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의사들로 구성된 선거권찾기모임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지난해 4월 제 61차 대의원총회에서 회장선거 방식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결의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진행한 대의원회 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가 밝혀져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 14 민사부는 4일 무자격 대의원 참여로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간선제 결의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원고측의 주장에 대해 간선제 채택 대의원으로 참석한 이들의 적합성은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이슈가 됐던 대한의학회의 대의원 파견 적법성 여부에 대해 “대한의학회는 지난 2007년 사단법인으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설립목적이 의학발전 및 각 회원학회 지원, 회원상호간의 유대강화 등 대한의사협회 의학회와 주요목적이 같으므로 동일한 단체로 보는 것이 맞다”며 원고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즉, 대한의학회는 사단법인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여전히 대한의사협회 의학회 회칙에 따라 평의원회를 구성하고 있고, 의사협회로부터 예산 지원을 계속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 단체 이외에는 별도의 다른 의학회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실질은 같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사단법인 대한의학회는 피고의 정관에서 규정하는 의학회로 보는 것이 상당하고, 사단법인 대한의학회가 선출한 대의원을 무자격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와 함께 도마에 오른 대한개원의협의회 선출 대의원의 무자격자 여부와 일부 교체대의원 자격 접합성에 대해서도 적법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한개원의협의회의 경우 관행적으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과 각 과 개원의협의회 회장을 당연직 대의원으로 선정하고 그 밖에 각 과 개원의협의회 소속 회원수를 기준으로 각 과별로 대의원 수를 배분해 온 사실을 그 적법성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한 이러한 대의원 선임방식은 대한개원의협의회 대의원을 배정한 이래 수십 년 동안 지속 돼 왔고 이러한 관행을 지난해 6월 회칙으로 규정, 신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무자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사전 통보없이 교체돼 무자격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일부 교체대의원에 대해서도 문제가 됐던 교체대의원들이 변경사실을 대의원회 측에 통보하고 신임장을 가지고 총회에 참석한 사실, 교체대의원이 출선한는 것에 동의한다는 동의서 등을 제출한 사실을 적법성의 근거로 인정했다.
한편,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한 ‘사단법인의 정관은 총사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가 있는 때에 한해 이를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정수에 관해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는 민법 제 42조의 무효화에 대해서도 대한의사협회의 설립의 특수성과 그동안의 정관개정 절차를 이유로 기각했다.
즉, 대한의사협회는 민법과 달리 1947년 5월 10일 정관을 재정한 이후 별다른 이의 없이 대의원총회의 결의로 정관을 변경하고 주무장관의 허가를 받아온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이러한 정관변경절차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존 정관변경을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여 온 거듭된 선행행위와 모순돼, 피고나 다른 회원들의 신뢰를 해한 경우로서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의협은 구성수가 많아 도저히 그 의사를 직접 표출하는 사원총회에 방법으로는 정관변경 하는 것이 어려워 대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결정한다고 하더라고 절차상 사단법인의 동일성 또는 자율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