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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전공의 주당 80시간 초과근무 제한마저도 ‘위헌’ 소지 있다”

헌재, 2007년 산업연수생 근로법 미적용 위헌결정 사례와 비슷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 이상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수련규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과도한 전공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자 지난해 4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전공의 근무 주당 80시간 초과 금지 ▲연속 근무 36시간 초과 금지 ▲주 당직 3회 초과 금지 등 8대 항목을 의무화하고 수련병원들은 ‘수련현황표’를 작성해 복지부에 보고토록 했다.

이 수련규정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실제로 일선 병원현장에서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는 상황.

수련병원들의 공공연한 압박으로 전공의들의 수련시간 당직표 조작이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여전히 주당 150시간 이상 근무하며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로 인해 전공의 수련환경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이러한 가운데 주당 80시간 초과근무를 금지하는 수련규정마저도 현 근로기준법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위헌 소지마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주당 80시간 초과근무를 금지한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주당 80시간까지는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법정 근무시간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근로기준법과 명백히 배치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50조는 주당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고, 불가피한 경우 연장근무가 가능하지만 반드시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주당 12시간을 초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주당 80시간의 근무를 가능케 한 수련규정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전공의가 병원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일정한 수련을 거쳐야만 하는 교육생의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들이 병원에 노동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교육생 신분이라는 요소가 가미되어 노동자로서의 의무만 강조되고 권리는 상실된 것이다.

하지만 이 논거는 지난 2007년 헌법재판소가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제도’에 대해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린 사례와 비추어볼 때 위법 및 위헌적 요소가 다분히 존재한다.

외국인 산업연수제도는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이전과 중소기업의 고용난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93년 도입됐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연수생으로 받아들여 그 권리를 제약하는 ‘인권 착취 수단’으로 변질돼버리고 만 것이다.

외국인 연수생들에게 실제적인 연수는 이뤄지지 않고, 주당 100시간에 이르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월급이라고는 고작 5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 만 강요되어 ‘현대판 노예제’나 다름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당시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목영준 재판관)는 “근로자가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자유권적 기본권의 성격도 가지므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그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사업장에서 실질적 근로자인 산업연수생에 대해 일반 근로자와 달리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자의적인 차별이고 이를 규정한 노동부 예규는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연수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재의 법리 해석은 전공의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도 산업연수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수련생인 동시에 근로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어, 원래대로라면 전문의가 해야 할 업무의 상당수를 대체하며 병원에 과도한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 값싼 임금에 단순노동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위헌결정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산업기술연수생 제도의 원래 취지는 우리나라에서 선진 기술을 습득해 본국에 돌아가 쓰라는 것으로 기술전파, 문화교류, 교육적 측면이 강해 초기에 근로기준법을 적용되지 않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제도의 원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연수생들이 사측으로부터 터무니없이 값싼 임금을 받으며 단순노동만 반복·제공하는 착취수단으로 악용돼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전공의도 병원에서 전문의가 담당해야 하는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하고 있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교육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거나 수련 커리큘럼이 부실하다면 충분히 위헌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고려의대 예방의학 교실 교수)은 “외국인 산업연수생들과 마찬가지로 전공의들도 일선 병원에서 의사의 역할을 하면서 과도한 노동을 제공함으로써 병원수입에 크게 기여하면서도 최저 임금기준에 못 미치는 수당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헌재 판례에 비춰볼 때 전공의들도 노동자이면서도 교육생이라는 이중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 문제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개입해 보건복지부와 중재나 협의과정을 거쳐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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