삼성병원에서 구토, 황달, 복부팽만 증세로 즉시 간기능검사를 받고 입원하도록 권유를 받은 후, 4월 11일 B병원에 특수건강진단을 받기 위해 다시 내원했다.

담당의사는 A에 대해 문진, 간기능검사 및 요 중 NMF 농도검사를 실시했는데, A의 간기능은 혈청 GOT 964, 혈청 GPT 920, 감마 GTP 428로 매우 악화돼 있었고, 요 중 NMF 농도 역시 276.1㎎/L로 측정돼 뒤늦게 A에 대해 D1(직업병 유소견자)로 판정하고(반면에 문진란에는 N-S로 기재), 4월 13일 소화기내과에서 진료를 받도록 한 후 같은 달 17일 입원조치 하였으나, A는 같은 달 29일 독성간염으로 사망했다.

B병원 담당의사 등 관계자들은 이 사건으로 과태료, 벌금형,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 제재를 받았으며, B병원은 부산지방노동청으로부터 06년 7월 15일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다.

B병원측은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부산지방노동청이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부산고법(판사 김신, 정은영, 성금석)은 “B병원은 사망한 A에 대해 문진을 제대로 하지 않고 만연히 N-S(특이소견 없음)기재한 점, 06년 3월 7일 A의 건강상태는 중등도의 독성간염에 해당하므로 통상 입원을 권유해 그 원인을 규명하고 독성간염이라면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원인물질을 제거하였어야 하고, 배치 전에 건강하였던 A에게 중등도의 간장해가 있고 NMF 수치가 29(1일 환산 약 60)로 나온 이상 건강관리구분은 D1(직업병 유소견자)로, 업무적합성은 ‘나’(일정한 조건하에서 현재의 작업이 가능한 경우) 또는 ‘다’(건강상 또는 근로조건상의 문제가 해결된 후 작업복귀가 가능한 경우)로, 사후관리조치는 ‘6’항목(작업 전환)이나 ‘7’항목(근로제한 및 금지)으로 각 판정하였어야 옳았을 것임에도 이와 달리 판정한 점 등은 부산지방노동청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모든 위법행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조치는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고, 위반자가 의사라고 하여 달리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할 것인데, 오히려 B병원 측에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법원은 “이 사건 처분으로 특수건강진단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담당의사 및 직원과 그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점 등 원고가 내세우는 모든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다루는 의사로서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담당의사는 매우 부주의하고 형식적인 조치만 취했으며, 그 결과 적절한 치료․관리를 받지 못한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매우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특수건강진단제도는 열악한 환경에서 종사하는 유해물질 취급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의 비용부담으로 실시하는 제도로서 의료기관의 허위, 불실 판정시 근로자에게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할 공익상의 필요가 매우 큰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이 부산지방노동청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B병원이 특수건강진단기관으로서 보여준 매우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진료행위에 대해 그 위법성을 선언하고 이 사건 처분의 적법, 타당성을 확인함으로써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함과 아울러 사람의 생명, 신체건강을 다루는 의사가 지고 있는 사회적인 책무를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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