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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스티븐슨 존슨 증후군 환자 자살 병원도 일부 ‘책임’

수원지법 “부작용 설명 위반해 투약 승낙권 박탈에 배상”

안압강하제인 메타졸아마이드를 투약 받은 환자가 이에 따른 스티븐슨 존슨 증후군 발병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자살에 이르게 된 사건에 대해 해당 약물을 처방한 병원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수원지방법원 제 7민사부(판사 배호근)는 최근 스티븐슨-존슨-증후군으로 치료를 받던 중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A씨의 유가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2억9천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고 해당 병원은 총 1,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자살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해당 약물이 스티븐슨- 존슨-증후군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 설명의무를 위반해, 환자 자신이 이 약물의 투약을 결정할 수 있는 투약승낙권을 박탈하게 했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

판결문에 따르면 망인이 된 원고의 부인 A씨는 지난 2008년 오른쪽 눈의 시력저하를 호소하며 피고 대학병원에 내원, 망막앞막과 황반위원공으로 진단받고 총 두차례에 걸쳐 오른쪽 눈의 유리체절제술과 망막앞막제거술, 내경막막제거술, SF6가스주입술을 시술받았다.

A씨는 이 후 안압상승 증상을 호소했고, 이에 의료진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퇴원약으로 안압강하제인 메타졸아마이드 5일치를 처방한 뒤 퇴원시켰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이 약물의 부작용으로 손발이 저리고 소화가 잘 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얼마 후, A씨는 고열과 입술 주위, 그리고 손가락 및 몸통의 수포, 양안출혈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타 병원 응급실에 내원, 피부과 진료를 받고 스티븐슨-존슨-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A씨는 치료 중에도 배와 등의 수포가 증가하는 등 피부병변이 전신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체표면적의 30% 이상의 표피박탈 소견을 보여 의료진은 이 증상이 메타졸아마이드에 의한 독성표피융해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이를 알레르기 내과로 전과해 계속해 진료를 받게 했다.

하지만 치료가 끝난 후에도 A씨는 심리적 불안감, 불면증 증상을 겪었고, 배모 씨가 운영하는 정신과에 내원,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수면제 등을 처방받았다. 이후 증세가 호전되는 듯 했으나 결국A씨는 자살했다.

이에 A씨의 가족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그 증상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필요하지도 않은 메타졸아마이드를 처방한 과실이 있고, 처방전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스티븐슨-존슨-증후군을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는 A씨가 처방받은 메타졸아마이드에 스티븐슨-존슨 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는 점과 이 증후군이 발병하면 증상의 진행 자체를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독성표피융해증후군이나 사망과 같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이에 대한 책임으로 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메타졸아마이드의 유도체 물질은 스티븐슨-존슨-증후군을 가장 흔히 병발시키는 약제로 의학계에 이미 알려져 있고, 이 증상이 발생하면 그 진행자체를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부작용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점을 들어 이에 대한 설명의무를하지 않은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 안압강하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는 메타졸아마이드가 유일한 약제였고, 사진에 이 약물을 처방하는데 있어 스티븐슨-존슨-증후군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인체백혈구항원 형별검사를 시행해야 하거나, 별도로 경과 관찰을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설명의무의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고, 이 위반행위가 망인의 자살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약물 투약 여부에 대한 승낙권을 침해당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그 범위를 한정했다.

아울러 A씨를 주의 깊게 관찰· 감독하거나 보호실에 입실시켜 자실기도를 방지 못하는 등 의무를 게을리 했다며 제기한 정신과 의사 배모 씨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에는 평소 A가 진료시 자살을 하고 싶다고나 하는 등의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방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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