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대생 현역병 입대 급증 현상이 올해 더욱 심화되면서 군 의료체계 운영에 심각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의대생 현역병 입영자는 총 2838명으로 집계됐다. 육군 1997명, 공군 754명, 해군 62명, 해병대 25명 순이었다.
이는 단 8개월 만에 작년 전체 의대생 현역병 입영자(1363명)의 2배를 넘어선 수치로, 갈등 이전인 2023년 267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연도별 의대생 현역병 입영자는 2020년 150명에서 2021년 214명, 2022년 191명, 2023년 267명에 불과했으나, 의정갈등이 시작된 2024년에는 1363명으로 급증했고,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2838명이나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의대생 현역병 입영자의 공군 선호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의대생의 각 군별 현역병 입영비율은 육군 91.8%(245명), 공군 7.5%(20명), 해군 0.4%(1명), 해병대 0.4%(1명) 순이었으나, 2025년에는 육군 70.4%(1,997명), 공군 26.6%(754명), 해군 2.2%(62명), 해병대 0.9%(25명)로 공군 입영자가 크게 늘었다. 공군 복무 기간은 21개월로 육군(18개월), 해군(20개월)보다 길지만, 격오지 근무가 거의 없고 복무 여건이 좋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대생들은 통상 의사 면허 취득 후 군의관(군사교육 포함시 38개월)이나 공중보건의사(군사교육 포함 37개월)로 복무하지만, 현역병 복무 기간(육군·해병대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이 절반 수준에 그쳐 단기 복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윤석열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 추진으로 의대생들의 휴학과 수업 거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역병 입대를 선택하는 현상이 급격히 확산됐고, 의정갈등 해소 후에도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군의관 충원률은 정원 2475명 중 현원 2442명으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문제는 현역병으로 입대한 의대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의대생들이 의사면허 취득 후 군의관으로 임관해야 할 시기인 2029~30년에는 군 의료 인력 공급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방·비전방 부대의 응급처치, 긴급 수술, 상비병원 운영 등 필수 의료 서비스에 차질이 불가피하며,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 나아가 국방력 유지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대응책으로 장기 의무 복무할 군의관을 육성하기 위한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계부처 및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중장기 군의관 수요와 경제성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황희 의원은 “의대생 현역병 입영 급증은 군 의료체계 안정과 장병 안정과도 직결된 사안”이라며 “지난 윤석열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혼란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의정갈등이 남긴 후유증을 정확히 진단하고, 군의관 수급 및 현장 의료 지원 부족 문제에 대한 실질적이고 선제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